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티비에선 오늘 첫눈이 왔다고~~ㅎ
하늘도 흐릿하고 날도 추워 그냥 집에 있을까 하다가 첫눈이 오셨다는데 직접 맞이하지는 못했지만
그 모습이라도 봐야지 싶어서 커다란 장우산을 스틱 대신으로 들고 뒷산으로 나섰다.
가는 내내 눈은 흔적도 없었고 마치 늦가을 비 내리신듯 촉촉한 들판이었다.
맑게 물방울 매달고 떨리던 이삭에도 겨울의 흔적은 별로 찾아볼수 없었는데
오르는 길 내내 춥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고 등짝으로 주르륵 흐르는 땀도 느껴지는데
어느새 첫눈이 오셨단걸까?
서울 곳곳에도 왔다는데 서울보다 조금 더 기온이 낮은 퇴촌은 그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야트막한 산 칠부쯤 올랐을때 그제야 눈의 흔적이 보였다.
와우~~ㅎ
반가움,,, 그리고 신기함.
오십년을 넘게 보아 온 눈 이지만 그래도 신기하고 반가운게 첫눈이 아닐까 싶다.
조금 더 오르면 더 소복한 눈을 보지 않을까 했는데,,,
아쉽게도 이 구간에서만 본 첫눈이었다.
산에 오를땐 오롯 산의 소리만 들었다.
혹여 마주치는 산객들의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도 난 싫었었다.
내가 밟는 낙엽소리
바람소리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간혹 마주치는 산토끼나 고라니 뜀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그렇게 산의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편안해지고는 했었다.
오늘은 산에 오르며 블루투스 이어폰을 가지고 나왔다.
귀에 꼽은 이어폰을 타고 흐르는 음악이 또 새로운 느낌으로 찾아왔다.
어쩌면 간혹 이렇게 음악과 함께 하는 산행을 할듯,,,
이때쯤 피어나는 것?
아무리 봐도 야생의 느타리버섯이 분명한데~ㅎ
어찌나 토실하니 탐스러운지 한참 들여다 보았다.
요걸 따다가 저녁에 된장찌게를 끓여볼까?
더 많은 포자를 퍼트려서 더 많은 버섯을 보여주라 눈 감고 지나쳤다.
하얀 눈 모자 쓴 너를 보고싶었는데~
이 겨울 언젠가 꼭 하얀 모자 쓴 너를 담고 말테다.
벤치에 앉아 따뜻한 메밀차 한잔 마시고
한참 팔당호를 바라보다가 일어서는데
저쪽에서 마치 안개처럼 뽀얗게 몰려온다.
어쩌면 눈,,, 혹은 비가 더 오시려나 보다.
그렇게 수없이 올라도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나뭇잎 다 떨군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팔당호가 잠자고 있다.
약수터쪽 길이 아닌 정자쪽의 길을 선택했다.
스물 퍼지던 안개를 보면 아마도 멋진 물안개를 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그닥 좋지 않은 시야때문에 지난번과 같은 멋진 물안개를 보지는 못했으나
구름이 흐르듯 흘러가는 그 모습에 또 한번 혼을 빼앗겼다.
왼쪽편 가늘게 구불한 길을 따라 산 등성이에 올라
이쪽 등성이 끝으로 내려오는 내 아침 운동길,,,
이렇게 비라도 내리는 흐린날엔 인적이 뚝 끊겨 더욱 호젓함을 느낄수 있었다.
경안천 쪽에서 흐르는 물은 이곳에서 팔당호와 만남을 가진다.
퇴촌 광동리 풍경과 저 멀리 생태공원이 보인다.
하얗게 낮은 구름모자쓴 무수리쪽의 산들이 깊어보인다.
울 아들 어릴적에 눈 오시면 비료포대 들도 올라와 눈썰매를 신나게 타던 언덕길,,,
낙엽송이 소복 떨어진 이 길은 향도 깊어 참 편안하다.
지난번 옆쪽으로 내려오는 길에서 본 멧돼지들의 그 엄청난 흔적때문인지
야행성이라 환한 대낮엔 출몰을 하지 않는다는것을 알면서도 어쩐지 등골이 서늘해진다.
내가 이곳을 찾은 그 오랜 시간동안 그렇게 심하게 넓게 파헤친 흔적을 보긴 처음이었다.
다음날 산소 정리를 하시던 동네분의 말씀으로도 처음 본다고 하신다.
바로 동네옆까지 내려와 온 산길과 무덤가를 파헤쳤던 멧돼지들,,,
한두마리가 아니리라 짐작된다.
발자국또한 또렷 남아있었던 모습은 며칠전 티비에서 등산을 하다 멧돼지에게 물려 목숨을 잃었다는
오십대 여인의 뉴스까지 더불어 자꾸 으스스해 지는것은 어쩌나,,,
오늘 아르바이트를 다녀오며 멀리 바라본 검단산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내일은 검단산으로 눈보러 가볼까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3일 뒷산의 눈세상 (0) | 2015.12.03 |
---|---|
11월27일 금요일 눈속의 검단산에서,,, (0) | 2015.11.27 |
11월21일 검단산에 다녀오며,,, (0) | 2015.11.21 |
해협산 가던 월요일 풍경 (0) | 2015.11.16 |
11월13일 금요일 뒷산에서,,, (0) | 2015.11.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