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 흐릿한 하늘에서 내리던 눈은 마치 먼지처럼 볼품없었다.
오후 늦어지며 눈발은 점점 굵어지고
가로등 불빛에 탐스런 눈발을 보며 설레었다.
아침에 눈뜨면 바로 뒷산이든 강가이든 눈맞이를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버티컬 틈새로 비치는 햇살이 쨍하다.
오렌지빛으로 환한 햇살이 혹 어제의 그 눈들이 그대로 있을까 하는 염려를,,,
평소와 반대로 산에 올랐다.
새로이 들어선 빌라들 사이로 묵은 옛집 지붕의 눈이 소담스럽다.
늘,,, 이런 풍경에서 감동을 받는다.
이것이 나이 듬이 아닐까 싶다.
추억을 그리워하는,,,
한참 웃었다.
이게 뭐지?
누가 이랬을까?
잎 떨군 나뭇가지의 끝에 떡볶이랑 꼬치 그리고 순대가 걸려있었다.
아마도 어떤 귀연 아이들의 소행이겠지?
얼마나 재치있는 생각인가?
떡뽁이와 순대가 열리는 나무라,,,ㅎㅎ
옆 나뭇가지의 참새는 눈이 똘망하다.
분명,,, 아마도 먹거리가 열리는 나무를 신기해 하며 바라보고 있을게다~ㅎㅎ
원래 동물을 무서워 했는데 하쿠와 단비를 키우며 그 무섬증이 많이 사라졌다.
순한 아이들을 만나면 눈맞춤도 하고 가끔은 등을 쓰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기척만으로도 짖어대는 아이들은 무섭다,,,ㅜㅜ
제 할일을 하느라 그럴텐데
굳어가는 다리를 어여 움직이며 난 너 무섭지 않아 하는듯 걸었다~ㅋ
산 끄트머리쯤 가면 안씨 종산지기가 사는집이 있다.
그집은 아직도 나무를 땐다.
마당 한켠에 막 베어 쌓아둔 나뭇단이 또 싱긋 미소가 나오게 한다.
내가 제법 부지런하다 생각했다.
오산,,,ㅋ
앞선이의 발자국이 새겨있는 눈길.
두사람쯤 되는것 같다.
몇년전부터 누군가 산비탈에 해당화를 심어놓았다.
해당화 덤불은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
비타민 덩어리인 해당화열매는 매년 저렇게 자연스레 스러진다.
아깝다,,,ㅎ
내년엔 밭 주인을 만나 가을에 해당화열매를 좀 얻어볼까?
저앨 곱게 갈아서 우려내면 비누에 넣어도 꽤 좋은 재료인데,,,ㅋ
두사람쯤 되는 흔적,,,
그러나 갓길엔 이렇게 또 하나의 흔적이 있다.
눈오면 제일 좋아하는 동물.
발자국 크기로 보아 꽤 큰 아이인것으로 보이는데
부디 만나지 말길,,,ㅎㅎ
베어낸 논바닥에도 포근하게 내려준 눈.
계란판?
저 눈의 흔적을 보며 문득 계란판이 생각났다.
엉뚱하게도,,,ㅎㅎ
카메라를 당겨보니 국사봉 꼭대기의 정자가 보인다.
내가 오늘 돌아올 산의 맨 마지막 봉우리가 될 국사봉.
울창하던 숲이었는데 소나무를 남겨두고 나머지는 베어냈다.
누렇게 그 흔적이 남아있어 좀 그렇네
저곳에 가면 산림욕장 하는 팻말이 붙어있다.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
얼마전 친구에게 선물받은 아이젠을 꺼내어 장착했다.
우와~
다리 힘주고 살금살금 걸어야 하는 산길이 거뜬하다.
고맙다 친구야 네 아이젠 너무 좋다~ㅎㅎ
옛날엔 이 길을 넘어 다녔단다.
