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인줄 알았던 금요일이다.
요즘 내내 두문불출 집구석 마님이 되었던지라 오랜만에 남한산성 성곽길이나 한번 돌아볼까 나섰던 오늘이다.
늘 그렇듯 동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작년까지는 분명 이곳에 간이 사무소가 있었고 주차비도 받았는데 사무소가 사라지고 주차라인도 다시 그려져 있었다.
간혹 눈인사 나누던 그 언니는 이제 볼수없는건가?
이번엔 예전과 다르게 산성길을 돌아보려고 한다.
늘 동문에서 시작해 북문, 서문, 남문으로 돌아 내려왔는데 거꾸로 동문에서 남문, 서문, 북문으로 돌아보련다.
어느해 겨울에 아이젠 없이 이쪽으로 내려오며 오금이 저렸던 추억이 있다.
올 겨울은 확실히 눈도 없고 춥지도 않아서인지 고스란 속살을 내보이는 편한길이 되었다.
달라진 또 한가지는 등로를 따라 깔판이 잘 깔려 있어서 한결 흙먼지가 덜 일어나더라는,,,,
저것이 야자나무로 만든거라는것을 어렴풋 들은적이 있는데 두툼하니 흙먼지도 덜 일고 미끄럽지도 않아 좋았다.
첫번째 암문을 지났다.
늘 생각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역시나 또 해본다.
저렇게 돌 하나하나 쌓아 성곽을 만들고 성문을 만들었던 그 시절엔 요즘같은 편리한 도구도 없었을텐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땀이 모아졌었을까,,,
건너편 동문에서 북문으로 가는 성곽을 이곳에서 바라보니 저 죽음의 계단이 새삼 머리속에 떠오른다.
아마도 무릎 사정이 좋았으면 나는 또 저곳으로 오르고 있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첫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 오르기를
하면 완주가 무리이겠다 싶어 택한 거꾸로의 길이다.
가파르지만 구불구불 잘 정비된 탐방로를 따라 오르며 하늘도 한번 바라보고 앙상한 숲도 바라본다.
떠벌이 까마귀의 떠듬도 반갑고 양 볼 시원히 감싸주는 아침공기도 좋았다.
살아있는 느낌?
한해두해 지나며 체력은 점점 저질이 되어가고 감정도 메마르고 삶의 의욕도 그다지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죽이고 있다는 느낌이 부쩍 드는 올 겨울이었다.
머리로는 빨간불을 켜고 이러면 안돼를 생각하지만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는 계절이고 시간이었다.
어서 봄이 왔으면 싶은 바램을 바람부는 창밖을 보며 허공에 날렸었다.
이렇게 나서면 이 쓸쓸한 계절안에서도 살아있는 살고있는 나를 느끼면서 왜 두문불출 했었을까? 하는 후회를 하며 걸었다.
내가 참 좋아하는 풍경 산그리메
오늘 아침 출발하며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이라 했는데 에휴,,,
아쉽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풍경을 한참 바라보았다.
저 산의 폭엔 늘 희망이 있다.
두번째 마주친 암문
마음이 내켜 문밖을 나가 차갑고 거친 성곽을 한번 만져보았다.
그시절 사람들의 사연이 조금은 가늠해지던 순간.
구불구불 성곽길을 따라 걷는데 떠벌이 까마귀가 따라오며 지청구를 늘어놓는다.
늘 그렇듯 의미없는 댓거리를 해주고 다시 부지런 걸음을 옮긴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셔요 하고 나눈던 인사는 이쯤부터 접었다.
확실히 예전과 다르게 사람들은 소통하고 싶어 하지 않는것 같다 나역시 그럴지도 모르겠다.
온전한 혼자의 시간에 낯선이의 인사도 썩 달갑지 않을때가 있는데 다들 그러한가 보다.
세번째 마주친 암문
비교적 따듯하다 느낀 겨울아침이다.
