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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12월3일 뒷산의 눈세상

by 동숙 2015.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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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예보에서 큰 눈이 오실거라 했었다.

아침 일어나 버티컬을 걷어내니 함박눈이 소리없이 내리고 있었다.

 

아들애 조금 일찍 깨워 출근시키고

병가로 쉬고 있는 딸램에게 밥 챙겨 먹으라 일러놓고 뒷산으로 출발했다.

카메라와 따뜻한 유자차 한병 그리고 혹시 몰라 아이젠까지 챙기고

오늘은 스틱을 빼놓고 대신 커다란 장우산을 챙겨들었다.

 

눈이 오시는 모습이 쉬이 그칠 폼이 아니라서,,,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소리조차 없이 어쩌면 저리 푸짐하게 내리시는고,,,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와 내리시는 눈

평화롭기 그지없는 산행이었다.

 

 

 

 

 

늘 보던 풍경을 한폭의 그림으로 바꿔놓았다.

지저분한 세상의 온갖 쓰레기도 그 풍경속에 녹아들어 자연이 되었다.

 

 

 

 

 

 

 

부지런한 분들이 꽤 있었는가 보다.

나처럼 눈맞이 하러 나오셨던 앞서간 이들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오늘은 걸음이 늦되다.

 

 

 

 

 

오래전 고등학교 다닐때,,,

이맘때가 되면 친구들과 모여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 시중에 판매하던 카드엔 대게 저런 그림이 인쇄되어 있었는데~ㅋ

열심히 만들었던 카드는 크리스마스 밑에 길가에 쭈욱 펼쳐놓고 팔았던 기억

어딘가에서 제몫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겠지 그 시절의 친구들은,,,

 

 

 

 

 

 

 

 

정말 푸짐하게도 내리신다.

쓰고 있던 장우산이 무거워 몇번씩 털어내며 걸어야 할 정도로,,,

걷다가 가만 멈춰서 눈 감으면 사르르 내리는 그 기척이 느껴진다.

가만 그 기척을 느끼다가 눈을 뜨면 또 새롭게 느껴지는 풍경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뭔가 뭉클,,,

 

 

 

 

 

 

 

 

 

 

 

 

 

단풍나무 열매에도 소복 쌓였다.

그러다 제 무게에 풀썩 쏟아지는 눈.

깜짝 놀라다가 까르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눈은 때론 어린아이로 되돌려 놓는 어떤 마법이 있는것 같다.

 

 

 

 

 

 

 

 

아침 운동은 나왔던 분들은 이곳이 마지막 장소였나보다.

여느때는 산등성에서 마주침을 할때가 많은데 오늘의 인적은 이곳이 끝이었다.

그 후로는 내가 새로운 길을 열었다.

깨끗한 흔적없는 길을 앞에두고 뒤 돌아보면 내 발자국만 남아있었다.

 

누군가에게 길의 표식이 될수도 있는 첫 발자국.

살면서 나는 어떤 발자국을 남겼을까?

또 어떤 발자국을 따라 걸었을까?

 

부디 헛된 자리로 이끌지 않는 발자국 이었기를,,,

 

 

 

 

 

 

 

 

 

 

 

만약 여러 사람이 걸었다면 다져진 눈길이 미끄러웠을지도,,,ㅋ

깨끗한 첫 발자국을 남기는 산행이었기에 미끄럽지 않았다.

배낭에 챙겨넣은 아이젠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요 아이를 담고 싶었다.

눈속의 붉은 까마귀여름나무의 열매를,,,

꽤 여러장 담았는데 안경의 습기 때문이었던지

돌아와 확인하니 영 션찮은 사진,,,ㅜㅜ

 

 

 

 

 

 

 

 

 

 

늘 두번씩은 쉬어야 오르는 언덕을 오늘은 더 많은 쉼을 하며 올랐다.

완만한 산 등성이에서 만난 고라니의 발자국

이렇게 깊은 눈속에선 고라니도 산길을 따라 다니는것을 알았다.

아니,,,

어쩌면 늘 산길을 따라 움직이는데 그 흔적을 알아보지 못했던지도 모르겠다.

벤치 있는 등성이까지 내내 이 발자국을 뒤따랐다.

 

 

 

 

 

 

 

눈덮힌 팔당호가 보고팠는데,,,

내리는 눈 때문에 어슴프레 그 흔적만 보였다.

따순 유자차는 이곳에서 마시려 타 왔는데,,,

갑자기 더 내리는 눈 때문에 유자차 마시는 달콤한 시간은 포기했다.

다시 부지런 하산길을 엉금엉금 걸으며,,,

 

 

 

 

 

 

누군가 앞서 왔었나보다.

오늘은 온전히 나 혼자였다고 생각했는데

발자국의 흔적도 없었는데

이렇게 앙증맞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겨울 왕국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화려한 눈세상

평소보다 한시간이나 늦게 다녀온 뒷산이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면 그쯤의 수고는 얼마든 감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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