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아침일과를 마치고 열두시가 다 되어갈무렵 천진암엘 올라갔다.
지난주 신랑이랑 강변으로 천진암으로 돌아올땐 단풍이 조금 일러서 연두빛
은행잎을 보여주기에 아마도 이번주나 담주쯤이면 곱지 않을까 했었지...
단 며칠간... 일주일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가을은 저만치 달아날 준비를 했더구나
노란 은행잎은 나무보단 땅위에 더 많이 있었고 셔터를 누르는 내내 손이 시리다
생각했었다. 집에 돌아올무렵엔 손가락이 곱기 까지 할정도로...
이제 곧 겨울이 오실듯하다.
내가 사랑하는 자랑하는 우리동네 가을풍경...
절정이었다.
여름내내 도시사람들의 쉼터가 되어주던 계곡물은 사람들 다 빠져나간 그 자리를
빨강노랑 갈잎등... 색색의 고운 단풍이 차지하고 있었고 맑고 깨끗한 계곡물엔
이제막 새끼를 까놨는지 새카만 다슬기 아기들이 다닥다닥 하더라.
바위쪽 깊은물엔 손가락보다 조금더 큰 피라미 중터리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조금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계곡을 디카에 담아왔어~
결혼의 계절이기도 한 가을답게 하얀 웨딩드레스의 신부와 잘생긴 텃시도의 신랑이
풍경을 배경으로 웨딩촬영을 나왔던데 조금 추을듯 싶었다 신부의 그 가녀린 어깨가
하지만 이것은 보는 내 마음이겠지? 그 신부는 어쩜 전혀 춥지 않을지도 몰라...
사랑하는이와 백년가약을 맺는데 어찌 추위가 느껴질까나...ㅎㅎㅎ
계곡물위로 떠 흘러가는 색색의 단풍잎을 보면서 오늘이 시월의 마지막날이지?
이런날 어떻게 보낼까? 의미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을 했었어 난 아직은 젊은가봐...흐~
쓸쓸하기도 하지만 그 쓸쓸함조차 즐기는걸 보면 아직 마음이 늙진 않았구나
그런 생각...ㅎ 역시 가을은 사람을 참 센치하게 만든다.
돌아와 차를 주차하는데 밭에 정아엄마가 앉았는거야...
이런...며칠전 정아네밭에서 무우 서리를 했잖니 이실직고를 해야겠군 하며
다가가 인사를했지 김장배추와 무우 쪽파들을 심은 고랑에서 머리 푹 수그리고
뭔가 하던 정아엄마 고개를 들고 활짝 웃는다.
" 세상에 뭔 잡초가 뽑히지도 않고 뜯어내야 한다니..."
" 에고... 못보던거네? "
" 요샌 세상이 이상한지 평생 농사지으면서도 못보던 잡풀이 너무 많아~"
" 아주 질겨~ "
그렇더라 농사로 마흔을 넘기고 오십을 바라보는 정아엄마도 못보던 잡풀이
이곳 시골에 너무 많다는것은 야생화를 좋아하는 모든사람들이 걱정하는
바로 그 점인데....
" 나 지난번에 산밑 밭에서 무서리 했어 담에 맛있는거 사줄께~"
" 무사시하긴... 먹으라고 심는건데 어쩌...."
이러면서 나무라는 눈빛으로 웃는 정아엄마를 보며 역시... 참 좋은사람이야~
정말 사람냄새 진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더라.
사람이 많이 배우고 모양새만 의젓하고 곱다고 다 사람은 아니라 생각한다.
이렇게 배움이 짧아 늘 그것을 부끄러워하지만 시부모님 평생 모시며 아들딸
참하게 키워내며 흙속에 묻혀서 살아온 따뜻한 마음의 정아엄마와 아빠...
이들을 보면 난 참 편안해지고 따뜻해진다.
이제막 포기를 안기시작한 배추를 다 묶어줬기에 조금 늦었지 올핸? 했더니
비가 너무 많이와서 좀 늦게 심었더니 포기가 이제야 안기시작한다고 그러나
김장하기엔 무리가 없을꺼라고 하는 그녀의 새카만 얼굴위로 가을볕이 참
화사했어 물론 초록빛 짙은 배추와 청청한 무잎위에도....
한창 가을추수를 해서 갈무리를 해야하는때에 바깥일한다고 돌아다녀서
올핸 장아찌를 하나도 담그지 못했네 조금 더 있다가 김장철이 되면 시래기나
넉넉히 말려야하겠다. 겨울동안 된장넣고 푹 끓여 구수하고 따뜻한 영양식이
되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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