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다.
지난주 금요일 오랜만에 남한산성 성곽길을 걸어보니 눈과 마음은 좋았으나 무릎이 영 션치 않았다.
돌아와 공원을 한동안 걷고 나서 산행을 시작해야지 생각했는데 또 어영부영 날을 까먹고 있었다.
아침 살짝 고민을 했다.
그냥 공원이나 몇바퀴 돌아볼까 아니면 가고픈 산을 가야하나,,,, 그러나 고민은 짧게 가까운 예봉산을 찾아보기로
하고 파리바게트에 들려 샌드위치 하나 아메는 텀블러에 넣어달라 주문하고 설레며 삼성리길을 돌아 예봉산 입구로
들어섰다.
월요일답게 길가의 산객은 별로 없었고 서너대의 차가 주차된 초입에서 겨우 한쪽에 차를 세우고 오르기 시작했다.
저기 둥그렇게 보이는 다리를 건너 등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며 보니 저 건물은 강우레이더관측소 오르는 모노레일의 승강장이었다.
한낮엔 따스할거라 하는데 아침 기온은 서늘하니 손이 시려웠다.
초입에 야자나무로 만든 매트가 깔려 있기에 요즘은 어지간한 등산로엔 다 까는가 했었는데 딱 초입에만 깔렸더라는,,,ㅋ
흙먼지도 덜나고 미끄럼도 방지되고 비올때도 좋을듯 싶다.
마치 우리동네 뒷산 오르는 길과 닮았다.
적당한 오르막은 몸에서 열이나 시작할때의 시려웠던 손은 어느새 따듯해지고 나뭇가지 비껴 드는 햇살이 간지럽다.
바람도 없는 아침이라 재재거리는 산새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새파라니 맑아서 오늘 어쩌면 정상에서 꽤 멀리 보겠구나 기대감을 품었다.
엇그제 다녀온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은 누리끼리한 먼지 구덩이속에 갖힌듯 보였었기에 더 기대를 품었는지도 모르겠다.
약 1km정도 오르는 길은 좋았다.
그러나 저기 보이는 등성이에 올라 한숨 쉬며 앞의 예빈산을 바라볼때 까지였다.
그 다음부터는 꽤 가파른 오르막을 정상까지 내내 올라야했다.
모노레일의 레일과 나란히 걷게 되는 길이다.
거의 정상 가까이까지 같이 나 있는 길은 사진에서는 그다지 가파라 보이지 않으나 엄청 가파르더라는,,,,ㅜㅜ
오르다 숨 고르고 또 오르기를 약 1시간 가량 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내 발 앞만 바라보며 걸었다 그렇게 걷다보면 언젠가 끝이 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한참 오르다 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한강이 살짝 보인다.
고개들어 바라보니 예빈산 정상이 높지 않게 보이고 다른쪽으로는 조금 멀리 검단산 정상도 보인다.
아마도 이쯤이면 400은 넘지 싶은 높이이다.
헉헉대며 지그재그 굽어진 길을 오르다 레일과 가까워졌다.
레일의 한쪽이 마치 철계단 같다는 생각이 들며 울타리 넘어 저 철계단을 오르면 좀 쉽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하였다는,,,ㅋㅋ
조금 뒤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같은 소리가 꽤 크게 들리더니 승강기가 오르는데 인부들과 자재를 한가득 싣고 아주
천천히 그러나 시끄럽게 오르더라.
바람도 없이 따순 햇볕이더니 생강나무 꽃눈이 보소소 피어난다.
곧 노란 생강꽃이 피겠다 싶다.
겨울같은 겨울을 지내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봄이 가까이 오고 있다니 어쩐지 섭섭하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첫눈을 제외한 눈구경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겨울을 보내는것 같다.
해마다 이른봄 친구들과 유명산 설매재를 찾는데 늘 깊은 설국을 경험하며 즐거웠었는데 올해는 이번주말 가기로 했는데
눈없는 설매재를 걷겠구나 싶다.
힘겹게 오르다 앞을 보니 반갑다.
예봉산 삼거리,,, 예전 오르던 길과 오늘 오르던 길이 합쳐져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이다.
이제 정상은 얼마 남지 않았으나 늘 그렇듯 정상밑이 제일 가파르고 힘든 여정이다.
그래도 이곳에서 또 한번 숨을 고르고 하남시쪽의 흐르는 한강도 바라보고 예빈산 줄기 넘어 얼어있는 팔당호도 본다.
