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4일 화요일~
딸아이와 친구와 함께 태백의 두문동재를 시작으로 백두대간을 걸어 검룡소로 내려왔다.
다들 더운 여름에 뭣땀시 산에 가느냐 하는데 사실 여름산은 생각보다 시원하다는것을 다녀본 사람만 안다는,,,
그대신 땀을 많이 흘리기에 철저히 산행준비를 해야 한다는 철칙을 지킨다면 무더운 여름 산행의 시원 통쾌함을
맛볼수있다는것을 알려주고 싶다.
7시에 출발해 세시간 가량 달려 두문동재에 도착해 출입증을 교부받고 서늘한 숲에 들어섰다.
두문동재 분주령길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두문동재 탐방소의 주차장은 협소해 주말엔 주차하기 곤란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평일이어서 주차를 하고
예약확인과 출입증을 받았다.
숲이 서늘하다.
역시 태벡의 고산이구나 싶었다.
첫 눈을 맞춰준 이쁜이는 동자꽃이었다.
동자꽃도 거의 끝물인듯 보인다.
쥐손이과의 아이들은 참 헛갈리는,,,,
이질풀이라 부르던 아이인데 쥐손이풀이란다.
부르는 사람마다 제각각의 이름이니 어찌 그 이름을 제대로 불러줄까나
노란 짚산나물의 꽃이 그야말로 지천이다.
약재로도 쓰이는 아이이지만 이제는 약효를 포스팅 하지 않기로 했다.
짚신나물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 아이의 열매가 하도 여기저기 잘 붙어서 그렇단다.
숲에 들어갔다 나오면 짚신에 붙어있는 열매땜시 그리 붙었다는데
지금도 숲을 다녀오면 옷 가장자리에 꽤 붙어있어 성가시게 하는 아이이다.
며느리밥풀꽃이다.
이 아이도 종류가 꽤 많다.
예전엔 이름을 찾아 포스팅을 했었는데 요즘은 그냥 며느리밥풀꽃이라 부른다.
그나마 며느리 밥풀꽃을 아는것만도 어디냐 하며 나름 변명을 한다,,,ㅋ
맛있는 산나물 참취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곰취는 벌써 꽃이 지고 없던데
참취는 꽤 오랜기간 꽃을 보여준다.
여름꽃 마타리의 노란빛이 눈에 들어온다.
하도 흔하여 평소엔 썩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짙은 초록의 숲 가장자리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마타리는 매력적이었다.
오리방풀 보라빛 앙증맞은 아이도 보이고,,,
흰 송이풀도 드문 보였다.
쥐손이 집안의 둥근이질풀의 고운 분홍이 대세였다고 할까?
그러고 보니 함백의 만항재에서도 이곳처럼 흐드러지게 피었더랬지 싶다.
그렇게 딸아이와 친구를 앞서 보내며 꽃에 홀려 걷다보니
첫 삼거리에 도달했다.
고목나무샘으로 바로 갈까?
금대봉으로 올라 볼까 잠깐 의견을 나누고 우리는 금대봉을 오르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평지길이었으나 이제 슬그머니 오르막이 시작된다.
덥다고 산에 다니기를 소홀히 했었는데 아마도 오늘 그 나태함의 댓가를 치르지 싶었다.
층층이꽃이 자주 눈에 뜨인다.
욘석 울 뒷산에도 꽤 많았는데 어느날 가보니 홀딱 없어졌었지~
그러고 보니 뒷산에서 사라진 아이들이 꽤 된다.
자주꽃방망이도 용담도 보이지 않았다.
참 섭하다.
누군가의 손을 타서 그렇게 점점 숫자를 줄이다 결국 없어지는 아이들
뒷산의 할미꽃도 지금은 개체수가 꽤 많이 줄었다.
역시나 저질체력~ㅋ
오르막을 오르는 내내 누군가 뒤에서 잡아 다니듯 힘들었다.
쉼터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물도 마시는데
머리위 나뭇잎의 하트가 참 이쁘다.
언젠가 딸아이와 서울숲에서 만났던 계수나무의 그 하트가 떠오른다.
