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다.
오늘 산에 가려고 어제 미리 엄니 댁에 다녀왔다.
평창의 대미산은 산방기간이 있어서 혹시 입산금지가 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올해는 특별한 플래카드가
걸려있지 않은 것을 보니 아마도 올봄 비가 잦아서 단속이 소홀한가 하는 생각을 하며 가볍게 들머리에 들었다.
카메라는 역시 가져가지 않았고 핸드폰으로 풍경을 담으며 오르는데 오르는 길이 여느 해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초입부터 잔 나무들을 싹 베어서 훤하게 들여다 보이는 숲과 오르는 길에 깊게 파인 자동차가 다닌 흔적을 보며
의아한 생각이 들었으나 곧 그 의문이 풀렸다.
산에 임도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 차들이 드나든 흔적이 그렇게 남아 있는 것이었다.
대미산은 바로 옆 청태산과 달리 사람들이 그리 많이 찾지 않는 산이라 오지 느낌이 담뿍 나던 곳이라 몇 해를 자주
찾는 장소인데 이젠 다른 곳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는 내내 숲은 오지의 숲 같았다.
입구의 자동차 흔적과 한쪽으로 숲이 헐어져 새로이 길이 나 있던 그 모습만이 예년과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예전엔 오르는 길에 두릅나무의 새순이 손길을 타지 않았어서 올해도 산행을 겸해 두릅도 좀 채취를
해볼까 했었는데 얼마나 알뜰하게 수확을 했던지 댓 개 정도 곁순을 딴 게 다였으니 아마도 더 일찍 사람들이 올랐었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창재고개에 다 올라오니 이곳도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오름길은 새 흙을 부어놓아서 길의 흔적이 사라졌고 청태산에서부터 연결된 임도길과 새로이 닦은 임도길이 연결되는지 생경스런 모습이었다.
그래도 왔으니 우린 대미산으로 다시 등성이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미세먼지라고 말하기보단 황사가 맞을 정도로 주변은 뭔가 답답한 풍경이었고 웬 바람은 그리도 많이 불던지,,,
참당귀 조금 그리고 곰취도 역시 조금~
예전엔 꽤 넉넉하게 뜯어와 장아찌도 담그고 했었는데 이젠 대미산으로 나물 하러 가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지 싶다.
산 한 면을 다 벌목을 해서 뜨거운 볕이 고스란히 내리쬐니 습한 곳을 좋아하는 당귀나 곰취 등등은 채취할 수 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산비탈을 돌아다니다 가파른 비탈을 타고 오르는 트랭글에서 알람이 울린다.
대미산 정상 인증~ㅎ
그리고 다시 되돌아오는 길 오를 땐 힘들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별로 없었는데 내려오며 보니 쓰러진 나무도 많이
보이고 길은 산죽으로 덮여 여름이 되면 길 찾기도 쉽지 않을 듯 보였다.
창재에 와서 배낭을 내려놓고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한숨 돌리고 근처에 피어나는 금강 애기나리와 큰앵초를 보러
옆 숲을 살펴보니 큰앵초는 이제야 작은 꽃망울이 맺혔고 금강 애기나리도 이른 듯싶었다.
이곳저곳 훑어보다 막 주근깨 가득한 얼굴을 보여주는 몇 개체를 찾아 폰으로 담고 다시 대 미동으로 내려왔다.
약 8km 가까이 올랐다 내려오는데 무릎이 또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친구는 멀찍 앞서가는데 서둘러 따라가려니 더 그런 듯해서 도착지점이 같으니 그냥 내가 편하게 걷자 마음먹고
내려왔다.
동네분 두 분이 비료포대를 들고 뭔가 채취하고 계시기에 뭐 따세요 하고 여쭈니 고비나물을 뜯는 중이라 하신다.
그렇게 천천히 내려와 산에서 먹으려 사갔던 김밥은 올라오는 차 안에서 늦은 점심으로 먹으며 집에 도착하니 제법
피곤했던지 배낭에서 나물을 꺼내 놓지도 못하고 다음날에야 손질을 했다.
조금 뜯어온 당귀와 곰취는 다음날 삼겹살 구워 쌈으로 맛나게 먹었는데 이 맛난 귀한 나물이 이제 끝이구나 싶어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다른 곳을 찾아봐야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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