저 팔당호 넘어가 우리동네인데,,,,
그뒤 삼각형으로 비죽 솟아있는 무갑산도 한참 바라보았다.
이번주 안에 무갑산도 한번 가봐야지 싶다.
너무 이른 생각이지만 요즘같이 따순 나날이면 너도바람꽃이 어쩌면 피었을지도 모르겠다.
양평을 오갈때면 예봉산 정상에 하얀 강우레이더가 요즘은 눈에 띈다.
그것을 보면 저기가 예봉이구나 하게 되는데 실제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긴 처음이다.
아까 시끄럽게 오르던 승강기가 서있는 관측소 건물의 흰빛이 파란 하늘덕에 더 하얗게 보였다.
공사중이라 좀 어지러운 저 옆을 돌아가면 바로 정상이다.
예봉산이나 검단산엔 텃새들이 살고 있다.
박새도 살고 곤줄박이 직박구리 등등 이 녀석들은 산객들에게 먹이을 얻어 먹으며 사는데
나도 오늘 집을 나서며 브라질넛트 몇개를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왔었다 이녀석들에게 줄 선물로
커다란 넛트를 잘게 잘라 손위에 올려놓고 이리와 하니 곤줄박이는 아주 잽싸게 손위에서 채가는데 직박구리는 겁이
많은지 오지 못하고 주변에서 애만 끓이더라 결국 나무 기둥위에 올려주니 그제야 포르르 날아와 쪼아 먹더라는,,,
어이쿠~~~
촛점이 영 아니다.
고운 이애가 바로 박새의 한 종류인 곤줄박이이다.
검단산엔 박새와 곤줄박이가 어울려 살던데 오늘 이곳에선 직박구리와 곤줄박이만 보였다.
정상석도 인증을 한번 하고~~
서울쪽을 바라보며 그 모습도 담고 반대편 양평쪽을 바라보며 양수리 근방의 모습도 담아보고~~
잠잠하던 바람이 정상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분다.
텀블러 겉이 바람에 얼어 손이 시려 잡고 마시지 못할 정도였다.
정상에서 마주친 분들은 남자분 세분 그러고 보니 오늘 예봉산을 다녀오며 마주쳤던 댓분중에 여자분은 없었다.
예봉산 홍일점이었다는~ㅋㅋ
내려오는 길은 율리봉쪽으로 잡았다.
율리봉 가는길 중간에서 계곡으로 내려오는길은 예전에도 내림길로 선택했던 길이다.
가뭄이 심한줄 알았는데 그래도 계곡엔 물이 있어 얼음이 얼어있다.
계곡으로 들어오면 바람이 좀 잠잠하려나 했는데 마치 꽃샘추위의 바람처럼 내내 바람과 함께 였다.
배가 너무 고픈데 바람을 피할곳이 없으니 물도 마시지 못하고 종종 내려오다 쉼터에서 샌드위치 한쪽과 커피를 마셨다.
앉지도 못하고 서서 종종거림서 먹는 한끼도 배고프니 꿀맛이더라는~
신기해 했던 십자소나무도 또 만나 반갑고~
계곡답게 바닥은 돌 투성이라 발밑을 살피며 내려왔다.
나는 거의 혼자 산에 다니는지라 안전에는 굉장히 주의를 기울인다.
혼자 산에 와서 안전사고라도 나면 여러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게 될것이 분명하기에 늘 최대한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예빈산과 예봉산에서 내려오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
이곳에 왔으면 이제 거의 다 내려왔다고 봐야하는~~ㅋ
움트는 생강나무를 봤던지라 혹시 무엇이라도 눈에 띌까 살피며 내려오는데 이끼도 초록초록 살아나는것 같고
양지풀 싹이 손톱만큼씩 올라오는것을 보니 머지않아 봄이겠다 싶다.
그래도 아직은 겨울인것이 계곡 그늘엔 굉장한 얼음도 보이더라는,,,
어찌나 콧물을 흘리며 내려왔던지 뜨건물로 샤워를 하고 잘때 쌍화탕이라도 하나 데워 먹어야겠다.
총 거리 4.6km
시간 3시간30분
겨우 5km도 못되는 거리인데 강 건너편의 검단산 보다 예봉산이 훨 힘들다 라고 매번 느낀다.
높이는 비슷한데 검단산은 왕복 7km 가량 걸리니 완만히 오르는 산인데 예봉은 급하게 허덕이며 오르는 산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찾은 예봉은 예봉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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