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이들은 다들 제 스케줄에 집을 비우고
신랑도 출타약속이 잡혀있어서 친구와 단촐하니 산행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용문산
집에서 제일 가까운 1000고지의 산이기도 하고 친정 가는 길에 늘 바라만 보던 산이어서
사실 그렇게 두렵지 않았는데 산은 늘 두려움을 품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준 산으로 기억되겠다.
일봉 가섭봉이 1157로 장군봉 백운봉 함안봉 등등 많은 봉우리를 품고 있는 산이었다.
코스 선택도 하필 제일 난해한 코스를 선택해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정상은 밟지도 못하고
돌아와 며칠동안 생전 앓지 않던 다리통증을 다 느껴야 했다.
시간은 짧으나 암벽, 너덜, 계곡, 등등이 꽤 가파른 산이었다 라고 기억된다.
용문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살펴보니 지난번 왔던때와 또 다르다.
못보던 건축물들과 공사로 조금 번잡스러웠다고 할까?
바라보이는 산은 짙은 안개에 쌓여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날이 찰거라는 일기예보에 두둑 껴입고 왔는데,,,
일주문 지나 용문사로 들어가는 산책길은 마치 깊은 가을같은 느낌이었다.
나중 결국은 옷을 하나 벗어 배낭에 넣고 가벼이 올랐다.
사대천왕문은 지난번 왔을때는 본 기억이 없다.
그때도 공사로 어수선 하더니 아마도 단장중이 아니었을까 싶다.
경내를 가로지르며 그 유명한 용문사의 천년 은행나무도 보고
또 새로이 꾸며진 찾은이의 기원을 담은 노란 은행잎을 닮은 종이를 은행나무 주변으로 쭈욱 매달아 놨었다.
절을 지나며 등산로가 시작되었다.
오르는 내내 맑은 계곡을 끼고 걷게 되었는데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이곳에 내년 봄쯤 다시 와야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사실 다녀온 지금은 망설임이 더 크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웠던 산행이었다.
1km쯤 지났을때 부터 안개가 자욱 흐르기 시작했다.
몽환적 느낌이 꽤 멋지게 느껴졌었는데 이 안개는 산등성이를 올라야 겨우 벗어날수 있었다.
나중엔 안개만 없었어도 하고 조금전의 그 몽환적이라 멋지다 라는 생각이 성급했던것을 인정하였다.
가파르고 수없이 많은 돌을 건너다녀야 하고 게다가 내가 끔찍히도 싫어하는 계단까지,,,
완전 총집합이 아닌가,,,ㅋㅋ
용각바위 부근부터는 눈도 보였다.
그만큼 춥다는 이야기?
마치 벗꽃이 피어난듯,,,
나뭇가지에 피어난 서리꽃이 아름다웠다.
마당바위,,,
카메라 렌즈를 단렌즈 하나만 장착하고 갔더니 그 모습을 다 담을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 마당바위를 지나면서 어쩌다 보니 처음 오르기로 마음먹었던 길을 잃었다.
그것도 나중에서야 알아채는 어이없는 상황~
아마도 이곳이 길을 잃게된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이정표가 있었던것인지,,,
안개땜시 홀려 못보고 지나쳤던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여직 올라온것과 비교불가한 까까지른 비탈을 게다가 눈과얼음으로 무장한길을
헉헉대며 오르다 결국은 아이젠을 장착했다.
자욱한 안개속의 친구 뒤로 보이는 등성이가 상원사에서 오르는 등성이었다.
어쩌다 이쪽으로 오르게 되었는지,,,ㅋ
이때는 뭐 올랐으니 이쪽으로 가면 되겠지 라고 쉽게 생각했었으나
바위를 기어 올라가고 밧줄도 타고 아슬한 계단도 오르는 길이 끝없이 나타나 진을 빼놓았다.
삼십분쯤을 더 가다가 결국 이곳에서 포기를 결정했다.
친구에게는 너무 미안했지만,,,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아찔해지는 정신을 가다듬어도 도저히
더이상 앞으로 갈수가 없었다.
저기 통신탑이 있는 가섭봉까지 가려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암벽을 가야만 했다.
지금까지 지나온 암벽만으로도 나는 기력이 다 한 느낌이어서 계속 가다간
필시 사고라도 나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바로 963m
200m를 남겨놓고 포기하며 아쉬운 마음이 들었으나
다음엔 이 코스가 아닌 다른 코스로 다시 도전을 해봐야지 싶다.
하산길은 올라왔던 길이 아닌 상원사쪽으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내려오다 늦은 식사를 하고 잠깐의 휴식후 가파른 너덜내리막을 내려오는데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을날 바로 옆 중원산에 다녀올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참 악몽의 산으로 기억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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