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며칠간 날이 꾸정하다.
주말엔 모처럼 뒹굴거리며 쉼을 하고
어젠 강변길을 돌았다.
혹여 벗꽃의 피었으려나,,,
연인 티비에서 서울의 벗꽃을 이야기 하기에 혹시나 했지만 역시 우리동네는 늦다.
아마도 주말쯤? 그것도 날씨가 화창했을때의 이야기다.
오늘은 아침에 뒷산으로 향했다.
카메라 둘러메고 커피보온병과 샌드위치 한쪽 챙겨서 빈속으로 출발했다.
올 처음 오르던날 두어번 쉬어가던 첫 오름은 천천히 오르고,,,
등짝에서 땀이 솟는게 느껴진다.
목이 허전하다 싶어 둘렀던 스카프가 거주장스레 느껴지는것을 보니 조금 덥다.
초입부터 참꽃 진달래가 활짝 피어나 맞이한다.
작년엔 저 꽃잎을 커다란 바구니로 한바구니 따다가 효소를 담구느라 얼마나 고생했었는데,,,ㅋ
꽃술을 다 떼어내야 독소가 제거된다.
밤새 진달래 바구니를 들여다보니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들어 보이던 경험.
차곡 병에 담고 설탕을 재우고 다시 넣고 반복을 해서 담그니 겨우 꿀병으로 한병
그것도 나중 효소로는 사이다 한병정도의 양만 겨우 채취했었다.
붉은 색상이나 향이나 맛은 정말 끝내주게 좋았으나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채취된 양은 턱없이 적어 아껴서 먹었던 진달래효소~
정말 숨이 끊어질듯한 두번째 오름도 쉬지않고 걸었다.
그 고통끝에는 이렇게 멋진 풍경이 자리하고 있는것을 알기에,,,
아침엔 햇살이 참 좋았다.
화사한 봄 햇살과 멀리 보이던 팔당댐의 풍경이 늘 그렇지만 내속에 쌓인 앙금을 씻어내준다.
보온병을 열어 커피한잔 따르고 은박지의 샌드위치도 한조각 먹었다.
저쪽에서 오르던 한 산객이 웃으며 인사를 한다.
마주 인사하며 커피한잔 드실래요,,,는 입안으로만~ㅋ
지난주에는 겨우 봉우리 맺고 있던 진달래가 만개를 한 대신
노란빛을 숲에 뿌리던 생강나무와 자세히 봐야 볼수있는 올괴불나무의 꽃은 물러났다.
숲은 이제 막 봄옷으로 갈아입는듯
더욱 생기로운 모습이었다.
며칠전과 또 다른 풍경을 보며 안씨네 종산으로 내려오기로 마음먹었다.
그곳 햇살바른 묘지에 보면 뭔가 새로운 아이들이 또 태어나고 있겠지.
숲 가장자리에 너무 이른 산벗꽃이 한그루 피어있었다.
아직은 이른데,,,
나무 둥치가 거의 내 허리만큼 될 오래묵은 산벗나무는 화사한 꽃잎을 가만 가만 흔들며
잘 가라 인사를 해주는듯 느껴졌다.
마치 거짓말처럼,,,
내가 바로 전까지 헛것을 느낀것처럼 하늘이 시커멓게 변한다.
그 화사했던 아침 햇님은 자취를 감췄다.
그래도 무덤가라 썩 어두운 느낌은 아니었으나
옷깃속을 파고드는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지는걸 보면 태양의 온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붉은빛 명자나무가 꽃망울을 가득 매달고 있었다.
툭 벌어져 화사하게 인사를 하는 명자꽃이 요염해 보였다.
분홍빛 명자꽃은 아직 입을 앙 다물고 있었다.
겨우 피어난 한송이를 카메라에 담고 담에 올땐 고운 분홍빛을 보여주렴,,,
무갑산 계곡에 가면 산자고 꽃이 지천이다.
지난주 찾았을땐 너무 일러서 아주 작은 봉우리들만 보고 다음을 기약했었다.
무덤가의 산자고는 키가 아주 작다.
물론 꽃송이도 작은데,,,
이 양지바른 장소의 산자고도 아직 이렇게 꽃망울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었다.
숲과의 경계에서 실한 달래를 한묶음쯤 봤다.
올해 잘 자라 씨 훨훨 뿌리렴~
내년에 만나자~ㅋ
올 첫 민들레를 담았다.
벌써 여러번 노란민들레를 보았으나
그닥 설레지 않아서 카메라를 꺼내지 않았는데,,,
오늘 이아이를 보는 순간은 내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
어디보자~~
꽃차례가 뒤로 홀랑 뒤집어진것을 보니 넌 우리 토종은 아니구나~~ㅎㅎ
지난번 보았을땐 바닥을 박박 기어가듯 피었더니
제법 키 비죽이고 자라난 할미꽃.
이 아이는 보라빛 제비꽃을 품고 있었다.
저보다 동생인것을 아는게지,,,
고산의 제비꽃은 꿈꾸듯 환상적인 보라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보는 이 제비꽃은 이렇게 적나라한 보라빛을 가지고 있다.
