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참 곱다.
엇그제 작은애 데려다 주러 나가보았더니 그새 단풍의 물이 올랐기에 이 고운날 울긋불긋 물든 산으로 나섰다.
집에서 정지리 가는 산길 물류창고 근처에 차를 세우고 삼봉에서 관산을 거쳐 앵자봉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을 걸었다.
환한 가을의 모습에 마음이 훨훨 날아다니는 하루였다.
물류창고옆 공터에 차를 세우고 화살표가 표시된 돌계단이 들머리가 된다.
주차는 근처 갓길까지 세우면 대여섯대는 되지 않을까 싶다.
고개에서 시작했으니 좀 수월히 걷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역시 산은 산이라는것~
지난주 뒷산의 양지바른 언덕에도 노란 산국이 흐드러져 피었더니 이곳도 볕 잘 드는 초입엔 산국이 피어있다.
산국과 함께 좀 늦은 서양등골나물의 흰꽃도 어우러져 있었다.
금방 세력을 넓히는 서양등골나물은 이제 하도 흔하게 보여서 왜 생태계 교란종으로 분류되었는지 알수있는 부분이다.
그래도 숲 가장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그 희고 귀여운 꽃은 썩 밉지는 않다.
숲속 오솔길이 참 이쁘다.
한적하게 걷기 좋은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자작나무~^^
가을 자작나무 숲은 유난히 환하다.
하얀 나무도 그렇지만 연한 노랑빛으로 물드는 낙엽은 늘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고 할까?
초입의 이 부근은 아마도 자작나무만의 자리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삼봉까지 가는 동안 자작나무는 이곳에서만 만났다.
이곳을 지나며 우리동네 뒷산과 별 다른점을 느끼지 못했다.
가을산이구나,,,
사람이 썩 많이 다니지 않는듯 보였는데 저 붉은 시그널은 삼봉까지 가는 내내 갈림길에서 길잡이가 되어줬다.
돌아올때도 살짝 헛갈릴때 여지없이 매여있는 붉은 시그널을 찾아보며 돌아왔으니까,,,
혼자 조용히 걷는데 간혹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럴때 이어폰을 가져왔다면 참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에 어울리는 노래를 들으며 걸으면 좋았겠지,,,
그런데 한쪽에서 부산스런 움직임이~
분명 고라니겠지 짐작을 하면서도 그 소리에 깜짝 놀랐다는,,,ㅋ
부부로 보이는 두팀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하고 지나치는데 아주머님 하시는 말씀
"무섭지도 않은가봐 혼자도 오네~"
"동네 뒷산이 무서움 어쪄~"
아저씨의 뒤따른 퉁명스런 대답~ㅋㅋ
그래 동네 뒷산이 무서움 안되는거지 십년을 넘게 혼산을 해왔어도 불상사는 없었다.
아마도 뉴스에서 간혹 나오니 혼자 산행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것은 그야말로 백중 하나이고
산을 찾는 사람들의 선함을 믿는다.
뒷산이라 하시는것을 보니 관음리 사시는 어르신들인게 분명해보인다.
이쯤 왔을때 전화벨소리에 깜짝 놀랐다.
불현듯 들려오는 큰 소리를 싫어하는지라 전화는 늘 진동으로 해놓는데 어쩌다 소리로 맞췄는지,,,
멀리 대구사는 친구이다.
친구의 생일이기에 안부문자를 보냈더니 고맙다는 회신이었다.
아들애 군에 보내놓고 맘 시릴 친구 나도 겪었던 일이어서 그 마음을 충분히 짐작한다.
또 딸아이 대견하게도 새 공부를 시작했다는 소식에 응원도 하며 수다를 좀 떨었다.
마침 나무의자도 놓여있고 낙엽송숲이 멋지게 펼쳐져 있어서 한숨 돌리고 가기 좋은 장소였다.
이 구간이 내가 오늘 걸은길의 제일 멋진 구간이었다.
낙엽송 숲을 지나자 아름다운 단풍과 완만한 굽은길이 나왔는데 거리도 좀 되었다는,,,
마음이 솜사탕 마냥 부풀어 혼자 황홀해 했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되지 않는다.
마치 가을이 포근히 감싸 안아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한없이 편해지고 편해지던 길.
연지봉~ 삼봉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기에 더 힘을내보자~
그런데 깔딱이다.
배낭의 스틱을 꺼내면 조금 편하겠는데 그랬다면 카메라가 걸리적 거리는게 되니 난감했다.
