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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추억이란것,,,,

by 동숙 2009.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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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란것,,,,

늘 입가에 아련한 미소 떠오르게 하고 또 늘 눈가에 이슬이 맺히게 하는것.

 

추억을 되새기며 행복한 한때를 보냈습니다.

아주 어릴적 선머스마처럼 뛰어놀던 국민학교때,,,,

어쩐지 초등학교 보다는 국민학교라 부르는것이 더 정스럽게 느껴지는것은

우리 세대만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손등 터지며 구슬치기를 하고 병뚜껑 두드려 딱지놀이를 하고 빠빳한 종이로

접은 사각딱지의 배 튕기며 놀던 그때의 그 맑은 웃음이 참으로 그리웠습니다.

대문옆 장독대의 항아리 두개는 늘 제몫이었죠  오월경 엄마가 소래나들이를

하시기 전까진,,,,ㅎㅎㅎ

그렇군요 그땐 엄마들의 오월나들이가 꼭 소래였었죠.

황석어며 새우며 싱싱한 생것을 사다가 소금 하얗게 버무려 독에 꼭꼭 눌렀다가

가을 김장철 즈음엔 온 동네에 젖갈 다리는 냄새가 진동을 했었죠.

꼬리꼬리 한 그 냄새가 엄청 싫었는데 그 냄새가 겨울동안 밥상에 오르는 김치의

중요한 재료인줄 그땐 몰랐었죠.

 

계집애가 웬 구슬이며 딱지냐고 등짝 맞고 항아리를 비웠었는데,,,,,

 

해 설핏 넘어갈때 저녁밥 먹으라 부르는 엄마의 외침을 따라 집에 들어가면

육남매의 맏이 큰언니가 되어 상자 뒷면 하얀종이에 인형을 그려주고 내가

읽었던 동화에 살 덧붙여 이야기를 해줬었죠  왜 마지막엔 늘 무서운 이야기로

끝을 맺었을까요?  왜 꼭 자기전에 그 무서운 이야기로 동생의 울음을 터트리고

엄마의 매운 손으로 등짝한대 맞았을까요?

 

조금 더 자라 여중생이 되었을땐 또다른 이중생활을 즐겼었죠.

등하교길에 마주치던 남학생들이 조금 신경에 거슬렸었고 매일 아침 감고 마르지

못한 머리는 추운 겨울에 다각다각 얼어 볼에 벌건 생채기를 냈었죠.

하얀 칼라는 저녁이면 빨아서 엷은 풀먹여 물솥위에 올려놓고 아침 그 바쁜 와중에

다림질을 했었죠  구두코가 반짝이게 아빠 구두약 슬쩍해서 닦아놓고 하얀 실내화는

분필을 칠해 말려 더욱 더 하얗게 보이고 싶었답니다.

 

그렇게 소녀로 여자로 보이고 싶어었죠.  하지만 우리가 아닌 다른사람이 있을땐

있는내숭 없는내숭 다 떨며 조신한 여학생이 되었다가도 우리끼리 있을땐 여전히

선머스마 무늬만 여학생인 개구장이들 이었었죠.

 

교복치마에 옷핀꼽거나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온 교정을 뛰어다니고

햇살 쨍한 가을날 나뭇가지에 앉아 졸고있는 빨간 고추잠자리를 잡아 꼬리 끊어내고

강아지풀 끼워 그 파랗던 하늘로 날려보내며 웃던 빨간볼의 단발머리 소녀들,,,,

 

뒷담 넘어 학교와 이웃하고 있던 농가에서 키우는 상추며 쑥갓을 꼭 삼교시에 슬쩍

해왔었죠  도시락 귀퉁이에 또는 작은 유리병에 싸온 고추장으로 점심시간에 먹던

상추쌈은 정말 꿀맛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직 살아오며 그때와 같은 신선하고

맛있는 상추쌈은 먹어보지 못했답니다.

 

아버지 구멍난 런닝으로 헝겁인형 만들어 노란 털실로 금발머리 만들어 할머니

낡은 한복으로 옷을 해 입히던 다소 바느질도 할줄알던 그때,,,,,

 

그렇게도 온 교정을 뛰어다니며 땀 범벅이 되었다가도 막 부임한 가정선생님의

수업시간이 되면 세수 깨끗이 하고 연파랑 수틀에 동양자수를 놓았었죠.

수양버들 늘어지고 벗꽃이 흐드러진 호수 풍경과 깊은 산속의 정자가 멋들어진

두폭짜리 가리개를 만들었었는데,,,,

 

늦은 오후 두서없이 떠들다가 들여다보게 된 어릴적 내모습에 딱 두시간이 너무도

행복했답니다.  아이에서 소녀로 소녀에서 숙녀로 조금씩 자라던 내 모습을 마치

영화 한편 보듯이 줄줄 늘어놓던 난 이제 추억을 새기며 미소짓고 눈가 적시는

중년의 아낙이 되었답니다.

 

나중에 그랬죠.

우리 아이들도 우리같은 추억이 있을까?  라고,,,,

 

물론 있겠죠.

그들나름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

하지만 자연과 공유하는 추억은 어쩌면 우리가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러면서 또 이런 이야기도 했답니다.

우리땐 너무 부족해서 아주 작은것에도 행복했었는데 지금 아이들은 모든게 풍족하니

우리와 같은 그런 행복은 모를지도 모른다고,,,,

 

너무 주지 말아야 할까봐요.

원하기 전에 늘 채워놓는것 그만해야 할까봐요.

 

느닷없이 시작된 추억이야기에 삼일동안 참 행복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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