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비가 많이 내린다.
늘 토요일이면 산을 찾았던지라 이번 주도 역시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데 비가 많이 내려서 산은 위험하지 싶어
이번엔 치악산 둘레길 3코스로 정하고 걷는 데까지 걷고 돌아오자 마음먹었다.
오전 8시경 도착한 치악산 국립공원 주차장은 차가 한대 서 있었다.
하긴 이렇게 비가 오시는데 게다가 오늘 하루종일 예보가 되어있는데 누가 산을 찾을까?
차를 세우고 배낭을 메고 우산을 쓰고 대충 봐왔던 둘레길로 걸음을 옮기는데 희한하게 둘레길 표지판이 보이지
않아 핸드폰으로 살펴보니 팬션촌을 한참 끼고 걷다가 도로로 나왔다가 다시 마을로 들어가야 한단다.
이제 알았으니 출발해보자 하고 걷는데 빗속을 걷는 것도 꽤 오랜만이라 느낌이 참 좋았다.
시작부터 지금까지는 약 3km 정도 걸었는데 정겨운 시골의 풍경과 함께여서 우산 속에서 그 풍경을 보며 마음이 몽실
해졌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산길이었다.
비덕분에 사람이 적었으나 그래도 화장실 옆에 몇 대의 차가 주차된 것을 보면 나처럼 우중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분명 앞서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편안한 산책길을 걷다가 심심하다 싶을때 낙엽송 숲이 나타나고 거기서 사람들도 없으니 비에 젖은 짚라인에 올라
휘익 건너보니 의외로 재미나서 한번 더 타고나니 엉덩이가 다 젖었었다.
그래도 무척이나 신이나 자꾸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나타난 길은 이젠 완연한 산길 좁은 산길을 걷다가 비에 떨어졌던가 똘배들이 바닥에 뒹굴기에 주워왔다.
몇 년 전 금대봉에 갔을 때 떨어진 똘배를 주워와 술을 부었는데 후에 그 술이 어찌나 달콤하고 맛나던지 소주는 입에도
못 대는 내가 그렇게 맛나게 느낀 담금주는 처음이지 싶었다.
나중 혹 똘배를 또 만나면 그때는 꼭 주워와야지 했는데 이제 벌써 똘배가 떨어지는 철이 되어가는 것을 보니 그렇게
지루하던 긴 여름이 끝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눈에 번쩍 띈 뻐꾹나리는 또 어떤가~
역시나 몇 년 전 남쪽 멀리 고창의 선운사에 갔을 때 처음으로 야생에서 뻐꾹나리를 만나고 너무 신기했던 기억
나는 뻐꾹나리는 남쪽에서만 자라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치악산에도 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레너미재 거의 다 갔으나 비는 더 퍼붓기 시작하고 다리도 슬슬 아파오고 옷은 거의 다 젖고 그만 되돌아오기로 했다.
부지런히 걸어 돌아오는 길 마을길에 능소화가 멋져 담아보긴 했는데 역시나 능소화가 타고 올라가면 나무는 살지 못하는 게 확실한 듯,,,
이렇게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완전 물에 빠진 생쥐꼴~ㅎ
그래도 엄니 댁에 들리기로 했으니 양평으로 향했다.
엄니댁 도착하니 비는 언제 왔냐 그쳐있었고 해까지 빼꼼 고개를 내미니 무더웠다.
밭을 한 바퀴 돌아보니 가을 수확물이 잘 여물어가고 있었다.
얌빈이며 토마토 가지 그리고 울 애들이 좋아하는 호박잎까지 잔뜩 얻어왔다.
매번 친정에 가면 가져가라는 엄니와 필요치 않다는 나는 실랑이를 하는데 이번엔 그래도 몇 가지 가져왔다.
여든이 넘으신 친정부모님은 해마다 더 늙으시는 듯해서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저렇게 건강하신 게 얼마나
감사한지,,,
입맛 없으실 때 한 캔씩 드시라고 그린 비아를 두 박스 들여놓고 왔는데 잘 드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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