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검단산에 다녀오며 엄청 힘들었던 기억은 내내 머리속에 남아있었다.
나름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 어째 더 힘들었을까?
궁금하던 차에 어제 아르바이트 끝내며 돌아오던 길에서 하얀옷을 입은 검단산을 보며
오늘 기필코 다시 찾아보리라 다짐했었다.
저녁에 일찍 자야하는데,,,ㅋ
나는 늘 다음날 약속이 있으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어제밤도 새벽까지 뒤척이다가 아침 일어나니 피곤함에 온몸이 노곤했다.
하지만~~ 마음먹었으니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보온병에 유자차를 따숩게 타 넣고 검단산으로 출발~
서울도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다고 하더니 아침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는데 싸아하다.
고인물은 어김없이 얼어 온갖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주차장의 식당은 차가 한대도 없이
문까지 닫혀있어서 더 을씨년 스러웠다.
바로 지난주 늦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낀 이곳인데
오늘은 한겨울의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그나마 아직 한겨울이 아니다 라는 증거는 흐르고 있는 계곡물이다.
저렇게 얼음을 매달고 있는 나뭇가지를 보니 곧 이곳의 깊은 겨울을 보겠구나 싶다.
아직 많은 눈의 흔적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우리동네 뒷산보다는 그 흔적이 많아서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마치 콩나물 쑤욱 자라나듯,,,
땅속에서 거꾸로 솟은 얼음의결정체는 지난밤이 꽤 많이 추웠구나 짐작케 한다.
시기가 그런 시기인가?
이곳 검단산에도 멧돼지의 흔적은 무섭게 보였다.
언 땅을 헤집은 그 힘
제법 커다란 돌덩이까지 몽땅 헤집어 놓았다.
오늘 아침의 하늘은 변덕이 죽 끓듯 했다.
맑은 파란 하늘을 보여주는가 하면 곧 눈이라도 한바탕 쏟아내지 않을까 싶게
사위가 어두워 지기도 했다.
눈의 흔적은 점점 많아진다.
윗 배알미로 산행을 하며 계곡을 얼만큼 건너 다니게 되는지 오늘 한번 세어봤다.
열한번,,,ㅎㅎ
열한번을 계곡 이쪽 저쪽으로 옮기며 오르는 산길이다.
흐르는 계곡물소리 경쾌하여 산행이 조금 수월해지는 구간이다.
더불어 눈의 깊이도 더해진다.
오르는 내내,,,
햇살이 겨우 힘들게 산등성이로 올라섰다.
이제 바람이 덜 불때는 햇살의 그 따순 기운이 고스란 전해진다.
참 고마운 햇님,,,^^
아이젠을 꺼내 장착해야 하나?
스틱도 꺼내 그 키를 늘려야 하나?
잠깐 고민스러웠으나 눈은 다행히 미끄러운 눈이 아니었다.
귀차니즘 몰아쳐 조심하며 걷자로 마음을 정하고 다시 출발~
요 풍경을 담은곳은 이제 계단으로 된 오르막이 시작되는 부분쯤~
이쯤 오르니 지난 토요일의 그 힘듬은 내 컨디션이 난조였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가파른 오르막이니 당연 힘들기는 하였지만 그때와 같이 죽을만큼 힘들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때는 정상 오르는 내내 이곳에서 내려갈까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었다.
나무계단 구간을 오르고 나면 곧 산등성이에 도착한다.
토요일과 다르게 확실히 오늘은 사람의 흔적이 드물다.
조용해서 더 좋았던 오늘이었다.
돌위에 내린 눈의 흔적이 마치,,,
해골?
외계인?
잠시 웃으며 숨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저 아래선 상상도 못했던 풍경이다.
하얀 눈세계~
경이롭고 황홀하고 숨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잠깐씩 바람이 불때는 볼이 다 얼어버리는듯 추웠지만
딱 좋은 눈바라기 산행일기이다.
족히 십오센치는 넘을듯 싶다.
아직 오전중이라 그런지 나뭇가지의 눈이 녹지 않고 그래도 있었는데
그 풍경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겨울의 깊은 품에 파묻힌듯 한 이 느낌이 너무 좋았다.
아름다운 눈꽃도 보고
아직 건재한 상고대도 만나고
넋을 놓고 그 풍경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발이 시리다.
서둘러 걷다 보면 발은 후끈해지고 이마엔 땀이 송글 맺히고,,,
눈꽃 터널을 지나 마지막 오름인 계단을 올라서다
뒤 돌아보니 멀리 용마산이 보인다.
그 너머에 내가 살고 있는 퇴촌이 있다.
지난번 산행때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정상석의 모습도 담아보고~ㅋ
평일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사람들의 모습이 적었다.
퇴촌 방향으로 다시한번 그 모습을 담아보고~
양수리 방향으로도 담아보고~~
마주 보고 있는 견우봉과 직녀봉(예빈산)
그 뒤에 햇살에 환한 운길산의 모습까지 보고 카메라를 배낭에 넣었다.
따뜻하고 달콤한 유자차를 한잔 마시고
정상에서 사람들과 친한척 하는 산새들과 잠깐 눈맞춤도 하고
눈의 느낌으로 아이젠 까지는 아니어도 스틱은 꺼내야 하겠기에
스틱 꺼내 키 조절하며 하산을 시작했다.
한번의 미끄럼도 없이 내려오며
나는 마치 잠깐 꿈을 꾼듯 했다.
내가 본 그 풍경이 분명 본게 맞는거지?
어쩜 이렇게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는걸까?
깊은 겨울이 되어 계곡물이 하얗게 얼었을때 또 다시 찾아오마 약속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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