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다.
주말 가족들과 보내고 손꼽아 기다리던 닻꽃을 보러 화악산에 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아이들 출근준비 하는 모습을 보며 집을 나섰다.
양평을 거쳐 가평으로 가는 아침길은 일찍 집을 나서서 그런지 한산했다.
기온도 선선하니 좋고 날씨도 맑을거래서 마음이 더 가벼웠던게 아닐까 싶었고
라디오를 들으며 화악터널에 도착하니 터널 양쪽에 다 주차장이 있어서 어느쪽에서 올라야 할지,,,
마침 차를 세워둔 남자분이 있어 여쭈니 반대로 조금 내려가다 봄 오른편으로 오르는 시멘트길이
나온다고 그리 가보라 알려주셨다. 오우 감사감사~~
그 길로 오르니 또 나오는 삼거리다.
양편으로 나뉘는 화악산의 부대에 가는 길이지 싶었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나는 중봉 방향으로 임도가 아닌 산을 타고 오르기로 했다.
산을 타고 오르다가 나중 내려올때는 임도로 내려오지 라고,,,
초입부터 오르막이다.
그래도 차를 가지고 이만큼 올라온게 어딘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분 숲을 바라보며 오르는데
가을이 오고 있구나 싶게 개미취꽃들이 반겨준다.
기온은 아마도 22~23도쯤 되겠다 싶게 선선한 화악산이다.
혼자 조용히 오르는 산길이 참 좋다.
여럿일때도 좋지만 꽃을 보러 올때는 차라리 혼자가 더 좋다는게 내 단점?이자 장점~ㅋㅋ
차를 세울때 카메라를 둘러멘 십여명이 넘는 산객들을 보았는데 그들과 함께 걷는다면 역시나
뭔가에 쫒기고 밀리는듯한 느낌으로 다녔겠지 그래서 산길을 선택했었다.
오붓한 산과 꽃과 나를 위해서,,,
요즘 흔하게 보이는 쥐손이 집안의 세잎쥐손이꽃이 아주 흔하게 보인다.
오르막이 꽤 되다.
밧줄도 잡고 오르고 큰 걸음으로 올라야 하는 구간도 자주 나왔다.
그렇게 오르다 보니 지난번 곰배령에서도 만났던 개시호 자잘한 노란꽃이 보인다.
핑계김에 잠시 이아이와 눈 맞춘다고 쉼을 하고,,,
늦둥이 동자꽃과도 만나고,,,
꽃잎의 색은 더 진하였으나 가물어 그런지 때가 늦어 그런지
꽃의 모양이 찌그러진 아이들이 꽤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는데 뭐 딱히 특이한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닻꽃과 금강초롱이 보고 싶어서 였는데 한참을 더 올라야 하는것인지
아니면 임도길로 걸었어야 하는것인지 슬슬 걱정이 될 무렵 내려오는 부부 한쌍을 만났다.
아주머니의 말씀이 금강초롱이 안보여요 사람들이 몽땅 캐갔나봐요 하신다.
설마~~ 땅 뒤집어 놓은것은 멧돼지의 행태이고 개체수가 꽤 될텐데 못보셨어요?
하고 여쭈니 아니란다 사람들이 파간 흔적이 분명하다며 단언을 하신다.
어쨌든 운동삼아서라도 더 가볼께요 하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불과 5분도 못되서
색이 고운 금강초롱을 만났다~ㅋ
이런 오름이면 땀이 엄청 흘러야 정상인데 생각보다 덜하다.
역시 기온이 꽤 낮으니 아래의 산들과 다르긴 하다.
가을이 저 앞에 와있는게 분명한게 벌써 고운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나뭇잎이 많이 보였다는,,,
개시호도 또 만나고
이쁜 금강초롱도 또 만나고
그런데 카메라를 들고 고민을 할 만한 이쁜이는 귀했다.
