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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9/14 무갑산 산책

by 동숙 2020.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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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인제로 나들이를 했던 게 화근이다.

그 짙은 초록의 숲에서 행복했던 하루가 나를 또 나서게 하는 시발점이 되었는지,,,

아침 등산화와 배낭을 차에 싣고 오전 일과를 마치기만 바라는 산바라기 숲 바라기가 되었다.

 

올밤이 떨어지는 그 산밑에 차를 세웠다.

저 누렁이들은 근처에 산막에 사는 녀석들인데 올 들어 벌써 세 번째 눈 맞춤을 한다고 아는 척 쪼르르 달려온다.

이름도 모르는지라 그저 댕댕아~ 하고 불렀건만 저를 알아주는 것만도 좋은지 다가와 손을 핥고 꼬리를 흔들어준다.

아마도 사람의 손길이 무척이나 그리운 아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혹 다음에 올 땐 뭔가 간식거리라도 

준비해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열흘쯤 되었나? 보름쯤 되었나?

그때부터 무갑산 올밤은 잘 여물어 투둑 떨어진다.

이젠 아마도 늦었을거라 생각했는데 카메라를 들고 배낭을 메고 오르는 길엔 꽤 큰 알밤들이 떨어져 있었다.

여지없이 오늘도 몇몇 밤 줍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나도 그 틈에 끼어 검은 비닐봉지를 꺼내 잘 여문 알밤을 주워 

담았다는 웃픈 사실,,,ㅋ

우리 가족들은 밤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너무 흔한 열매라 그렇지 싶은데 그럼에도 밤을 주운것은 내가 돌봄을 하는 어르신들이 밤을 굉장히 

좋아하셔서 내일 나눠드리고 싶어서였다.  

반말쯤 되려나 싶게 줍다보니  팔뚝이며 어깨 허벅지를 옷 위로도 찔러대는 산모기로 진저리가 쳐지더라는~ㅋ

 

다시 차로 돌아와 밤봉지를 내려놓고 길을 따라 올랐다.

급할 것도 없는지라 한들한들 길 양편에 어떤 아이들이 살고 있을까 살펴보며 걷다 보니 거의 세 시간을 돌아다니게

되어 오후일을 준비하러 급하게 돌아왔다는,,,^^

 

 

 

늘 반겨주는 댕댕이 두마리~

 

가막살나무 열매

 

가막살나무 열매

꽃도 잎도 그리고 열매도 참 많이 닮은 아이들이 있다.

바로 가막살나무와 덜꿩나무가 그렇다.

가막살은 잎이 덜꿩에 비해 좀 둥글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잎자루도 덜꿩에 비해 길다.

덜꿩은 아랫녘에 흔히 보이고 가막살은 내가 사는 중부지방의 위쪽에서 자주 관찰이 된다.

저 붉어가는 열매를 매단 나무는 가막살 나무가 되겠다~ㅎ

 

 

세잎쥐손이풀 작고 하얀꽃

 

물봉선화

 

노랑물봉선화

 

무갑산으로 오른 길

 

미국담쟁이

 

덩굴닭의장풀

 

덩굴닭의장풀

 

전원주택이 몇채 있는 무갑산 오르는 길의 돌담엔 능소화와 함께 미국 담쟁이가 보였다.

세력을 넓히는 속도가 빠른지 온통 오엽의 담쟁이들 틈새로 덩굴닭의장풀 연둣빛 꽃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덩굴닭의장풀을 처음 만났던 곳도 이곳 무갑산 자락이었지 싶다.

닭의장풀과 잎의 모양이 비슷한데 덩굴이고 꽃은 또 눈에 띄지 않는 연둣빛으로 자그마한 녀석이 궁금해

한참 인터넷을 뒤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한창 들꽃에 빠져서 거의 매일 카메라를 메고 돌아다니며 이곳에서 덩굴닭의장풀, 사데풀, 수까치 깨 등등

처음 눈맞춤을 하고 기억에 담았던 아이들이 있었는데 역시 오늘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파리풀

 

여름부터 산길 양옆엔 요 녀석들이 피어난다.

작은 꽃을 조르르 매달고 피어난 녀석들의 이름은 파리 풀이다.

파리풀과 파리풀 속의 식물은 지구 상에 두 종류만 서식한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있는 바로 이 아이인데 왜 파리 풀이라 이름이 붙었을까?

파리풀의 뿌리는 독성이 강해 그 즙을 밥과 섞어 놓거나 종지에 발라놓으면 파리가 먹고 죽는다. 그래서 파리 풀이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윗 사진에서 보다시피 꽃이 지고 나면 마치 바늘 같은 열매가 맺힌다.

그 열매는 사람들 동물들에게 잘 달라붙어 영역을 넓혀가는 역할을 한다고,,,,ㅎ

 

 

산박하

 

파리풀과 함께 또 자주 보는 아이들은 바로 이 아이들이다.

그러나 모양이 비슷하다고 다 같은 아이가 아니라는 함정이~~ㅎ

산 박하와 오리방풀은 구분이 힘들게 닮았다.  나는 이 두 녀석을 잎새로 구분을 하는데 산 박하는 잎이 갸름하고

오리방풀은 그 갸름함 끝에 꼬리가 붙어 있다는,,,ㅋ

 

 

산박하
무갑산 계곡

 

명아자여뀌

 

명아자여뀌

 

여뀌는 우리나라에 삼십 종이 넘게 자생을 한다고 한다.