지금 이 하트나뭇잎은 피나무의 잎이다.
숲이 깊어 그런가 공기가 차게 느껴진다.
겨울에도 산을 오르면 땀은 나기 마련이고 여름이니 당연 땀은 흐른다.
그러나 잠시 바람이 지나면 서늘함이 마치 에어컨 찬바람을 맞는듯,,,
딸 아이에게 물었다 어떤 느낌인지
딸은 엄마가 더운데 왜 산에 가는지 이해가 충분 된다고 웃는다.
이렇게 시원할불은 짐작도 못했다 한다.
친구와 앞서 오르는 딸애가 기특하다.
지난번 검단산에 데리고 올라가봤을때 이정도의 산행은 충분하겠지 생각했는데
역시 서두르지 않고 차분차분 오르는게 딱 제 성품과 닮았다.
아마도 앞으로도 내 산행에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진범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
팔월후반에서 구월경 피어나는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진범과 투구꽃 그리고 백부자는 비슷하게 생겨 구분이 쉽지 않다.
그러고 보니 남한산성의 백부자꽃이 필때가 되어간다.
올해는 꼭 만나러 가야지 다짐해본다.
깊은 태백의 숲에는 나무들의 모양이 독특하게 생긴것이 꽤 많다.
혹독한 추위와 바람을 그리고 긴 시간을 겪어낸 그 모습들에 자꾸 눈이 간다.
사진으로 보기엔 크기가 짐작이 되지 않지만 꽤 큰 나무이다.
금대봉에 도착했다.
뭐,,, 조망은 없다~
겨우 200M 올라왔는데 어찌나 힘들던지~~ㅋㅋ
쉼없이 곧바로 고목나무샘 방향으로 내리막을 내려갔다.
혹 간밤에 비라도 오셨던가?
돌과 나무뿌리에 물기가 많은 내리막길이 미끄럽다.
딸아이가 스틱을 달라고 한다.
오르막은 차분 오르는데 내리막은 늘 불안스럽다.
금대봉에서 내려와 분주령가는길과 만나고 나니 완전 땡볕이다.
그동안의 숲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새삼 느끼게 되더라는,,,
그러나 늘 그렇듯 숲보다 이렇게 햇빛 가득한 고원에 꽃이 지천이다.
늦은 동자꽃부터 쥐손이 집안의 아이들 마타리 층층이꽃 등등
눈이 황홀하고 맘이 설렌다.
이 아이는 처음 만났다.
마치 담배출을 닮았는데 꽤 크다.
작은 해바라기 같다고 할까나?
왕담배풀 혹은 여우오줌이라 불리는 아이였다.
분주령 구간에 제일 흔한 아이였다.
저기 완만히 보이는 언덕이 금대봉이다.
마치부드러운 풀밭처럼 보이는 저곳은 하늘이 잘 드러나지 않는 깊은 숲길이었다.
분홍빛 각시취꽃이 피기 시작했다.
마치 천일홍꽃과 닮았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그 겹겹의 꽃잎이 참 곱다.
햇빛 내리쬐는 등성을 걸어가는 딸아이와 친구의 모습이 아직은 지친 느낌이 없다.
길가에 늘어선 둥근이질풀의 분홍빛이 걸음을 늦추게 하는데
두사람은 그저 걷는게 더 좋은가보다.
따라가기 힘들어~~~
비행접시를 닮은 회나무 열매
조금 더 있으면 저 오각을 펼치고 붉은 열매를 내보이겠지?
까실쑥부쟁이 꽃도 피어나기 시작한다.
여름꽃이라 불리기 보다 가을꽃이 더 어울리는데,,,
그러고 보니 걷는 내내 가을느낌을 살짝 받았다면 너무 성급한것일까?
돌배가 노랗게 익어 밤처럼 툭툭 떨어지고
노랗게 붉게 물들던 성급한 낙엽은 과연 무엇일까?
멀리 태백의 능선들이 보이는 등성이엔 황금빛 마타리가 춤춘다.