이곳을 지날때까지는 그랬었는데 서문을 지나면서 부터는 춥더라는,,,,ㅋ
역시 햇님의 위대함은 볕이 잘드는 남쪽을 지나며 느꼈던 따숨이 해가 덜드는 북쪽에서의 그 쌀쌀한 기온덕에
확실히 느껴지더라 겨울철 남향은 복이다.
남한산성에 있었다는 다섯의 장대중 하나인 남장대 터
동서남북에 각 하나와 봉암성에 하나 그렇게 다섯이 있었는데 지금은 수어장대 하나만 남아있다.
처음엔 단층으로 지어졌다가 후에 중층으로 지어졌었다는데 지금은 그 터만 남아있는 남장대 자리이다.
한켠에 그때의 기와조각들을 쌓아놓았다.
예전 친구와 성곽을 돌다가 이곳에서 쉼을 하며 커피 한잔을 마셨던 기억이 있다.
추억은 그렇게 숨어있다가 갑툭튀를 한다.
같은듯 다른 풍경들이 이어진다.
늘 같은듯 다른 시간속을 살아가는 나처럼,,,
한발짝씩 그렇게 가야겠다.
천천히 한발짝씩 가며 의미를 두다보면 썩 나쁜 삶은 아니겠다 싶다.
잘 이어지던 성곽따라 걷는길이 이곳에서 끊겼다.
작년 걸을때는 북쪽 길이 보수중이라 영 성가시더니 이젠 서쪽길이 보수중이다.
피해가는게 상책이지 싶어 숲을 따라 성안으로 내려섰다.
한때는 흥청망청 하였을 작은 공원?
개인의 소유인지 울타리가 둘러져있다.
남문을 지나 잠시 성밖으로 나가보았다.
외곽으로 서문까지 가볼까 하였는데 성곽보수공사중이라 결국 다시 성안으로 들어와 산책로 같은길을 걸어
수어장대 근처까지 가서야 다시 성곽을 따라 걸을수있었다.
수어장대 근처에서 다시 마주친 성곽이 반갑더라는,,,ㅋ
지나온 길은 산책길답게 사람들이 꽤 많았다.
학생들도 데이트하는 연인들도 또 우리연배의 할일없는? 사람들도,,,ㅎㅎ
다시 마주친 성곽에서 바라보니 마침 경비행기일까 작은 비행기 한대가 성남시쪽에서 날고 있다.
뿌연 도시의 하늘이 안스럽다.
이쪽의 성곽길은 늘 느끼는 것이지만 소나무가 장관이다.
손을 뻣으면 닿을듯 가까이 자라는 푸른 소나무를 확실히 느끼며 걷는 길이 된다.
아쉽게도 가파른 길이라 계속 나무계단을 힘겹게 오르거나 내려야만 한다는게 단점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소나무를 느낄수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무한번 바라보고 쉼하며 오르면 꽤 멋진 길이다.
또 마주친 암문
원래 남문에서 외곽으로 걷다가 이곳으로 들어올 예정이었었다.
공사중이라 못 걸은 외곽은 다음에 다시 걷기로,,,
뿌연 도시속에 우뚝 솟은 롯데타워
처음 보았을때는 그렇게나 흉물스러워 보이더니 이젠 제법 눈에 익었다.
조금 멀리서 저 건물이 보일때는 반갑기까지 하더라는,,,
아산을 다녀오다가 잠실에선 꽤 떨어진 도시에서 저 모습이 어렴풋 보이는것을 보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수어장대는 들리지 않고 지나쳤다.
모르는 이의 염원을 지나치며,,,
막걸리 아저씨는 역시 오늘도~~
지나치며 썰어놓은 오이와 통통한 멸치를 보니 막걸리 한잔 마셨으면 했다.
막걸리보다 고추장에 찍어 먹는 멸치와 마늘쫑다리가 확 땅기더라는,,,
서문이다.
