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집에서 콕 박혀 있었더니 또 엉디가 들썩인다.
아들에게 오늘은 차를 놓고 가라고 미리 일러뒀는데 하필 오늘이 추운날이라서 퍼렇게 얼어
퇴근해온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김밥 한줄 사고 뜨거운 우엉차 만들어 나선 곳은 양평의 대부산이다.
얼마전 티비에서 이곳의 풍경이 잠깐 나왔는데 나는 완전 듣도 보도 못한 산이름이었다.
양평이라기에 검색을 해서 알아보니 유명산 갈때 지나던 삼거리길의 미지의 길로 가면 대부산이 있었다.
오르는 길을 고심해서 알아보았다.
오늘 선택한 길은 설매재휴양림 부근으로 들머리를 잡았다.
아침 폴폴 날리는 눈발과 차가운 날씨에 살짝 걱정은 하였으나 양평대교 건너 용천리 들어서며 어차피
나선 길이니 가는데까지 가보자 라고 편한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설매재휴양림 가는 길목에서 시작하면 그닥 힘들지 않다고 해서 이쪽을 들머리로 삼았는데
눈이 제법 내리시더니 오르막길에서 차가 미끄러진다. 돌아올때 내리막으로 오면 체인도 없는데 싶어
마침 빈집 마당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오르기로 했다 덕분에 2키로 정도는 더 걷게 되었다는,,,ㅋ
겉으로는 멀쩡한 집인데 현관문이 열려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고 인적이 없는 빈집이었다.
아마도 여름동안 쓰이는 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고맙게도 저곳 마당에 주차를,,,
차 앞머리가 비죽 보인다~ㅋㅋ
이렇게 구불 돌아가는 산의 도로를 꽤 올라가야 했다.
모처럼 인증샷도 남겨보고~ㅋ
눈발은 조금 사그러 드는듯 했는데,,,
한동안 겨울답지 않게 따듯해서 비죽 고개를 내밀었을 버들강아지가 하얗게 눈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추워 안스럽다 느끼기 보단 어쩐지 포근하게 보이는것은 왜일까?
한겨울 산에서 마치 안개꽃마냥 화사하게 산객을 맞아주는 밀망의 열매도 눈모자에 더 곱다.
조금 전 까지는 시커멓던 하늘이 파란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폴 떨어지던 눈송이들,,,
저곳이 내가 오늘 오를 대부산의 끄트머리 촛대봉이다.
대부산은 이쪽 산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바로 이 언덕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는 대부산.
첫 길이라서 이곳이 어드메인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으나
조금 후엔 이곳의 풍경에 푹 빠지게 되었다.
아마도 나는 이곳 대부산을 자주 찾을듯 싶다.
거짓말처럼 하늘이 파래졌다.
조금전 그 눈발은 다 꿈이었던걸까?
햇빛이 따사로워 살짝 덥다 느끼던 순간.
수없이 구불거리는 길,,,
결국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조끼차림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는
길은 눈이 쌓여있어 미끄럽다 아이젠과 미리 스패츠까지 챙겨 단디 무장하고 출발~^^
아침이라서 그런지 유난 새소리가 경쾌했다.
단잠을 깬 산새들이 부지런 먹이를 찾는걸까 꽤 부산스러웠다.
타닥 나무 쪼는 소리가 들려 고개들고 찾아보니 딱다구리 한마리 부지런 먹이사냥중이다.
요녀석은 꽤 흔한 오색딱다구리이다.
박새 한마리 나뭇가지에서 해바라기중~ㅎ
보스스한 깃털에 매달린 햇빛이 참 화사하다.
드디어 배너미고개에 다다랐다.
만약 길이 미끄럽지 않았으면 이곳 배너미고개에 있는 주차장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왔을텐데
눈땜시 걸었던 길이었지만 덕분에 또 다른 자연을 만났다.
아마도 한겨울이어서 그랬을까?
평일 월요일 아침이라서?
원래 이곳으로 대부산엘 가면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고 한다.
오늘은 개미한마리 없던 적막했던 입구였다.
