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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 이렇게 살련다.

by 동숙 2007.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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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안개가 짙더니 낮엔 햇빛이 참 한가로웠다.

오늘 우리동네 강가와 계곡을 둘러보았지

한가한 마음으로 신랑과 함께...

 

아직 그 고운빛을 보여주긴 싫은가봐~

매년 가을이면 아름다운 노란색을 보여주던 은행나무길이 아직은 연두빛이던걸...

하지만 봄에 마음을 설레게 하던 강변의 그 벗꽃길은 지금 저 위의 사진처럼

새색시 볼처럼 고운 빨강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여름 막바지에 가봤던 강가의 물빛도 지금은 더욱 말갛게 파랗더군 이쁘더라

참 곱더라....^^

 

우리의 산하가 지금 한창 아름답게 치장을 하는데 그걸 모르고 보냈구나

뭐때문에 이렇게 종종 거리며 살았을까?

조금 풀어놓고 조금 넓게보고 또 조금 욕심을 버렸다면 힘든 가을을 보내지 않아도

되련만 스님들의 깊은 불경소리가 아니더라도 불혹을 넘긴 마흔네해나 살았다면

이제 그쯤은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아무튼....

오늘 참 좋은 시간을 보냈어

 

돌아오는 차안에서 배가 무지 고프더라....ㅎ

왜 그런거 있잖니 정말 배가 고픈게 아니라 속이 갑자기 허한거 허기가 확 느껴지며

갑자기 뭔가 막 먹고픈거....ㅎㅎㅎ  나뿐이 아니라 신랑도 그렇다네 광주장엘 갈까

했었는데 오늘이 장날이라 사람들 무지 많을거라 사람에 치이기 싫어서 모처럼

깨끗이 닦인 마음을 몸을 더럽히기 싫어서 그냥 동네 떡집과 빵집을 다녀서 돌아왔지

 

호두와 잣 밤 등을 넣고 찹쌀로 빗은 영양떡도 사고 아이들 간식할 빵도 사고 마트에

들려서 호박과 저녁에 궁금할때 찬물에 씻어 아삭 깨물어 먹을 연한 오이도 여섯개나

사가지고 돌아왔지  참... 오랜만에 들린 떡집에서 쥔 언니가 손에 깁스를 했더라~

떡만드는 기계에 손이 딸려가서 다쳤다는데 열흘이 지났다는데도 깁스 사이로 보이는

손가락이 누렇게 팅탱 부은게 어찌나 안스럽던지... 그 불편한 손으로 가래떡 한줄을

가위로 세토막을 내어 덤으로 얹어주는데 참 미안하고 고맙고... 역시 난 시골이 좋아~

 

내일부턴 백수가 되었단다.

백수가 되어 나로 돌아가는 시간을 가지려고....

여름동안 뭔가 한다고 이것저것 맘쓰고 그랬더니 살만 딥따찌고 얼굴에 주름은 늘고

참 미워 요사이 내가....ㅎㅎㅎ

 

이젠 매일 산에도 다니고 가을걷이 하는 들판에 쏘다니며 사진도 찍고 누런 깻잎과

콩잎을 따다가 겨울 장아찌도 담그고 연하게 살오른 초롱무 서리도 해서 껍질 돌돌

깍아먹으며 촌 아지매로 살아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노란 산국도 따다가 살짝 쪄서 그늘에 말려 국화차를 만들어두고

늦가을 겨울에 찾아올 친구들 따뜻하고 향좋은 국화차나 대접할 준비도 해야지~

 

오늘 돌아오다가 산수유 열매가 빨갛게 맺힌 나무를 세그루 봐뒀는데 거기가서

산수유 열매를 따다가 차도 만들고 빛고운 술도 조금 담궈야겠다.

 

나 이젠 이렇게 그냥 살아볼랜다.

욕심 그거 조금 덜어내고 걱정 그건 많이 덜어내고 나 자신으로 돌아가 그냥

촌 아지매로 살아볼랜다.....^^

 

참.... 편안하다.

완전히 편안하진 않지만 그래도 훨 가벼운 마음이다.

머리도 조금 덜 아픈거 같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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