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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쉬는곳

아골에서 마음을 쉬게 해준 글

by 동숙 2013.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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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찔러 넣어도 손이 시리는

헐렁한 포켓 때문에

어깨가 더 움추려진 거리에서

주머니속 깊이 남겨진 동전 몇 닢을 꼭 쥐어본다,

 

고맙게도 겨울 밤 늦은 시간에

안식처로 돌아갈 여비가 있었다는 안도감으로

조물락 조물락, 

내 손바닥의 온기로 차츰 데워져

"쟁그랑" 그 얄팍한 소리로 시건방을 떨지만

내는 동전을 구박 할 여유가 없다,

 

이미 바람은

내 너덜너덜 벌어진 구두의 밑창을 발견했고

털이 숭숭 빠져버린 낡은 오버를 눈치 챘고

오뎅 한 작대기와 소주 한 병으로 겨우 허기를 면한

내 움추려진 몸통을 무자비하게 침범하고 있다,

 

겨우

바람을 피하여 막차 버스에 올라타면

몇 되지않는 당신들은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시체처럼 흔들렸고

버스보다 빨리 지나가는 소방차가

불쌍한 우리들를 깨우겠다고

빨리 달아나라고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지만

 

생선 비린내 풍기는 시장통 아줌마의 털신에 묻은 비늘은

낮처럼 깨어나 반짝이지 못 하고

풀어진 넥타이 차림의 3류회사 아저씨 구두의 광택도

어제처럼 깨어나 반짝이지 못 하고

죽어 있었다,

 

성애 낀 창 밖으로

버스보다 느린 밤이

느린 겨울이 절뚝이며 걸어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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