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아침 창문을 여니 오늘은 바람이 유난 차다.
흐르는 구름이 눈에 들어오고 나는 가만 앉아 있을수가 없었다.
어딘가 가야했다.
무작정 카메라 들고 나선 길은 늘 그렇듯 동네 강가,,,
귀여리 물안개공원에 차를 세우고 나니 든든 챙겨 입었건만 바람이 차다.
스카프 둘러 단도리하고 설렁설렁 들어선 공원 초입엔 구절초가 아름다웠다.
높은산 바위틈의 구절초가 제격이라고 늘 여겼는데 이렇게 만나는 구절초도 곱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절초를 담으려니 바람이 심술을 부린다.
입구에서 잠시 망설였었다.
자전거를 빌릴까?
요즘 내내 집안에 있었던 터라 좀 걷는것도 좋겠다.
바람까지 이리 황홀하니,,,
저기 운길산을 뒤로 한 강가엔 연잎이 가득하다.
올해는 연꽃을 얼마나 피웠었을까?
연꽃을 담으려면 수고를 해야한다.
뜨거운 여름날만 그 우아한 자태와 향을 즐길수 있을테니,,,
바람에 연잎이 춤을 춘다.
늦둥이 연꽃이 두어송이 피어있다.
절정의 순간이 아니어서 조금은 초라하나 그래서 더 눈이 갔다.
길을 따라 걸었다.
이곳을 다 돌아보려면 두어시간은 걸릴텐데,,,
나는 오늘 바람과 바람이 나서 서두를 일이 없다.
그저 걸었다.
참 신기하다.
바람을 따라 억새 춤추는 길을 걷는데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냥,,,
바람따라 걸으며 바람을 느끼는 그런 시간이었다.
처음엔 참 우스운 모양새더니 어느새 제법 자리를 잡고 메타세콰이어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의도했던 대로 나는 느끼고 있는걸까?
아직은 그늘이 제대로 없어 가을볕을 제대로 느낄수밖에 없다.
피할도리가 없으니까.
바람이 분다.
길가의 나무의자에 앉아 온전히 바람을 맞이했다.
이렇게 혼자일때의 온전함
무언가 채워졌나보다.
비우러 나선길에 채워졌다니,,,
건너편 의자에 누군가 앉혀놓았으면 좋겠다.
그저 싱긋 웃어도 좋겠고 혹은 눈맞춤만 하고 있어도 좋겠다.
도란도란 이야길 나누면 더 할것없이 좋겠다.
이즈음에서 추억이 떠오른다.
신기하게도 그때의 웃음소리 모습들도 함께 떠오른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씩 쌓아가고 있었나보다.
얼마전 다녀온 구리시민원에선 미처 피우지 못한 코스모스와 만났었다.
오늘 이곳에서 만개한 코스모스를 보며 오늘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더라.
늘 애잔하게 다가오던 아이가 좀 더 쾌활한 모습으로,,,
한쪽 스러져가는 백일홍 무더기에 숨었던 참새떼
내가 더 놀랐단다.
무리를 보긴 또 오랜만이다.
바람속에 사그러드는 꽃 무더미에 숨었다니 참새답다.
메리골드라니,,,
그러고 보면 꽤 예전부터 심겼던 아이인데 왜 마음에 들어오지 못할까?
하긴 분홍과 흰색 진한 분홍의 코스모스가 아닌 그라데이션 된 코스모스는 맘이 동하지 않더라.
어쩌면 나는 편견을 가진 사람인지 모르겠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남종면 강가길이 아름답겠다.
벚꽃의 잎새는 곱게 단풍이 드니 봄처럼 아름다운 길이 되지 않겠나.
그때 또 다시 나서 고운단풍과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노을을 보자.
바람이 분다.
억새가 춤을 춘다.
한해를 꼬박 기다린 춤사위
원없이 추다 가라.
코딱지 만큼 작은 꽃
쥐꼬리망초의 분홍꽃이 눈에 들어온다.
립스틱물매화 번득 떠오른다.
희안하다.
영월에 가야겠다.
연지찍은 아이부터 순백의 아이 그리고 붉은빛의 아이까지
고마리가 제 계절인가보다.
저 작은 봉우리가 펼쳐지면 조금 더 눈에 들어올까?
괴불주머니는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노란꽃을 피운다.
습한곳을 좋아하는 이 아이들의 특성
그러나 가을에 꽃을 피우는 괴불주머니는 눈괴불주머니밖에 없다.
눈괴불주머니 노란꽃이 마치 부러 키운듯 흐드러졌다.
이렇게 군락을 이룬곳이 이곳에서 두어군데 되었다.
어쩌다 다쳤을까?
주홍부전나비의 날개 한쪽이 일그러졌다.
빛깔이 고와 간혹 마주치면 한참을 바라보는데 저런 모습이 안스럽다.
얼마나 살다 간다고 그 짧은 생애에,,,
미국쑥부쟁이는 이제 토착화 되었다고 해야하나,,,
저 앙증맞은 꽃이 꽤 강단이 있는지 그리 바람을 타지도 않는다.
꿀벌이 어찌나 많이 매달렸던지 제법 단 아이인가 보다.
끝자락까지 왔다.
귀여섬이 끝나는 부분
예전과 좀 달라진 부분이 있다.
강가쪽에 나무의자들이 설치되어 건너편 두물머리를 바라보기 좋다.
운길산 상부에 자리한 수종사 자리가 마치 흉터처럼 보인다,
두물머리 큰 느티나무도 당겨보고
작년 겨울 엄니 아버지와 차를 마셨던 카페앞도 당겨보고
잠깐 앉았던 나무의자의 느낌이 나쁘지 않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바람은 불었지만 빗방울이 돋지는 않았는데,,,
저녁참 친구와 통화에서 서울은 잠깐 비도 오셨단다.
조금 앉았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이번엔 강쪽의 길로,,,
이애의 이름이 궁금했다.
여기저기 뒤져보고 검색하고,,,
눈에 썩 익지 않은 모습이라 찾아보느라 애를 먹었다.
개갓냉이라 한다.
잎의 모양새를 보아하니 분명 그 아이인데 꽃의 모양새는 좀 새롭다.
눈에 머리속에 넣어야지.
초록부터 청보라빛으로 변하는 며느리배꼽의 열매
전에 이애의 이름을 사광이풀이라 부른다는 포스팅을 했던적이 있다.
며느리배꼽등등의 이름이 일제의 잔재라고 사광이풀이라 새로 명명했다는 이야기
이제 이 아이의 이름은 사광이풀이다.
끈이 없는 모자를 쓰고 나왔더니 서너번은 모자 주우러 뛰었던것 같다.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길이 흩어진 낙엽에 어수선하다.
그래도 바람은 좋았다.
수크령과 버드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가을의 향연 이라는 꽃말에 맞게 그 모습에 한참 마음을 빼앗겼다.
강아지풀보다 훨 크고 탐스러운 수크령은 말 그대로 가을이다.
두어번 친구들과 데이트를 했던 장소였다.
불쑥 그들이 곳곳에서 뛰어나와 그리움이 쌓였다.
돌아오는길 어찌나 진한 바람과의 만남이었던지 콧물이,,,,
또 불러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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