서문밖에는 강동구 송파구 하남시를 바라볼수있는 전망대가 성밖에 설치되어있었다.
나는 여직 오르며 못봤던,,,
도대체 뭘 보고 다닌것인지 잠시 내게 묻게 되더라.
도봉산과 예봉산을 먼바라기로 한번 바라보고 다시 걷는길.
매탄터가 있는 근처이다.
숯을 묻어놓았던 장소라 추정된다는데 그 옛날엔 숯도 굉장히 중요한 물품이었지 싶다.
연주대 나가는 암문이다.
이번엔 연주대까지 보려 밖으로 나가보았다.
북쪽 방향이라 해가 숨어 서늘했는데 연주대 가는 성곽길은 참 따스했다.
그곳에서 잠시 쉼을 하며 늦은 아침겸 점심이라도 먹으려 했는데 앞선분이 자리잡고 앉아서 성경인지 불경인지
핸폰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읽고 계서서 포기를 했다는,,,
연주봉을 보고 다시 성안으로 들어와 걷는길,,,
이 모습에 또 한참 서성였다.
구불구불 이어진 성곽과 소나무 그리고 길.
새로이 설치된 표지판이 꽤 있다.
가만 들여다보니 내가 몰랐던 사실들,,,
산성리가 그렇게 큰 도시였다는것을 짐작도 못했다.
어차피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가 커지면서 산성리는 그다지 큰 지역이 아니니까 달라졌겠지만
앞서 또 일제시대의 만행 또한 알게된다.
완벽히 도시 하나를 붕괴시킨것,,,
북문을 지난다.
앞서 이곳을 지났을때 성문위에 휘날리던 깃발을 한참 바라보았었는데 오늘은 없다.
날씨와 마찬가지로 쓸쓸해보였다.
성곽을 따라 걷고 계단을 오르는데 허기지다.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먹지않고 마시지도 않았다.
이쯤에서 뭔가 먹어야 겠다 생각하고 옆길로 새서 만들어온 샌드위치와 생강차 사과를 꺼냈는데
어찌나 춥던지 손이 곱을 정도였다.
결국 샌드위치 한쪽 사과한쪽 먹고 따듯한 생강차만 마셨다는,,,
좀 쉬며 핸드폰을 꺼내보니 트랭글이 꺼져있다,,,ㅜㅜ
이런 도대체 뭐가 잘못된거였지?
막내동생이 주말에 엄니댁에 함께 들어가자고 했었는데 "내일 가?" 하고 카톡을 보내왔다.
웬 내일 하고 날짜를 살펴보니 이런 오늘이 금욜이다.
내일 함께 가자는 톡을 보내고 더이상은 추워서 못 쉬겠다 싶어 일어나는데 다리가 영 션찮다.
무릎이,,,,ㅜㅜ
앞으로 계단을 한참 오르고 내려오는 길도 온통 계단인데 싶어 걱정이 되었다.
결국 샛길로 도로로 내려가자는 결정을 내리고,,,
편치 않은 무릎을 달래며 내려오는데 웬 건물이 보인다.
다가가 살펴보니 현절사란다.
문이 잠겨있어서 밖에서만 살펴보고 현절사의 유래등이 쓰인 안내판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수도없이 남한산성을 찾았지만 나는 이곳에 현절사가 있는지도 몰랐다.
내가 모르는것이 얼마나 많을까?
늘 찬찬히를 주장하며 나름 사물을 잘 관찰한다고 했었는데 엄벙덤벙 살았던가보다.
현절사를 보고 옛집들을 지나 내려오니 바로 산성리 큰길이었다.
큰 모퉁이 하나 돌아 걸으니 곧 내가 차를 세워둔 동문주차장이다.
아침 열시에 올라 두시경 내려왔으니 서너시간은 걸은셈이다.
이월이 삼분의일 지나고 있으니 앞으로 남은 시간엔 좀 더 자주 산에 가야겠다.
뭔가 활력소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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