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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태영아빠와의 긴 통화

by 동숙 2007.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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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거의 일년만에 신랑의친구 태영아빠의 목소리를 들었다.

결혼전 참 따뜻하게 챙겨주던 친구였는데 우리보다 딱 일년 늦게 결혼하여

신혼생활도 쌍문동 꽃동네 그곳에서 함께 했었는데 일년이면 다섯번정도는

모임에서 만나 늘 함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친구분 이었는데....

 

모습을 본것은 벌써 몇년전인지 까마득하고 목소리는 그나마 일년전쯤 전화통화로

들었었다.  이번 모임에 신랑이 나가지 않고 전화통화도 되질 않는다고 걱정되어

안부전화를 한거였다.  사정상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신랑을 대신해 거짓말을

해주며 한시간 가량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다.

 

아이들 이야기부터 사는 이야기까지 나누며 허물없이 이야길 나누는 내가 참 신기했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졌어도 이야길 나누는 그순간은 그 긴 시간이 아무런 장애도

되질못했다.  친구란 이런것이다 싶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꼭 내 친구와 이야길

나누듯 술술 잘 떠드는걸 보니 그분도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싶어지기도 했다.

 

그분 태영아빠는 나에겐 정많은 분이었어도 다른사람들에겐 차가운 성품의 사람으로

보인다.  외모부터 날카롭고 자로 잰듯한 성품이며 곁을 주지않는 분이었다.

처음에 날 왜 잘봐줬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꼭 큰오빠같은 자상함을 보이셨었다.

 

그 일화로 한가지 생각나는게 있다.  두집이 다 신혼생활을 할때였다  태영아빠는

퇴근을 하면 우리집으로 올때가 많았다.  우리도 신혼이라 둘이 있고 싶을땐데

태영엄마는 고향이 안동이고 서울에 전혀 연고가 없었기에 참 많이 외로울텐데도

늘 우리집으로 와서 저녁까지 먹고 놀다 가시곤 했었다.

 

태영엄마의 기다림이 같은 여자인 내겐 안스럽기도 하고 솔직히 귀찮을때도 있어서

왜 집에 안가고 이리 오시냐고 했더니 내가 해주는 밥이 맛있어서 그렇단다.

와이프의 음식이 입에 맞질 않는다고 하는 그말에 나름대로 머리를 쓴다고 다음날

낮에 태영엄마와 둘이 같이 장을보러 갔었다.  마침 김치를 해야 했기에 김치거리와

장을 봐선 우리집에서 같이 반찬과 김치를 했었다 그것을 둘이 똑같이 나눠가지고

헤어졌고 그날은 신랑과 둘이서 오붓하게 보낼수있었다.

 

다음날 저녁을 함께 먹게되었다.  태영아빠는 와이프에게 음식을 이렇게 하면

내가 왜 나가서 저녁을 먹냐고 타박을 했고 어젠 어땠냐는 태영엄마의 물음에

마찮가지지뭐...라고 대답했다.

 

태영엄마는 화를 내고 나갔고 멀뚱거리며 앉았는 신랑과 태영아빠를 보면서

왜 그러시냐고 나까지 같이 화를 냈었다.  둘이 같이 음식만들어 나눴는데 그것이

어떻게 여기선 맛있고 집에선 맛이 없냐고 화내실만 하다고 사과하시라고 했었다.

그후론 뒷이야기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둘다 아무런 말이 없었기에....

 

일년을 한동네 살다가 우리가 그곳을 떠나며 두달에 한번씩하는 모임에서만

뵙게 되었었다.  태영이네 부부는 참 썰렁한 사이였다.

고등학교때 부터 만났던 사람들이라는데 오랜기간을 키워온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인데 왜 그렇게 썰렁한지 난 이해가 되질 않았었다.

 

그랬던 그분 태영아빠가 어제 전화로 그러신다.

와이프 건강도 걱정되고 참 무던한 사람이라고 그분으로선 최고의 칭찬을

하신다 그목소린 정말 애정이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내가 웃으며 그랬다 옛날 젊었을적에 잘해주지 그러셨어요 라고...

그러게요 왜 그랬나 몰라요 하며 멋적게 웃으신다. 

 

긴 통화를 하면서 참으로 긴 세월이 지났구나 싶어져서 감회로웠다.

사람의 품성이 바뀔정도로 긴시간... 인내하며 살았을 태영엄마의 그 기다림이

이제 아름답게 피어난 한송이 꽃같이 느껴져 더불어 흐믓해졌다.

 

모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던 하루였다.

흐믓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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