조금 더 걷다가 정말 힘들면 스틱을 빼자 라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그냥 다녀왔다는,,,ㅋ
덕분에 집에 돌아와 다리가 좀 아팠다.
이정표가 서있던 삼거리에서 관음리 방향의 샛길이다.
유난 노란빛이 환하던,,,
지금 이 계절의 환하다 못해 형광빛까지 띄는 노랑빛은 생강나무의 잎이다.
오르막~~~
부러 옆을 자꾸 살피게 된다.
오르며 힘들때 늘 하는 방법~~ㅋ
죽은 소나무에 조그만 버섯들이 올망졸망 달렸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보니 지금 나오는 아이가 아니고 꽤 오래전 나왔던 모양이다.
버섯은 잘 모르니,,, 가평 친구의 말이 소나무엔 한잎버섯이라 했던가?
가막살 나무의 열매인고 했는데 집에 와 살펴보니 덜꿩나무의 열매인듯 보인다.
노란빛이 대세인 산에서 붉은빛의 선명함은 한참 눈길을 머물게 하더라는,,,
힘드니 눈길은 자꾸 주변으로~~
고지가 조금 높아지니 확실히 단풍빛이 더 곱다.
키가 큰 소나무에 까마귀가 앉아 저를 찾아보라 열심 울어대는데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는다.
이녀석들은 나랑 대화를 하자는것인지 댓거리를 해준다.
산부추 꽃이 보라빛으로 지금까지 피어있다.
늦둥이 이겠지?
산부추와 두메부추는 비슷하며 다른~~~
산부추는 꽃이 좀 성글고 잎이 길쭉하니 갈대처럼 자란다.
두메부추는 꽃이 촘촘해 보았을때 이쁘다 잎은 흔히 아는 부추처럼 짧다.
나무 틈새로 조망이 살짝 뚤리는것을 보니 좀 높이 올라온게 분명하다.
도수리 끄트머리가 보이고 국사봉에서 해협산가는 산줄기가 보인다.
개 짖는 소리가 가까이 들리는것을 보면 누군가 올라오는게 아닐까 싶은데 내려오도록 더이상 사람을 마주치진 않았다.
습한 계절에 피었다가 이제 말라가는 버섯들,,,
울퉁불퉁 큰 혹을 매달고 살다가 생명을 다한 나무들,,,
자연의 섭리대로 생겨나고 죽어가고 한다.
또 다른 생명을 품고 있겠지.
삼봉(연지봉) 정상에 올라왔다.
494m라 하니 국사봉보다 좀 높다 그래선지 나름 힘들었다는,,,ㅋ
이곳에서 관산까지 가볼까 시간을 확인하니 세시가 넘어가고 있다 관산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긴 무리겠다.
보온병에서 따순 커피 한잔 마시고 깍아온 단감도 몇조각 먹었다.
바람이 우수수 불어오니 낙엽이 마치 눈처럼 내리는데 그 모습에 하염없이 앉아있었다.
다시 돌아오는길은 오르느라 힘들어 못봤던 모습들을 보게되었다.
늘 그렇다 내가 다 본것은 아는것은 아니란 사실,,,
산초나무 열매가 아직 까만 씨앗을 품고있다.
그 모습이 기특해 카메라에 담아보고,,,
오를때 놓쳤던 조망터에서 다시한번 내가 사는 도수리쪽을 담아보고~~
미세먼지가 많을꺼라더니 역시 시야가 썩 좋지는 않다.
그래도 국사봉 산줄기가 보이니 반가웠다.
해가 짧아진게 확연 느껴진다.
오를때 햇빛에 그리도 환상적이더니 지는해 게다가 구름속에 숨으니 을씨년 스레 느껴진다.
그래도 늦둥이 꽃도 눈맞춤 하고 부지런 내리막을 걸었다.
요거이 가막살나무로 보인다.
아까의 덜꿩나무와 비슷하나 잎새의 모양과 열매의 모양이 조금 차이가 난다.
차를 세워둔 고개는 봄이면 벗꽃이 환상적인 길이다.
가을 벚나무 단풍도 참 고와 부러 이길로 돌아가기도 하는데 올라올때 그모습을 담았었야 했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가니 통행하는 차량도 많고 해는 서쪽으로 넘어가 빛이 없으니 쓸쓸했다.
내일은 비가 오신다는데 딸아이와 찜질방에나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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