게다가 고산의 등성이 답게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한장을 제대로 담으려면 스무장쯤 버려야 한다는,,,,ㅜㅜ
한시간쯤 올랐으려나?
숲 한켠에 하얀 등골나물이 흔들리고 있다.
울동네 뒷산엔 서양등골나물만 지천이라 반가웠다.
조망이 전혀 터지지 않는 등성이다.
숲이 무성해 나뭇가지 사이로 어렴풋 보이는 산 아래쪽 동네~
돌아와 저곳이 어느메뇨 찾아보니 사창리란다.
흐미 울 신랑 군대생활을 저곳에서 했구나 싶어 반가웠다.
그 유명한 이기자부대가 있는곳이다.
울 신랑의 말에 의하면 그때의 저곳은 첩첩산중 면회도 못오던 곳이었다는데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 나도 왔다~ㅎㅎ
반대편 쪽으로 렌즈를 당겨 바라보니 중봉 근처에 있다는 부대의 모습도 보인다.
나중 저 부대의 철책을 잡고 내려가며 고생을 엄청 했더라는,,,
가을빛이 점점 물들어가는 숲의 커다란 나무 밑둥엔 어김없이 며느리밥풀꽃이 흔들리고 있다.
참 흔한 아이이다 쥐손이 집안의 아이들과 함께 요즘 제일 흔하게 보이는 야생화이다.
언덕을 힘겹게 오르면서 만난 송이풀
송이풀이 꽤 많았는데 거의 꽃이 지고 없었다.
그나마 꽃의 모양이 아직 제대로라서 한장 담아보고~
꼭대기에 저게 뭐지?
굴뚝처럼 생긴 저것이 궁금해 길에서 벗어나 올라가 봤다.
역시 뭔지 모르겠다.
부대쪽으로 늘어진 전선이 지나고 있었지만 정체를 모르겠는 굴뚝에서 바라보니
사창리 방향이 보인다.
내가 이뻐라 하는 까실쑥부쟁이 꽃은 곳고에 피어있어 고단함을 씻어준다.
서늘한 바람과 흔들리는 이쁜이들만 보아도 오늘 이곳에 온 보람이 충분히 있었다.
정상 부근의 등성이엔 두루미꽃이 천지이다.
봄에 왔더라면 자잘한 하얀꽃을 질리도록 만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개체수가 많았다.
아~ 노루귀 잎도 아주 흔했다.
길섶엔 금마타리 열매도 꽤 보였다.
모싯대의 꽃은 지고 열매가 저렇게 앙증맞게 달렸다.
그러고 보니 모시대의 열매를 자세히 본적이 별로 없었는듯,,,
세잎종덩굴의 열매도 탐스럽고
생각도 못한 산앵도나무 열매도 만났다.
고산에 가면 자잘한 산앵도나무를 자주 만나게 된다.
언젠가 백덕산에서 지천으로 자라던 산앵도나무를 보고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았던것을 후회했었지~
그리고 작년 개인산에서 순복이가 이애가 뭐냐 물었던 그 이쁘고 앙증맞은 꽃이 바로 산앵도나무의 꽃이었지~
하나 만난 산앵도 열매를 따서 입에 넣어보니 왜 산앵도인지 알겠다.
완전 앵두의 맛고 꼭 닮았다.
보라빛 엉디를 가진 흰진범도 만나고~
바위가 선듯한 등성이에 오르니 건너편 부대의 모습이 제대로 보인다.
그리고 이따가 내려가야할 임도길의 모습도 보인다.
인가목 열매도 만나고~~
부대 근방까지 왔다.
이곳까지 오는동안 등로는 비교적 잘 나있고 시그널도 부착되어있었는데
이곳부터 등로가 사라졌다.
자세히 살펴보니 부대옆으로 철조망이 한쪽으로 치워져있고 희미하게 등로가 보인다.
그동안의 자잘한 나무들은 사라지고 황량한 산등성같은 느낌이다.
철조망 근처엔 쑥부쟁이와 개미취들이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시작점에서 약 3.5km 지점이다.