내가 과연 그들을 다 구분을 할 수 있는지 의문

오늘 명 아자 여뀌와 이삭여뀌 그리고 장대 여뀌를 만났는데 이름이 확실한지 그 또한 의문이다.

 

 

물봉선화

 

대세인 물봉선이 그득 피어있다.

여름부터 가을에 볼 수 있는 반가운 아이  이 분홍빛 물봉선은 주변 냇가에서도 흔하게 보이나

노랑 물봉선은 좀 더 귀하고 흰 물봉선은 고도를 높여야 볼 수 있는 더 귀한 아이이다.

 

 

 

모기가~~~

물이 있고 숲이 깊으니 모기의 천국인지 아주 성가셨다.

찰박찰박 얕은 개울을 건너 무갑산으로 오르는 길.

 

 

노랑선씀바귀

 

고마리

 

마치 연지를 찍은 듯 저 작은 꽃들은 끝에 분홍빛 물이 들었다.

하늘빛이 흐릿해 미처 꽃잎을 열지 못했지만 그래도 고운 고마리 여름 끄트머리에 피어나기 시작한다.

흰 고마리도 분홍빛 고마리도 있고 이렇게 잎새 끝만 연지 찍은 고마리도 있다.

 

 

물봉선 

 

노랑 분홍 물봉선

 

수까치깨

 

이 수까치 깨도 이곳 무갑산에서 처음 만났었다.

초록 잎새 밑으로 노란 작은 꽃을 피우고 있던 아이의 이름이 궁금해 인터넷과 야생화 책을 뒤적이며 한참 이름을

찾았던 그때가 까마득한 옛날 같다.

 

 

이고들빼기

 

씀바귀 고들빼기 등등 비슷한 모양의 노란 꽃을 매단 녀석들이 꽤 된다.

나도 역시 아직은 아리송한 아이들~~~ㅋ

 

 

도깨비바늘

 

도깨비바늘

어릴 적 옷에 붙이고 놀던 재미나던 풀의 꽃은 이렇게 생겼다.

참 신비롭기도 하지?

노란 꽃잎을 두 개 세 개씩 달고 있다.

뭔가 미완성의 모습이 더 눈길을 끄는 아이이다.

 

 

개여뀌와 물봉선

 

짚신나물의 꽃

 

이삭여뀌

 

장대여뀌

 

초록이 짙은 숲은 지난 태풍으로 속살을 드러내고

 

자주꿩의다리

 

자주꿩의다리

무갑산에서 흔하지 않은 자주 꿩의다리를 한 포기 만났다.

보랏빛이 연한 아이를 멀리서 보고 숲으로 들어가 그 모습을 담았는데 모기의 인사는 덤이었다는~ㅎ

 

 

물양지꽃

 

고마리

 

고마리

 

오리방풀에 앉은 흰나비

 

수까치깨

 

참취꽃

 

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서양등골나물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라는데 우리 토종의 등골나물의 꽃은 이제 보기 힘들고 숲 가장자리는 모두 이이들의 차지가

되었다 귀화식물인데 교란종으로 봐야는지 이젠 그냥 우리 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래도 초록의 숲에 하얗게 피어난 저 애들을 만나면 눈길이 가고 곱게 느껴진다.

나물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역시 봄에 연한 잎과 줄기를 삶아 쌈으로도 된장국으로 끓여 먹기도 한다는데,,,,

 

 

서양등골나물

 

진득찰

볼 때마다 참 신기하게 생겼다 느끼는 진득찰의 꽃이다.

 

 

 

지난 비에 길은 다 파여나가 돌투성이가 되었다.

그래도 무갑산 무갑리 동네는 별 피해가 없었던 듯 평온했는데 산으로 오르는 길은 이렇게 돌길이 되었더라는

 

 

들깨풀

 

들깨풀

 

수까치깨

 

새콩

 

새콩

 

선괴불주머니

 

선괴불주머니

 

선괴불주머니

 

흰진범

 

흰진범

 

흰진범

 

싸리나무꽃

 

싸리나무꽃

 

며느리배꼽 (사광이풀)

 

며느리배꼽 (사광이풀) 

 

 

약 세 시간가량 무갑산 숲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전원주택 사이로 이어지는 길이 한가롭다.

 

잠깐 쉬는듯한 느낌이 참 좋았던 산책길이었다.

 

어르신들은 하루하루가 치열하다.

오늘 좋아지셔서 기뻐했다면 내일은 또 어찌 변하실지 모른다.

그것이 때로는 지치고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시간이 지나고 정성을 들이면 좋아지셔서 힘들던 어제를

잊게 만든다.

 

욕도 듣고 뱉은 침도 맞으며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다가도 합죽이 입으로 온통 얼굴을 찡그리시며 

반갑게 웃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정성 들여 사는 요즘인데 지칠 때 이렇게 잠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장소가 곁에 있음이 

이토록 행복하단 걸 느끼는 하루였다.

또 힘내서 살아보자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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