지금처럼 자동차가 흔하지 않았을 그때
산넘어 금사리에서 도수리 학교를 다니려면 이 산길을 걸어 다녔다는데,,,
저 너머엔 금사리란 동네가 있다.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상추가 맛난 동네~ㅎ
날이 추웠으면 어제의 눈이 고스란히 남았으련만
오르는 내내 푹한 날씨였다.
아침인데도 눈은 녹아 내려 마치 비가오듯 떨어진다.
내가 걸어온길,,,
이렇게 첫 발자국을 남기기도 하며
이 골짜기의 이름은 큰응달골이다.
이름에 걸맞게 응달이고 바람도 적다.
그래선지 눈꽃이 피었다.
내가 보고프던 풍경~ㅎㅎ
산 등성이에 오르니 햇빛이 찬란하다.
나뭇가지의 눈은 거의 다 녹아내리고
산까치밥의 붉은빛이 봄을 연상시킨다.
어흑,,,
오르막 시작~ㅎㅎ
이렇게 오르고 내리고 비록 작은 뒷산이지만 오르고 내리다 보면
마치 삶을 보는듯 느끼는듯,,,
그래도 가파르다고,,,
등산객들을 위해 매여진 밧줄
이렇게 밧줄이 매여진 구간이 세군데쯤 있다.
이 밧줄을 잡고 오르면 내가 뒷산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가 나온다.
비누쟁이라 어쩔수없다~ㅎㅎ
눈이 햇살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비누 몇알을 담아가지고 나왔다.
자연과 어우러진 비누의모습을 담아보고 싶어서,,,
장미와 카렌듈라 스피아민트 알록달록 색상이 흰 눈속에서 이쁘다~ㅎ
아~~
드디어 도착~!!!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
벗들과 함께 하고싶은 바로 그곳이다.
산등성이에 나무의자가 두개 있다.
그곳에 앉아 늘 그대로의 팔당호를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끔 타가지고 올라온 커피한잔.
핸드폰에 저장된 음악 한소절.
바람과 함께 이곳에 앉았으면 하루종일 이라도 짧을것 같다.
오늘은 일도 있고 눈도 그렇고 눈으로 바라만 봤다.
뒤 돌아 다시 길을 떠나며
곧 커피한잔 타들고 다시 올께~~~^^
나뭇가지 틈새로 팔당호가 내려다 보인다.
오늘 저곳을 가볼까 이곳엘 올까 고민했는데
이렇게 두곳을 다 눈에 마음에 담았다.
소나무가 우거진 곳.
아까 저 밑에서 바라보던 정자가 있는 산꼭대기 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저기 멀리 정암산도 보이고
천진암 오르는 길도 보인다.
작은 우리동네 퇴촌의 모습도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국사봉에서 한숨 돌리고 내려오는길은 오를때 보다 힘들다.
낙엽송 숲에 들어오니 늘 그렇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쁜 일상이지만
눈에 홀려서
눈이 꼬셔서
아침 뒷산에 올랐다.
눈과 산과의 데이트~ㅎ
개울끝집 아주머니가 웬일인지 마당에 나와 서 있었다.
요즘은 멍멍이가 덜 짖어요 하고 인사를 건네니
눈왔는데 산엘 다녀와요 하신다.
눈때문에 다녀온건데,,,ㅎㅎ
가끔 이렇게 숨 돌리고 사는것 나쁘지 않다.
아니,,, 행복하다.
오늘도 또 하루를 시작하고 살아가며 가끔 문득 산과 눈 그리고 팔당호를 떠올린다.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 한잔 마시기 어렵다~ㅋ (0) | 2015.01.28 |
---|---|
수타사 다녀온 날,,, (0) | 2015.01.28 |
겨울 아침 강변길 산책 (0) | 2015.01.09 |
서리꽃 (0) | 2015.01.09 |
외암민속마을- 2 (0) | 2014.11.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