하늘의 두터운 구름은 뜨거운 햇볕을 가두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뒷덜미에 짜릿한 감촉으로 남아있다.
저 구름은 높은 태백을 결국 넘지 못하였던지
하산하며 맞은 비는 그야말로 오랜만에 보는 폭우였다.
덕분에 맘 저 밑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으로 태백과 안녕을 했었다.
앗~~~~!!!!
제비고깔~~ㅎㅎ
이렇게 짙은 제비골깔은 처음이다.
어찌나 기쁘던지 절로 환호성이 나오더라는
이 아이는 투구꽃이다.
아까의 진범과 비슷한 모양새나 자세히 보면 차이가 난다.
산솜방망이의 꽃도 가끔 보였다.
짙은 주황빛이 또다른 느낌으로,,,
그렇게 햇빛 뜨거운 등성이에서 꽃에 홀려 있는동안 딸아이와 친구는 무료했겠다.
나는 그야말로 머리 꽃 꽂은듯 널뛰고 신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녔으나
둘은 얼마나 심심했을꼬~~~ㅋㅋㅋ
덕분에 어디선지 목 뒷덜미에 물렸던지 알러진지 우둘두둘 엄청나게 돋아나
가렵고 쓰리고 돌아와 톡톡히 그 댓가를 치르고 있는중이다.
그렇게 땡볕을 벗어나 고목나무샘으로 내려가는 계단길을 만났다.
바람길이련가?
어찌나 시원하던지 그곳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간식을 먹고 쉼을 했다.
데크라 평탄해서인지 아니면 그 시원한 바람때문인지 딱 한잠 들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며 동의를 구하니 둘은 마치 맞춘듯 아니~~ 한다.
어차피 국립공원이라 채취는 못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곰취는 아주 드문 보이고
참나물은 그야말로 지천이다.
참나물 흰꽃이 안개마냥 피어난다.
데크에 걸려서 스틱의 아랫단이 빠졌다는 딸래미
다시 맞춰 조여주고 또 걸음을 재촉해본다.
신기하다.
이 꼭대기에서 물이 솟아나고 있다.
뭐 많이는 아니다 말 그대로 샘
그런데 물의 온도가 서늘하다.
잠깐 끈적이는 손도 씻어내고 땀을 닦았다.
샘이 있는것만 봐도 이곳이 습하다는것을 알겠는데
나무둥치에 버섯이 자란다.
마치 울 뒷산의 약수터 같은 느낌?
먼 태백까지 와서 천고지가 훨 넘는 고산에서
뒷산의 약수터를 떠올리다니,,,,ㅋ
또다시 깊은 숲을 지나며 희안하게 생긴 나무들을 만나고
딸아이와 친구는 여전히 한눈파느라 뒤쳐진 나를 기다려주고
마디마디 노란꽃이 피어나는 담배풀도 만나고,,,
쉼터에서 다시 만난 제비고깔~
이미 봤지만 자꾸만 또 보고픈 아이였다.
초입에서 잠깐 만났던 잔대와 모싯대들이
분주령길엔 흔하게 눈에 뜨인다.
연보라빛 작은 종이 딸랑딸랑 소리를 낼듯~
살짝 오르막 또 살짝 내리막이 연신 나타나고
드러난 나무뿌리는 산행시 미끄럼틀과 다름없다.
딸아이에게 돌이나 나뭇가지 나무뿌리는 특히 주의하라 일렀다.
가끔 눈에 들어오는 흰모싯대
멋진 숲길을 걷는 행복한 순간들,,,
팔뻣은 커다란 나무에서 딸아이와 인증샷도 한장 남기고
혹여 힘들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앞서가는 딸애를 보면서
젊음이 좋긴 좋구나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쉼터를 지나 언덕을 하나 넘고 나니
우와 참 멋지다~~
대단한 침엽수림이다.
어쩐지 마음까지 마구 마구 쭉 뻣어나가는듯 했다.
여기서 잠깐 친구들과 이곳엘 오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멀어서 그렇지 걷는 내내 감탄할 풍경들이었다.
