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간 오후일을 해야 했다.
녹음이 짙어지는 숲을 바라보며 그리웠고 또 그리웠다.
지난 토요일 멀리 태백산에 다녀오며 그 갈증을 조금 풀었으나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후 비 소식이 있었다.
요란한 소나기가 올 거라는 예보에도 나는 일을 끝내고 가까운 남한산성으로 힐링의 시간을 가지러 출발했다.
산성 안에 들어가 성곽을 따라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사람들과의 마주침이 내키지 않았고 비교적 인적이
드문 불당리 근처의 약수산 오르는 길에서 시작을 해보자 마음먹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화 끈을 조여 매었다.
작년에 이쪽으로 한번 올랐을 때 사람과의 마주침은 거의 없었던지라 적당한 오르내림이 있는 숲으로 들어섰다.
오르막 내리막을 번갈아 걸었다.
꽃이 적은 계절이라 그다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없어 부지런히 발걸음을 빨리 하는데 위쪽에서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바쁘게 내려오다가 나를 발견했던지 멈칫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 산에 들개들이 많아 사고가 잦다고 산에 가지 말라 하시던 어르신의 말씀이 번득 떠오르고 나도 살짝 긴장을 했다.
목줄까지 한 것을 보면 사람이 키우던 개가 맞고 그러나 너무 마른 외양을 보니 역시나 버려져 들개가 된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 역시 가만 바라보았는데 이 녀석이 제 뒤를 한번 흘깃 쳐다보고 또 나를 바라보더니 왔던 길로
되돌아 빠르게 가는 게 아닌가,,, 가만 한숨이 나왔다.
이 또한 사람의 이기심으로 생겨난 슬픈 만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산길을 걷는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책임질 수 없으면 시작도 말아야 하는데,,,
오르막을 오르며 하늘의 울음이 들려왔다.
늘 메고 오르는 배낭이라면 얇은 비옷도 커다란 은박비닐도 접는 우산도 들어있어 혹 비가 온다고 해도 피할 수 있는데
오늘은 딸아이의 가벼운 가방을 메고 왔던지라 쿠르릉 천둥소리를 들으며 살짝 걱정을 했었다.
어차피 피할 수도 피할 장소도 없는 걸 아는지라 오랜만에 비 한번 맞아보지 뭐~~ 하는 심정이었다.
다행히도 이쪽은 인적이 거의 없는 길이라 흠뻑 젖더라도 덜 창피하겠지?
그렇게 마음을 먹었던지라 뜬금없이 나타난 이 암문이 선물처럼 느껴졌다고 할까~
이쪽은 본성과 떨어진 외성이고 더욱이 아직은 보수의 손길이 전혀 닫지 않는 곳이라 이렇게 새로 보수한 암문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하늘의 울음소리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기어이 그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는 암문 보수에 쓰이고 남은 돌을 주워 안쪽에 놓고 거기 앉아서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퍼붓는 빗줄기라니,,,,
이 어찌 선물이 아니겠는가~
가슴속 가득 차 있던 찌꺼기가 씻겨나가는 듯 시원했다.
한참을 힐링의 시간을 갖고 서서히 멈춰가는 빗줄기를 맞으며 남한산 정상으로 향했다.
비도 만나고 초여름 이쁘니들도 만나고 행복했던 오후였다.
처음으로 한봉을 지나쳐 바로 낯선 등로를 따라 내려가니 탑공원 가는 삼거리 정류장으로 내려오게 되었는데 어찌나
가파르고 미끄럽던지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내려왔다.
허물어진 성벽의 돌들이 흩어진 가파른 길을 지나니 정말 미끄러운 차진 흙길이 나오고 그렇게 조금의 멈춤도 없이
바로 정류장으로 내려오게 되어서 아마도 후엔 이 길을 이용하지는 않을듯하다.
그리고 도로를 따라 검복리 주차장까지 걸었는데 갓길이 없어 지나가는 차량 때문에 위험한 길이었다.
찻길 옆으로 걷는 인도를 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털중나리가 인상적이었고 동글동글 매달린 탐스러운 산머루도 인상적이었던 그중 제일 기억에 남을 일은 역시 갑작
만난 소나기가 아니었을까? 암문 밑에서 바라본 세찬 소낙비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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