산악오토바이들이 드나드는 임도가 꽤 잘 설비되어 있었던 트레킹 코스가 아닐까 싶다.
이쪽은 완전 북쪽으로 돌아앉은 임도였다.
그늘이 깊었고 게다가 바람까지 불기 시작해 벗었던 겉옷을 다시 챙겨 입었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나 혼자 걷던 느낌은 늘 그렇지만 너무나 편안하다.
임도길을 걸으며 북쪽으론 어비산이 보인다.
어비산 정상쯤엔 하얗게 상고대가 보이고,,,
특별한것이 없는 길을 구불구불 걷다보니 눈이 자꾸 어비산으로 향한다.
저렇게 산악오토바이용 표지판이 곧곧에 서있다.
덕분에 700고지 산위에 이렇게 고른 넓다란길이 생겼겠지?
산수국은 대게 습한 계곡에 자생한다.
요래 마른 산수국을 보니 이곳의 또 다른 계절이 궁금해진다.
한쪽으론 낙엽수가 또 다른 한쪽으론 푸른 잣나무가 자라는 길,,,
오늘 이곳을 다녀오며 다음 친구들과 함께 걷기 꽤 괜찮은 코스이다 싶었다.
그닥 무리가 가지 않는 코스?
유명산을 이쪽으로 다녀옴도 꽤 멋진 트레킹이 될듯하다.
한시간 반쯤?
혹은 두시간쯤 되려나?
아까 밑에서 보았던 민둥산같았던 언덕이 바로 이곳이었다.
광야의 느낌이 풍겨나오던 장소였다.
동쪽으로 용문산 정상이 보인다.
하얀 상고대에 둘러쌓인 저곳,,,ㅜㅜ
얼마전 저곳을 목표로 올랐다가 바위와 철계단에 시껍하고 내려왔던 기억이 아프게 떠오른다.
담엔 이쪽에서 시작해볼까나~~ㅋ
와우~~
눈이 오시더니
바람이 그리도 세차더니
이렇게 멋진 빛내림을 보여준다.
멀리 양평시내의 모습과 남한강의 모습도 어렴풋 들어오고~~
오른쪽으론 용문산
왼쪽으론 어비산
이 높은곳에 이렇게 멋진 길이 숨어있을줄 진정 몰랐다.
초행길이라서 먼저 이곳을 찾았던 그누군가의 트랭글 코스를 따라 왔는데
경고음이 계속 띠롱띠롱 울린다.
장갑을 벗고 폰을 꺼내 확인하니 내가 풍경에 홀려 길을 놓쳤다~ㅋ
눈앞에 보이는 저 언덕을 올라서면 다시 제대로 코스를 잡을듯 싶어 오르는데
비쭉 보이는 저것은 지붕이 분명하다.
어라? 싸리문이니?
궁금증이 확 솟아나던 순간이어서 오르막을 한달음에 오르려 했으나 헥헥 중간에서 숨을 몰아쉬게 되더라는~ㅋ
오호~~
바로 이곳이 영화 관상의 촬영지였던 그곳이다.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다면 이곳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적막하다고 할까?
고원에 홀로 서 있는 초가집의 모습이 쓸쓸해보였다.
왼편으로 보이는 저 언덕 너머로 가면 대부산이 보인다.
산 꼭대기라서 그런지 바람이 굉장했고 손과 볼이 떨어져 나갈듯이 시렸다.
제대로 보온이 되는 옷을 입은 지금도 이러한데 그옛날 살던 사람들은 아무리 솜옷이라도
한겨울을 어찌 넘겼을꼬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세상에 나 혼자인듯한 느낌.
저 아래 사람세상에서 아귀다툼을 하며 사는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가끔 세상의 때를 벗기는 목욕재개를 하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래서 산을 찾는게 아닐까 싶다.
어비산 산줄기가 훤히 보인고~
하얀 상고대는 황홀하게 아름답고~
차갑고 거친 바람은 내 머리속의 잡념을 날려버리고~
아~~ 좋다.
고개마루 올라서니 나뭇가지 사이로 유명산 정상이 보인다.
