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오전일과 끝내고 비소식이 있었는데 하늘이 너무 맑아서~ 하늘이 꼬셔서~~ㅋ
집에 들어와 긴바지와 긴팔옷으로 바꿔입고 시원한 물한통 넣고 밖으로 나섰다.
뒷산 국사봉 가는길엔 어떤 이쁘니들이 피어있을까나~
오늘은 늘 오르는 코스를 거꾸로 가보기로 했다.
응달골로 오르는데 밭에 노란 땅콩꽃이 피어있었다.
땅콩꽃을 보는것은 또 오랜만 예전엔 땅콩에 저렇게 귀여운 꽃이 핀다는것도 알지 못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햇살이 뜨거웠으나 챙겨입고 온 긴팔옷 덕에 뜨거움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반팔옷을 입고 햇빛을 피하느라 팔토시를 끼고 숲에 들었다가 땀내를 맡고 모여든 산모기에 얼마나 많이 물렸던지
가려워 밤잠을 설치고 나서 궁여지책으로 가볍고 얇은 여름 바람막이를 입어야겠다 생각하고 처음 입고 나섰는데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듯 하다.
거름이 없어 땅이 척박한 밭엔 메밀꽃이 피어있었다.
내심 벌써 메밀꽃이 피는구나 하며 그 모습도 참견을 했다.
가끔 올라와 보면 풍경이 바뀌어 있다.
한 십여년은 늘 같은 풍경이었는데 퇴촌이 이젠 발전이란 명목하에 자꾸 변화한다.
나는 사실 그 모습이 썩 달갑지 않았다.
산밑 길가엔 하얀 계란꽃 개망초꽃이 가득 피어있어 눈길을 사로 잡았다.
문득 저 개망초 꽃무더기를 좋아하던 친구가 떠올라 잘 지내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을꺼야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인연이 거기까지라 지금은 연락이 끊어졌지만 간혹 그 친구가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이렇게 개망초 꽃무더기를 볼때 분원리 강변을 달리다가 등등,,,,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시다 정년퇴직을 하고 퇴촌으로 터를 잡고 사시는 선생님댁의 담장엔 주황빛 능소화꽃이
곱게 피어있었다. 마당가에 묶여있던 선생님의 댕댕이 사랑이가 보여 사랑아~ 하고 부르니 제 이름을 알아듣고
바라보는데 몇년전 천방지축 저녀석이 산길을 따라와 집을 찾아주느라 동네를 돌아다녔던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나왔다.
그후 그래도 나를 알아보고 가끔 뒷산을 오르다 마주치는 사랑이를 부르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더니 이젠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나를 잊은것일까? 아니면 이제 나이들었다고 점잖을 피우는 것일까?
선생님댁 산밑의 텃밭엔 올해도 탱자가 가득 열렸다.
포도, 배, 사과, 복숭아 등등 과일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 정성들인 텃밭도 잠깐 참견을 하고 지났다.
선산 밑 공터는 어르신들 운동코스의 회귀점이라 커다란 느티나무아래 저렇게 의자를 가져다 놓으시고 열심히 이곳까지
걸어와 저곳에서 쉼도 하시고 또 이야기도 나누는 장소인데 지난번 보다 기다란 벤치 한개가 더 늘었다.
나뭇가지에 걸어놓았던 훌라후프는 보이지 않네~
이곳에서 더 진행을 해 긴 코스로 돌아볼까 아니면 햇살은 뜨겁지만 산소가를 둘러보며 언덕을 올라 등로로 들어설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오늘은 산소가에 핀 이쁘니들은 뭐가 있을까 찾아보기로 했다.
해빛을 피할 장소가 없어 뜨겁다~
찬찬 살피며 걷는데 타래난초꽃이 눈에 띈다.
예전엔 타래난초는 못보았는데 새로 생겨났을리는 없고 아마도 시기가 잘 맞지 않았었나보다.
타래난초를 살펴보며 내가 이곳에서 첫 눈맞춤을 했던 산해박이 자라는 산소가를 찾아보니 올해 산해박은 또 개체수가
줄어 겨우 한포기 보게 되었다. 그곳에서도 꽤 많은 타래난초를 만났다.
나사못처럼 뱅뱅 돌아가며 작은 분홍꽃이 피는 타래난초를 처음 만났을때의 그 황홀함과 신기함은 지금도 그대로이다.
이제 피기 시작하니 한동안 타래난초의 꽃을 보겠지 싶다.
햇빛 뜨거운 산소가를 살펴보다가 문득 혹시 달래가 꽃을 피웠을까 싶어 내가 아는 달래가 피는 골짜기를 살펴봤다.