앞서가는 친구의 모습도 한장 담고
뒤에 오던 딸램의 사진도 담고
그런데 딸램 사진이 많이 흔들렸다.
노란 물봉선도 한장 담고
하얀 물봉선도 담고
유난히 작았던 이제 막 봉우리를 터트리는
병조희풀도 담았다.
침엽수림을 지나자 다시 활엽수림속으로
갈퀴와 벌개미취 흐드러진 분주령에 도착했다.
마치 돌배과수원인듯 돌배나무가 많았던 이곳에서
노랗게 잘 익은 돌배를 주워왔다.
잘 손질해 술담가 내년에 친구들과 한잔 나눠야지~~^^
대덕산을 오르기엔 시간이 좀 촉박했다.
내가 꽃구경에 시간을 넘 소비했나 싶었다.
결국 대덕산은 포기하고 그냥 검룡소로 내려가기로,,,
검룡소에 들렸다 가면 아마도 집에 돌아가기 딱 맞는 시간일듯 싶었다.
검룡소 내려오는 길에 만난 톱풀
자세히 관찰하며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렇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톱풀 몇포기를 만나니 더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주령에서 검룡소까지 내려오는 길은 딱 산속의 고속도로이다.
길이 어찌나 넓은지 처음엔 좋았는데 나중은 심심터라.
활량나물의 꽃도 피어있다.
이애의 이름이 궁금하다.
처음 보는 아이였는데,,,
마치 가시처럼 날카로워 길가에 피어있는게 위험해 보일 정도였다.
반갑고 정스런 연보라빛 벌개미취 꽃에도 눈길을 주고,,,
배초향 잎파리를 뜯어 그 독특한 냄새도 맡아보았다.
덕유산에서 만났던 속단
이곳 태백에서 만나니 또 반갑더라.
그렇게 세심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입구에서 받았던 출입증을 돌려주고
세심교 건너 검룡소를 갔다.
저렇게 나뭇잎은 이르게 단풍이 들고 있었다.
마치 가을처럼,,,
탐스런 하얀 꽃을 피웠을 백당나무에는
노랗게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검룡소이다.
물이 얼마나 찬지 뽀얗게 물안개가 올라온다.
검룡소 안내판을 읽어보고
한강은 참 멀리서도 시작했구나
참 멀리도 흘러왔구나
새삼 거리가 가늠되었다.
퐁퐁 샘솟는것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저 작은 웅덩이 같았는데
수량이 얼마나 풍부하던지 이 가뭄에도
힘차게 흐르는 검룡소의 물이 대견하다.
사람들은 참 무지하다고 해야하나?
부러 표지판까지 세워 놓았다.
제발 이곳에 동전을 던지지 말라고,,,
그러나 표지판이 무색하게 여전히 검룡소 샘엔
저렇게 동전이 반짝이고 있었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검룡소를 보고 내려오는데 기어이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세심교를 건널때부터 쿠릉거리던 하늘은
기어이 비를 내린다.
비구경이 얼마만인가,,,
그다지 싫지 않고 반가웠다.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검룡소 주차장까지 내려왔다.
택시를 부르고 기다리는 동안 잠깐 멈춰주더니
택시를 타고 두문동재로 가는 동안 엄청나게 퍼붓는다.
오르막 도로는 금세 작은 물길이 생기고
와이퍼가 아무리 열심히 움직여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기사님께 오늘이 시원한거예요 하고 물으니
어제오늘이 더운데요 하신다.
헐,,, 이렇게 시원하게 느껴지는데 이게 더운거라니,,,ㅋㅋ
역시 태백이다.
두문동재 주차장에 도착하니 비가 거짓말처럼 그친다.
32000 정도 나온 미터요금을 무시하고 30000을 받으신다.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고 집으로 향하는 동안 정선을 지나 영월에 이르기까지
가끔 비가 내리고 멈추고 한다.
제천부터는 여전히 후덥한 바깥이다.
그렇게 돌아와 고생한 친구와 딸아이와 저녁을 먹었다.
조금 먼 길이었지만 한여름의 태백 나들이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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