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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포근하고 따뜻한 호빵....

by 동숙 2007.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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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간식으로 쪄주려고 호빵을 두봉지 사다놨었다.

깜빡 잊고 있었는데 아들넘 그걸 다섯개나 쪄서 제 아빠랑 냠냠 먹는다.

 

난 호빵을 볼때마다 알프스소녀 하이디가 떠오른다.

어릴적 아주 재미있게 또는 가끔 눈물흘리며 하이디를 열번도 더 읽었었다.

그 한대목중에 하얀빵 이야기가 나온다.

 

하이디가 클라라의 집에 살때의 이야기인데 식사때 나온 포근하고 하얀 빵을보며

피터의 할머니가 생각나서 몇개를 보자기에 싸 감춰놓는다는 그 이야기...

갈색빵도 충분히 먹지 못하는 할머니가 생각나 하얀빵을 먹지않고  감춰놓은 이야기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 귀절에 왜 감동을 받았는지 잘 모르겠다.

 

호빵을 쪄주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추억들이 꼬리를 물고 나를 그시절로 이끈다.

결국 다 늦은 저녁에 컴을 부팅하고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다.

 

국민학교때 어디서 받았는지 아님 부모님이 사주셨는지 세계 소년소녀전집이

있었다 반들반들 헤지도록 읽었던 책들 내게 꿈을 주고 사랑을 주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줬던 책들 소공녀 소공자 십오소년표류기 작은아씨들

등등 지금은 제목만 생각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추억들...

 

아랫목에 빨간 밍크담요 한장 펴두고 올망졸망한 동생들이랑 발장난 치면서

이야기하던 참으로 돌아가고픈 풍경이었다. 

귀신이야기도 지어서 해주고 또 나름대로 이렇게 저렇게 꾸며가며 이야길

해주면 눈을 반짝이며 듣던 동생들  귀신이야기 해줄땐 그날밤은 무서움에

화장실도 혼자 못갈정도였는데  왜 늘 귀신이야길 해달라고 했었는지...ㅎ

 

화장실갈때... 그땐 화장실이 거의 대부분 대문옆에 있었다 게다가 희안하게도

화장실엔 늘 빨간 꼬마전등까지 켜있어서 한층 더 무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장독으로 올라가는 계단옆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무섭다고 혼자 못간다는 

동생때문에 결국 데리고 가서 장독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서 얼른 나오라고 재촉을

하면 동생은 징징거리며  언니 가지마~언니 거기있어?  하며 볼일을 보곤 했었는데....

 

그때가  혹 겨울이면 정말 고역이었다. 

그땐 왜 그렇게 눈이 많이 왔었는지 정말 추웠다.

화장실에 앉아있는 동생은 옆모습만 보일정도로 문을 열어놓고 눈은 늘 밖에서

기다리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었다. 정말로  간절하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혹시라도 저 놔두고 들어갈까봐 그랬을테지...

 

장독대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동생 재촉하며 기다리다 그 시간이 지루하고 따분하면

몇계단 더 올라 담장넘어 동네길을 바라보았다.

주홍빛 가로등밑에 하얗게 쌓이던 눈과 사그락하던 그 소리들...

가끔 개짓는 소리도 들려오고 멀리서 메밀묵 찹쌀떡...하는 외침도 들리던 그때

어린마음에도 어쩐지 숙연해지고 경건해지는 그때의 그 감정은 뭐였을까?

뭘 안다고 가슴 한구석이 싸아 해지면서 코끝도 찡 눈물도 슬그머니 고여올랐던 그때

 

오늘 가족들 간식으로 호빵을 찌면서 창밖에 바람소리 스산하고  창문 덜컹거리는

추운날 문득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으련만 싶었다.

그때의 그 어리지만 깨끗했던 순백의 마음으로 돌아가고픈 저녁이었다.

꼭 한번만 돌아가고픈 노란머리의 눈이 큰 아이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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