이렇게나 가깝구나,,,
잠깐 멈춰 지도를 보니 이 언덕 내려가면 대부산과 유명산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두곳을 다 찾아보는것은 무리겠지?
아마도 차를 가지고 배너미고개까지 올라왔다면
대부산을 들려 유명산까지 돌아보는것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트인 정상이라 바람이 거세니 상고대가 피었다.
햇살은 따스한데도 바람이 워낙 거세 상고대는 녹을줄 모른다.
파란 하늘과 상고대는 언제나 최고의 깨끗함~
언덕을 내려와 갈림길에서 대부산으로 들어서는,,,
꽤 묵은 소나무가 서있고 두군데 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75-80도쯤 되는 오르막이니 겨울엔 아이젠 필수이다.
첫번째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요래 작은 앞산이~~ㅋ
바로 저곳이 대부산 정상이다.
참 흔하고 멋없는 정상석이다~ㅋㅋ
사진으로는 바람이 느껴지지 않아서 좀 아쉽다.
엄청 거센 바람과 소리,,,
바람을 피해 잠시 쉬며 뜨거운 우엉차를 한잔 마셨다.
어쩐일인지 전혀 식지를 않아서 입 데는줄 알았다는,,,ㅋㅋ
눈에 식으라 잠시 컵을 내려놓고 길잡이를 해줬던 그 누군가의 트랭글을 종료하였다.
이곳까지 4.15킬로미터 최고 고도는 777미터이다.
2시간19분 걸려 올라왔다.
그리고 다시 운동시작 버튼을 누르고 하산을 시작했다.
지롤맞은 내리막,,,,ㅜㅜ
스틱을 꺼내 높이 맞춤을 하고 카메라는 가로질러 메서 안전하게
한발 찬찬 조심해서 내려왔다.
늘 그렇지만 혼자 다니는 산행에서 혹 부주의로 다친다면
여러사람에게 큰 민페가 될게 분명하기에
더욱 더 신경쓰며 조심히 다닌다.
갈림길까지 내려왔다.
아까는 오른편 산을 타고 왔으니 이번엔 임도를 타고 조금 편안하게 가볼까나~~
아마도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겠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대부산
비죽 솟은 봉우리가 첫번째 오르막 그 고개를 넘어가면 두번째 오르막이 나온다.
바로 대부산 정상이다~ㅋ
요래 보니 정말 가파르다,,,우띠~
편안한 임도길을 한들한들 걸으며~~
요럴땐 콧노래도 스리슬쩍 나온다.
내가 혹여 노래를 잘 한다면 이런 구간에선 한소절 불러봄도 좋으련만,,,ㅋ
오를땐 멀리 남한강이 제대로 구분이 되지 않더니
바람이 구름을 몰아가서 이젠 그럭저럭 구분이 된다.
용문산 산자락이 쫘악 펼쳐진다.
용문산, 함왕봉, 백운봉까지,,,
정말 멋진 풍경이 아닌가
나도 언젠가는 저 산등성이 길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볼수있을까?
비록 썩 좋은 조망은 아니지만,,,
양평 시내의 모습과 남한강의모습도 다시 바라보고~
구불구불 임도길을 따라 하산을 했다.
찬 바람과 시시각각 변화를 보여주던 하늘
그리고 멋들어지게 펼쳐졌던 산하
아까 띠롱 울리던 경보음은 아마도 이곳에서 시작했던게 아닐까 싶다.
저 나무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오르막을 오르면 관상 촬영지가 나온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선명했던 용문산 정상
꼭 가고픈 장소이다.
햇살에 반짝이던 눈길,,,
가운데 평평한곳이 관상 촬영지이고 오른쪽 언덕을 넘어
왼편에 보이는 대부산까지 오늘 하루는 가슴 트이고 벅차던 산행이었다.
가끔 나는 어쩌면 이 바람의 언덕이 그리울것 같다.
하산길 트랭글
편안했던 하산이었으나 거리는 조금 더 되었다.
시간은 역시 내리막이라 엄청 단축되더라는,,,ㅎ
등산길 트랭글
누군가 미리 앞선길을 따라 걸었다.
내내 오르막이라 살짝 힘들었다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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