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와 잠깐 쉼을 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딸아이의 퇴근길을 도우러 서울로 다녀와야 하는지라 서둘러 저녁을 지어놓고 원래의 시간보다
조금 일찍 7시 30분경 집을 나섰다.
수납장 저 구석에 처박혀 있던 플래시를 꺼내고 가다가 마트에 들려 배터리도 사고 그렇게 남한산성 야경을 보러
나서는 길이었는데 밤중 산을 찾기는 아마도 처음이지 싶다.
주차장에 차를 세울것을,,,, 욕심을 내 국청사 방향으로 오를 수 있는 곳까지 올라 갓길에 차를 세우고 성곽으로 가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다들 내려오는 길이었지만 아이가 함께인 가족도 있고 연인들도 청년들도 있어
역시 남한산성 밤길은 그다지 무섭지 않구나~ 내심 안심을 했다.
서문(우익 문)에 도착하고 성 밖으로 나갔는데 캄캄한 밤이라 그런지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무섭지 않은 척 걸음을 빨리 하는데 하늘이 번쩍 하더니 곧이어 우르릉 천둥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ㅜㅜ
그렇게 몇번 우르릉 울음을 토하더니 기어이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를 때 보이던 사람의 흔적은 전혀
없는 게다가 풀은 거의 내 어깨까지 오는 좁은 성 밖길을 걷는 것은 낮에 그렇게나 자주 찾아오던 남한산성 익숙한
길이 아니었다. 조금만 가면 전망대가 나올꺼야 나를 안심시키며 거의 뛰다시피 걷는데 마치 옆에서 손이 쑥 나와
나를 잡아끌것만 같은 무서움이 자꾸 몸을 굳게 만들었다.
빗물과 땀에 흠뻑 젖어 가슴이 터질 듯 숨이 몰아 쉬어져도 멈추지 못하고 그저 뛰듯 걸었다.
한참을 걸어도 전망대는 나오지 않고 길을 잃은듯한 느낌이 들어 두려웠으나 어차피 하나밖에 없는 길이니 계속
걷다 보면 성안으로 들어가는 암문이라도 나오겠지 하며 얼마간 걸어가자 드디어 암문을 만나고 성안으로 들어와
성곽을 따라 걷는데 역시 성 밖 보다 관리가 되어 길이 널찍하고 깨끗해 걸을만했다.
야경이고 뭐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저 빨리 국청사로 되돌아가고 싶었으나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샛길은
플래시로 비춰도 너무 어두워 엄두가 나지 않아서 큰길로만 걷다 보니 남문(지화문)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세상에 밤길은 사람을 홀린다더니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이곳이 나타나는지 어리둥절했다.
그래도 찻길을 따라 걷는 시간은 마음이 안심이 되어 그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그러나 차를 국청사 근처에 세웠는지라 또 컴컴한 숲길을 올라 차가 저만치 보이니 그렇게나 반가울 수가 없었다.
갑자기 발밑이 물컹해서 깜짝 놀라 내려다보니 내 손바닥 만한 두꺼비를 밟은 게 아닌가~ㅋ
혹여 이 애가 죽었으면 어쩌나 싶어 플래시를 비추며 잠깐 바라보니 다행히 느릿느릿 걸어가더라는~~
굉장한 경험을 했다.
다시는 혼자 밤중에 산에 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과~
그리고 하루를 건너 이번엔 낮에 다시 찾은 남한산성
이번엔 장경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성곽을 따라 동장대터로 가서 암문을 나가 벌봉과 남한산을 둘러보았다.
덥긴 했으나 하늘이 너무 이쁘던 기분 좋은 날이었다.
남한산에 있는 백부자가 얼마큼 자랐는지 보러 나선길이라 마음이 살짝 들떠 있었는지라 더 즐거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ㅜㅜ
백부자 자생지는 다리에 힘이 다 풀릴 정도로 엉망이었다.
얼마 전 보았을 때도 잘 자라고 있어서 개체수도 늘어나 보여서 흐뭇했는데 누군가 캐가고 또 꺾어놓고 했더라는,,,
에효 정말 못된 손모가지 들이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대를 했는데 예전처럼 백부자 자생지라는 표식이 없었다면 사람들이 몰랐을 수도 있을 텐데
그 표식을 해놔서 손을 탔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남한산성을 찾는 이유 하나가 줄어드는 듯해서 다리에 힘이 다 풀렸던 슬픈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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