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으로 지친 요즘이다.
숲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시원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폭염인 요즘엔 더 그렇게 느껴진다.
시원한 에어컨 켜놓고 실내에 있어도 시원은 하지만 나는 어쩐지 무력감에 빠지게 되기에 기회가 되면 산으로 가서
자연의 청량한 시원함을 만끽하게 된다.
기다리던 이번주의 산행은 멀리 거창의 무룡산 남덕유산과 덕유산의 중간에 위치한 원추리가 이쁘다는 산이었다.
약속을 하고 정보를 찾아보니 높이가 꽤 높은 고산 이 뜨거운 복중에 거길 오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살짝 고민을 했다.
그냥 약속을 취소하고 만항재에서 함백을 오르며 여름꽃을 만나볼까 하는 유혹이 강하게 들었으나 약속은 약속인지라
결국 마음을 정하고 하루전 도토리묵을 쑤고 야채를 채 썰어 준비하고 옥수수도 삶아놓고 갖은 야채 다져 넣고 고추장과 된장을 넣어 장떡을 만들었다.
내일 땀 흘리고 시원한 점심을 먹으면 좋을듯해서 미리 준비하고 보니 육수가 한봉지밖에 없었다.
새벽에 출발하는데 큰일이다 싶었으나 현지에서 사기로 하고 잠을 이루는데 들떠서 그런가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다가
설핏 선잠을 자고 일어나 원식이와 상배를 만나 출발을 한 시간이 여섯시였다.
차 안에서 반가운 수다를 떨며 무주를 지나 거창 들머리에 도착하고 곧 재환이도 합류 채비를 하고 드디어 무룡산으로
출발을 했다.
황점마을에서 출발을 해서 계곡을 따라 삿갓재에 올라 무룡산으로 오르는 조금 긴 산행이다.
씩씩하게 출발~~
들머리를 지나 시멘트가 깔린 마을길을 따라 걷다 보니 주변의 초록이 그렇게나 좋더라~
은꿩의 다리라 착각하고 알려줬는데 돌아와 찾아보니 자주 꿩의다리인 연보랏빛 꽃이 자주 보였다. 내가 사는 이쪽에선
안 보이는 아이였는데 꿩의다리 중 금꿩의 다리 다음으로 꽃이 이쁘게 느껴졌다.
그리고 곧 생전 처음 보는 열매를 만났는데 저만치 앞서가는 상배를 불러 물어보니 깨금이란다.
깨금은 개암의 방언이었는데 내가 알던 개암나무의 열매와는 많이 다른 아이였기에 역시 정보를 찾아보니 이 애는
물개암 나무의 열매였다. 한국의 헤이즐넛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달콤 고소한 맛이 주전부리가 없던 예전엔 아이들의
주전부리가 되어주던 열매였다.
계곡길을 따라 오르는 산행은 돌계단과 너덜길이 쉽지 않다.
이곳도 역시나 고도를 급하게 올리는 코스이다 보니 삿갓재까지 가는 길은 고단했다.
그렇지만 주변에 고운 꽃들이 나타나고 멋진 작은 폭포와 소들이 보여 시원하게 오를 수 있는 길이었다.
폭이 제법 넓게 떨어지는 나지막한 폭포에서 잠깐 쉼을 하며 재환이 가져온 복숭아를 먹었는데 껍질이 술술 벗겨지는
노란 황도복숭아가 얼마나 달고 맛나던지~~ㅋ
이곳은 나중 하산할 때도 쉼을 하며 등산화 벗고 발을 담갔던 추억의 장소가 되어줬다.
힘들어~~~ 노래를 하며 삿갓재에 올랐다.
처음 시작을 하면서부터 나는 삿갓재까지만 갈 테니 너희는 무룡산 다녀오라 노래를 했다.
삿갓재에서 주변의 야생화들을 살펴보겠다 마음먹었는데 조금 길게 쉬며 점심도 먹고 나니 충전이 되어 그래 기왕
하며 무룡산을 향했다는 웃픈 이야기~ㅋㅋ
준비해온 묵밥을 어찌나 잘 먹던지 하긴 나도 땀을 흘리고 먹는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묵밥이 너무 맛나기는 했다.
식사를 마치고 잠깐 삿갓재에서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고 다시 무룡산을 향해 출발~
삿갓재를 지나 능선길을 걷는데 아무리 능선길이라도 오르내림이 있다.
많이 지쳤있기도 하고 능선엔 꽃들이 많아 걸음이 자꾸 멈추게 되는데 무룡산이 훤히 보이는 바위에서 잠깐 쉼을 했다.
반대편을 보려 바위로 올라서는데 뭔가 섬찟한 느낌이 들어 살펴보니 뜨거운 바위에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더니
인기척을 느끼고 스르르 바위틈으로 숨고 바로 옆 수풀 속에도 또 한 마리가 보였다. 흐미~~ㅜㅜ
내려오던 중 근처에서 풀 위로 스르르 숨던 뱀을 또 보았다는 바위가 많은 산이라 그런가 웬 뱀이 그리도 많이 보이는지
이 녀석들은 햇빛을 만끽하다 인간으로 인해 혼비백산했겠지~~ㅋㅋ
드디어 무룡산 밑 원추리 군락지에 다다랐다.
그런데 바람이~~ㅜㅜ
가까이 꽃을 담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그냥 눌러쓴 모자의 끈을 꺼내 단단히 조여 매도 바람이 거세 금방 훌렁 벗겨지더라는~ㅋ
그래도 너무 멋졌다. 속이 시원했다.
바람 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그 모습을 담고 즐겼다.
한참을 원추리 밭에서 놀다가 이제 내려가자~~
먼길을 내려가야 해서 카메라는 배낭에 넣고 가벼운 양손으로 출발을 했다.
삿갓재에서 한번 쉼을 하고 재환이는 가져온 물병에 삿갓재 약수를 두통이나 받아 넣었으니 배낭의 무게가 더 무겁겠다.
올라올 때 그리도 등을 잡아끌던 오름길이 내려갈 때는 앞으로 고꾸라지듯 하여 발 앞만 보며 내려왔다.
생각보다 무릎이 잘 버텨줘서 오를 때 쉼 했던 나지막한 폭포에서 다시 쉼을 할 때 양말 벗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어찌나
시원하고 피로가 씻겨가는지 이래서 족탕을 하는가 보다.
약 10km 쉼과 식사까지 포함 7시간 걸렸다.
재환이랑은 여기서 헤어져야 해서 인사를 나누며 다음 산행지와 날짜를 정하고 출발을 할 때의 시간이 4시쯤 집에 도착이 7시가 채 안되었으니 차막 힘도 없이 수월하게 올라왔다.
내려가고 올라올 때 운전해준 원식이는 더 피곤했겠지만 상배랑 둘이 뭐라 한참 떠들며 올라오는 동안 나는 꽤 길게
편케 잠이 들었었다~ㅋㅋ
고민을 조금 했었지만 후회는 전혀 없는 멋진 한여름의 산행이었다.
다음엔 정선의 멋진 비밀의 계곡 신비한 폭포로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또 벌써부터 설렘이~~
이런저런 이유로 두 번 빼먹은 근희도 다음번엔 꼭 참여할 거라니 머스마들 틈에서 시달렸던 게 마지막이 되겠지~ㅋㅋ
코로나 어서 안정이 되어 많은 친구들과 자유스럽게 함께 할 그날이 언제 올까나?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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