그런데~~~
닻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완전 지천이다.
세상에 이렇게 황홀할수가 있을까나~~
배낭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이 애들과 눈맞춤을 했다.
목련강 용담목 용담과에 속하는 한두해살이풀.
꽃이 닻 모양이어서 닻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숲 가장자리나 산지의 양지 풀밭에 자라며 높이는 10~60cm이다.
줄기는 곧추서고 가지가 많다.
줄기 위쪽 잎겨드랑이에서부터 하나씩 가지를 벋어가며 연한 황록색의 꽃이 핀다.
경기도 화악산과 강원도 대암산에서만 발견된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나도 생전 처음으로 이애들의 실물을 보게된 황홀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닻꽃과 눈맞춤을 하고 나니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고,,,
집에서 가져간 소보루를 하나 쥬스와 함게 먹고 나니 힘이 난다.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산구절초 하얀꽃도 보이고,,,
과남풀 용담의 꽃봉오리도 보인다.
저애도 내가 참 애정하는 아이인데,,,
울 뒷산에도 꽤 많은 아이들이 있었는데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아직 활짝 꽃잎을 열어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좋다.
조금 더 있으면 실컷 보겠지 용담의 보라빛을,,,,
한시간쯤 사진을 담지 못했다.
부대의 철조망을 잡고 내려오는데 실이 실로 난감했다.
수북 자라난 풀때문에 발밑이 보이지 않고
아슬아슬 절벽길에 정말 한눈을 팔수없는 길이었다.
게다가 나무가 없으니 구름사이로 드러난 햇살이 뜨거웠고
가끔 부대에서 방송하는 소리가 왕왕 들리니 불안했다.
인가목이 꽤 자라고 있고 갈대도 있어
발목이고 손등이고 가시에 스치고 풀잎에 스쳐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꽤 쓰리더라는,,,
한참을 부대 철조망을 잡고 걸어 끝에 다다랐을때 군인에게 걸려 쿠사리도 먹었다.
이곳은 민간인 접근 금지 구역이니 돌아가세요 한다.
어디로 돌아가???
우선 죄송하고 미안하다 하고 임도로 내려가야 하는데 길을 못찾겠다 하니
부대쪽으로 올라오란다. 그리고 하는말 혹시 부대 사진은 안찍으셨죠 묻는다.
부대 사진을 뭣땜시 찍어 내가~~ㅋ
죄송하다 우선 말하고 나서 한소리 했다.
접근금지 구역이면 저 시작점에 그렇다는 표지판이라도 하나 세워놔야 하는거 아니냐
그것이 없고 등로는 선명하고 시그널도 붙었으니 등로인줄 알고 왔다가 나도 무섭고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 하니 허허 웃는다.
암튼 그 군인의 배려로 부대입구부터 임도길로 내려왔다.
임도길로 내려오니 이렇게도 편할수가 했던 생각은 잠시이고 지루하다.
지루하니 발바닥도 아프고,,,ㅋ
한쪽 비탈면에 눈을 주고 걷는데 나비 한쌍이 뭣하는중일까?
참 사이 좋게도 앉아있다.
산꼬리풀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요 근래 가끔 보였는데 사진을 담지 않았구료~~ㅎ
바늘꽃이다.
얼마나 작은지 한껏 줌을 했더니만 촛점이 영 그렇다.
시기도 좀 늦어 애들 모습이 꾀죄죄하다.
햇빛이 잘 드는 임도의 비탈이라 그런지 과남풀 용담의 모습이 꽤 보인다.
역시 아직 활짝 만개한 아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현삼의 꽃이 보인다.
요 아이도 크기가 꽤 작아서 보려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ㅋ
울동네 삼성리에서도 몇 개체가 있는데 올해는 가보도 못했네
조만간 함 가봐야지 싶다.
그나마 조금 피어있는~~ㅎ
임도길로 내려오며 보니 이쪽에선 닻꽃의 개체수가 좀 적다.