습하고 그늘진 골짜기에 들어가니 시원하고 좋았는데 역시나 산모기들이 떼로 달려들기 시작했고 달래꽃은 올해
피지 않았다.
다시 층층이꽃이 피는 산소가를 찾아가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서 비탈을 올라 등로로 들어섰다.
습하지 않으니 산모기는 덜 쫒아오고 구불구불 다정스럽게 난 등로를 따라 국사봉으로 향했다.
구터고개로 금사리로 넘어갈수있다.
오래전엔 금사리 분원리 귀여리까지 아이들은 산길을 걸어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 어릴적 찾아왔던 귀여리로 가는 길은 비포장 도로였었다 비가 많이 와서 길이 무너져 집으로 돌아갈때
배를 타고 건너편 기차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청량리로 그곳에서 버스로 그렇게 먼길을 돌아왔던 추억이 있다.
그때는 서울에서 하루에 한두번 버스가 다녔던 오지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변화했다.
밧줄까지 잡지는 않았지만 나무로 만든 계단덕에 국사봉으로 올라가기가 훨씬 쉬워졌다.
막 끝 계단까지 오르는데 저 앞 빗물막이 나무위에 뭔가 있다.
눈이 영 시원찮아 그 모습이 확연히 보이지 않아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어 확대를 해보니 어라? 청솔모 녀석이 저렇게
떡 버티고 있는게 아닌가~ㅋㅋ
순간이 아닌 잠깐이었다.
그녀석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내가 한발 앞으로 내딛자 후다닥 옆 나무로 피하더라는~
역시 야생의 녀석이라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던지 그 모습을 담으려 해봤으나 헛수고였다.
이 한 구간은 침엽수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 늘 어두컴컴한 구간이었다.
그런데 벌목을 했는가 훤하게 뚤렸더라는~
뒷산을 다닌 이십년간 이렇게 이 골짜기의 바닥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휑한,,, 뭔가 이상했다.
돌아와 사진으로 확인을 해보니 벌목의 흔적은 없는데 왜 그렇게 훤하게 느꼈던걸까?
겨울에 이쯤에서 가끔 노루를 만나기도 또 눈위의 발자국을 보기고 했었고 오래전엔 산토끼도 만났었다.
소나무가 이렇게 많았다는것을 저 분홍빛 이름표덕에 알게되었다.
참나무가 많아 한여름 비오시고 난 후에 영지버섯을 따러 자주 올랐던 뒷산이었는데 소나무의 개체수는 그다지
생각해보지 않았던가보다.
아는만큼만 보인다던가? 딱 그랬다 내가,,,
그리고 내가 늘 쉬어가는 장소 그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 역시 퇴촌의 가구수가 늘어 사람들이 자주 찾으니 옛날의 한적함은 없고 운동하러 오르는 동네사람의 손길인지
장소도 넓어지고 나란히 팔당호를 바라보고 있던 의자도 하나는 반대로 돌려놓았다.
좋아지는걸까? 나는 옛날이 더 그립다.
국사봉 정상의 정자에 가방을 내려놓고 한참을 쉬었다.
눈을 감고 숲의 소리에 온전히 집중해보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도 맞아보며 그렇게 쉬는데 정자옆으로 요 조그만 이쁘니가 보여 그 모습을 잠깐 참견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큰까지수영을 담고 내려오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향기가~
이것은 소나무한잎버섯의 향기가 분명한데 싶어 주변을 살펴보니 과연 버섯이 자라고 있었다.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하는 애기버섯부터 늙어 그 삶을 다한 버섯까지 자라고 있어 통통하게 잘 자란 버섯으로 한줌
따가지고 내려왔다. 집에 와 잠깐 물에 담가놓으면 버섯 뒷 구멍에 사는 풍뎅이를 닮은 작은 녀석들이 기어나온다.
그후 찜통에 쪄서 잘 말려 약재로도 쓰고 술을 담그면 솔향이 깊은 약술이 되기도 한다.
기침, 천식, 기관지염등에 효과가 좋은 버섯이다.
고염나무가 있었던 숲으로 들어가 찾아보니 못찾은건지 없어진건지,,,ㅜㅜ
그렇게 뒷산을 세시간에 걸쳐 이곳저곳 참견하며 다녀왔다.
산모기에 뜯기지는 않았으나 긴팔옷을 입어 땀으로 목욕을 하다시피 해서 시원히 샤워하고 나니 노곤하게 피로가
몰려와 무지 달콤한 잠을 잤었다.
이제 더이상 발전도 변화도 없는 퇴촌이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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