대게 줄무늬라도 가지고 있는데 이 녀석은 완전한 보라였다.
보라빛 아주가를 만나니 또 그곳이 생각난다.
분홍빛과 흰빛의 아주가가 있는 그곳
솜털옷 겹겹 둘러입고 이제 막 피어가는 꿀풀 아주가.
이 아이도 내가 참 좋아하는 아이다.
잔잔한 흰 꽃송이가 마치 부케처럼 청초하고 탐스러운,,,
돌아오며 둘러봐도 이제 막 꽃망울 맺고 있던데
이 조팝나무 한줄기만 이맇게 꽃을 피웠다.
참 희안하데이~~
어찌 혼자 이리 만개를 했을꼬?
누군가 급히 보고픈 사람이 있었을꼬?
요녀석은 지금부터 가을까지 내내 말없이 곁을 지켜줄 아이~
노란 양지꽃도 담아보았다.
이 노란색이 의외로 카메라에 잘 담기지 않는다.
담아놓고 봐도 늘 뭔가 아쉬운 아이,,,
산길을 내려와 다시 집으로 향하는 동네길,,,
모판을 준비하려는지 맨 윗논엔 물을 대었다.
저 논두렁 사이로 꽤 여러분이 농사준비를 하고 게셨다.
며칠 내려준 비로 인해 흙내가 더 짙어진 퇴촌.
산밑에 작은 비닐하우스가 하나 있다.
서울사는 내또래의 부부가 그 땅을 구입해 주말이면 내려와 이것저것 농사를 지으신다.
한번은 인사하고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다보니
그분은 내 모교의 선생님이셨다.
반가워 여쭙다보니 내 여중시절 도덕선생님은 아직도 그곳에 근무를 하신다고,,,
그런 인연이 있는 선생님댁 하우스 입구에 민들레가 곱게 피어있다.
삼둥이~~ㅎㅎ
커다란 매실나무 몇그루가 하우스 옆에 있다.
매실꽃이 너무 탐스러워 한컷 담아보고~~
동네어귀에 다 다르니 양지바른 한쪽에 마치 심은듯 피어있던 탐스런 제비꽃
누가 심은것은 분명 아니다.
햇빛이 좋아 그런지 올망졸망 모여 피어난 제비꽃이 사랑스럽다.
너는 토종이구나~
꽃차례도 딱 올라붙은 하얀 민들레,,,
논둑에 제법 피어있었다.
도시 같았으면 아마도 싹쓰리 되었겠지?
귀한 약재이기도 하니,,,
어느새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졌다.
얼마전 이 길을 걸을땐 봉우리에 몇몇 겨우 꽃잎을 벌렸었는데,,,
저 아래 노랑병아리도 풀어놓고 싶은 마음.
그러고 보니 올해 목련을 제대로 담아보지 못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스쳐 지나기만 했을뿐,,,
어느덧 목련은 누렇게 시들기 시작한다.
우아한 꽃잎의 모양새와
고귀해보이는 뽀얀 색상의 목련은
지는 모습은 참 추레하단 느낌이 든다.
정아네 연탄광엪에 아기 고양이 한마리,,,
조그만 녀석이 날래기도 하지
눈 맞춤하면 뽀르르 달아난다.
난,,, 그저 네가 사랑스러울 뿐인데,,,
뽀르르 뛰어다니는 아기고양이를 지키는 아빠?
숫놈이 분명하다 땅콩을 봤으니~
난 이녀석을 보고 단비를 떠올렸다.
혹,,, 우리 단비가?
부지런 쫒아다니며 단비야~ 단비야~ 불렀으나 아는체도 않는다.
아마 시간이 지나서 날 잊은게야,,,
서운하지 않아 네가 단비이기만 하다면.
겨우 녀석의 멈춤 모습을 보니
단비가 아니었다.
돌아와 블로그에서 단비를 불러내 한참 들여다 보았다.
가슴 저 깊은곳이 찌르르 아프다.
아직까지도 그때처럼 아프다.
부러 눈을 돌린다.
그 아픔이 생생해지는게 싫어서,,,
집에 돌아와 씻고 비누를 만들고 박스포장을 끝내고,,,
세탁기에서 알림음이 들리기에 세탁물을 널어놓고.
모여라에 들어가 친구와 실없이 농담을 했다.
그런날 있다.
무엇을 해도 무엇을 하는것인지 모르겠는 날.
그닥 배고픔도 즐거움도 모르겠는 날.
마치 허수아비 처럼 넋 놓고 하루를 살아가는 그런 날.
다 저녁 퇴근하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삶이 참 팍팍하다는 하소연,,,
난 해줄게 없다 그냥 오랫동안 친구의 말에 귀 귀울여 주는것 뿐.
한시간이 훌쩍 넘고
그제야 친구의 목소리에 설핏 편안함이 보인다.
그것으로 되었다.
덕분에 나도 오늘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살아가는지 그 의미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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