가끔 바위너덜 비탈에 핀 아이들만 보였는데 임도길을 걷던 꽃쟁이들은 아쉬웠겠다~
부대 철책넘어엔 엄청난 숫자의 닻꽃이 자라고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닫지 못하는 마치 비무장지대 같은 철책 안쪽이라서 잘 보존되겠지 싶다.
땡볕의 비탈엔 어김없이 구절초가 들어서고
그 고운 흰꽃을 곧 보여주지 싶다.
와우~~
임도길 중반쯤 와서 만난 금강초롱
그 모습이 참 이쁘다~
금강초롱은 참 귀한 식물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면서 꽃이 매우 아름답다.
한 여름 설악산 힘든 산행길에 암석틈에서 청보라색 꽃들이 고개를 숙인채 오가는 등산객들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한다.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꽃 모양이 청사초롱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2010년 서울에서 열렸던 G20정상회의의 로고로 쓰인 꽃이다.
산꼬리풀에 또 눈길을 주고~~~
모양이 참 그렇지만 아쉬운 동자꽃에도 눈길을 주고~~~
아침 임도 초입에서 길을 묻던 아저씨를 세번째 이 임도길에서 만났다.
반가운지 시원한 음료수 하나 드릴까요 하시기에 정말 시원한 사이다 한캔 얻어 마시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걷는 길가엔 쉬땅나무 흰꽃이 이제 늙고 있다.
색도 모양도 참 거시기한 물봉선들에 눈길을 잠시 주고~
꼬마물봉선이란다.
역시나 가족이 많은 분취도 만났다.
사창리 근처에서 자라니 널 사창분취라 불러주리?
역시 요즘 흔히 보이는 담배풀( 두메담배풀)도 만나고
이 아이의 모습을 담느라고 쪼그리고 앉았는데
내려가던 차 한대가 멈추고 나오신 아저씨 그게 뭔데 사진을 찍으세요 묻는다.
담배풀이예요 하니 어? 제가 아는 담배풀은 이것보단 꽃이 훨신 큰데요 하신다.
히유,,,, 물으니 답을 드려야지?
그것은 여우오줌이라 하기도 하고 왕담배풀이라 하기도 하는 아이예요
이애도 담배풀의 한 종류랍니다 하고 폰으로 사진을 보여드리니 그제야 아하 하신다.
요즘 자꾸 야생화에 눈이 간다며 수고하시라 말씀하시고 내려가신다.
꽃에 관심을 가지면 늙는거라고 누가 그랬지?
회나무 우주선을 닮은 열매에도 눈길 함 주고~~~
임도길 거반 끝에 와서야 다시한번 세잎쥐손이에 눈길을 줬다.
가끔 금마타리 열매중 요런 아이들이 있는데
왜 그럴까요?
바위절벽에 자잘히 피어나던 하얀 꽃
하도 멀어 한껏 당겼는데도 저렇다.
렌즈를 하나만 달고 가서 산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지 못했다.
아쉬워서 가끔 폰으로 그 모습을 담았는데,,,
요것은 사창리 방향이다.
내가 화악산에 간 방향이 가평에서였으니 화악산 반대쪽의 모습이다.
내가 오른 중봉쪽의 부대가 아닌 동쪽에 있던 부대
나중 살펴보니 이쪽의 화악산은 1138m 이고
중봉쪽의 부대가 화악산 정상인데 그쪽은1468m라고 한다.
결국 트랭글에서 화악산 뱃지 하나 받았다~ㅋ
살방살방 다녀오자 했던 화악산에서 역시 악이 들어가는 산은 다르구나 느끼며 다녀왔다.
꽃의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했고 다음에 중봉에 다시 한번 와봤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약 7.3km 거리를 사진을 담으며 여섯시간 정도 돌아봤다.
경기도에서 제일 높다는 화악산의 닻꽃과 금강초롱은 기억에 강하게 새겨졌다.
다음을 또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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