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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3월24일 소구니산, 유명산을 다녀오며

by 동숙 2019.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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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흐리고 바람 많은 찌푸린 날씨였다.

토요일 오전엔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천둥과 번개 그리고 곧 주먹만한 눈이 퍼부었다.

기온이 낮은 겨울이었다면 꽤 쌓였겠으나 다행히 눈은 곧 녹아내렸고 예보에서 내일부터는 날씨가 풀리고

맑겠다고 하기에 친구들에게 단체 카톡을 보냈다.


"내일 시간 되는 친구는 소구니산을 거쳐 유명산에 가자~~"

불행히도 다들 약속이 있다고 하는데 근희는 다행 내일 쉰다고 한다.

오후에 통화를 한번 해봐야지 했는데 원식이의 전화가 먼저 울리고 내일 가겠다고 하여 고마웠었다.

늦게 통화가 된 근희는 오후에 약속이 잡혀서 아쉽다고,,,

결국 일요일 아침 원식이와 만나 양평으로 향했다.


아침 기온이 꽤 차다.

옷을 너무 가볍게 입었나 살짝 걱정이 들 정도였으나 다시 챙기러 들어가기 귀찮아 걷다보면 괜찮겠지 하며

빵집에 들려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 넣고 양평으로 출발했다.


멀리 유명산이 용문산이 제법 그 모습을 보이는게 오늘은 미세먼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다.

서너치 고개에 차를 세우고 들머리 그 비탈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이곳은 완전 한겨울이었다.

안그래도 가파를 비탈이 눈까지 쌓여 있어서 발 디딤하기가 영 시원치 않아서 불안했다.






눈속에 마치 누군가 부러 놓은듯 솔방울 한쌍이 다정하다.

저렇게 둘이면 차가운 눈도 솜이불 마냥 느껴지는것은 나뿐일까?

앞서 걷는 친구는 미끄러운 구간이 나오면 조심하라 일러주며 사뿐사뿐 잘도 걷는다.








이정표 있는곳에 이르러 뒤를 돌아보니 서너치고개길 바로 옆의 중미산이 우뚝이다.

나는 늘 서너치 고개라 불렀는데 이정표를 보니 선어치로구나,,,ㅋ


2월 설매재를 시작으로 유명산에 오를때 친구들에게 이번엔 소구니산을 거쳐 함 가보자 권했었다.

내 기억엔 그닥 어렵지 않은 코스였고 킬로수도 짧아 늘 오르른 설매재쪽보다 이쪽을 한번 가보면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다녀오니 이쪽을 우겼다간 친구들에게 지청구를 먹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처음 시작만 어느정도 오르면 편한 능선길로 기억되었던 길이 친구들과 함께 올것을 예상하며 걸어보니

좀 무리겠다 싶다.








앞서 걷는 친구에게 예전에 왔던 그때의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그때 그랬었자노~~ 하니 기억을 하는지 못하는지 어쨌든 내 긴 이야기를 들어준다.

누군가 이야기를 하고 들어주는게 얼마나 소중한지 요즘 새삼 깨닫는 중이다.

내가 돌봐드리는 어르신들을 보면 눈맞추고 이야기 하는것만도 굉장히 고마워 하신다.

사람은 혼자는 살수없는 존재가 분명하다.






아침인데,,,

기온은 쨍하니 차지만 바람은 없다.

햇살은 봄 답게 따스하다.

굉장히 상쾌한 날씨였다.





오늘은 걸으며 유독 나무에 눈이 간다.

그 모습이 쓸쓸해 보여 얼른 물이 오르고 연두빛 잎을 피웠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다.

한결 다정한 모습일텐데,,,






나뭇가지 사이로 유명산 활공장이 보이고 그 옆으로 유명산 정상이 보인다.

이제 얼마 가지 않으면 소구니산 정상석이 보일테지,,,

년중 몇번은 찾는 산이라 그런지 편안하다.







여전히 친구는 묵묵히 앞서 걷는다.

오름을 시작할때 눈위의 발걸음을 보면 우리보다 앞선 사람이 서넛은 되는듯 싶었는데

아직까지 산길은 조용하다.

가끔 까마귀 깍깍대며 반갑다 인사를 하는 소리 말고는 숨차 헉헉대는 내 숨소리뿐이다.






아마도 이번 겨울의 마지막 눈이겠지 싶은데,,,

아침 햇살에 흰눈위의 나무그림자가 유독 짙게 느껴진다.

조금 숨을 돌리면 친구에게 언젠가 저 아래 골짜기에서 엄청 넓은 참나물 군락을 봤다느니

짙은 보라빛과 연보라빛의 특이한 꽃을 보고 궁금했는데 그것이 자란초였다느니 하며 연신 이야길 건넸다.

가끔 댓거리를 해주기는 해도 말이 적은 친구는 들어주기는 잘 들어준다.

나는 한해한해 나이를 먹으며 점점 수다장이가 되어가는것 같다.

요즘 하는 일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하며 점점 더 그래지는것 같아 가끔은 피곤하다.

혹 지금 내가 떠드는 소리가 친구에겐 공해이면 어떻하지? 라는 생각은 늘 그렇듯 뒤늦게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드디어 소구니산 정상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유명산으로 향하려면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 한다.

예전 왔었을때는 겁이 많은 나였던지라 그 내리막길이 꽤 무서웠었다.

마치 누군가 뒤에서 밀거나 잡아다니는듯한 느낌 그 느낌때문에 몸은 굳고 힘이 빠져 암벽이 있는 산이나

계단이 가파른 산엔 갈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몇년간 혼자 꽤 많은 산을 찾아다니다 보니 이젠 쉬이 오르내리게 되었지만 그때의 그 고소공포증은 지금도

불쑥 솟아나 괴로울때가 많다.







시간도 흐르고 양지쪽이기도 하고,,,,

양지꽃 꽃망울이 앙증맞게 맺혔다.







가는잎 사초의 새싹도 흰머리 틈새서 비쭉 그 모습을 보인다.








암벽을 지나 한참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저만치 소구니산이 보인다.

이쪽은 양지바른 방향이라 그런지 능선길에 눈이 없다.

낙엽이 폭신한 길을 오르며,,,






휘이 돌아 걷자 곧 응달쪽은 눈이 새하얗다.

그래도 마지막일지 모르는 눈길이라 걸음을 자주 멈추고 마음에 담았다.









꽤 자란 오동나무이다.

저 가지 끝은 지금 주황빛으로 물이 올랐다.

그것이 대견해 앞서 걷는 친구를 불러 세워 저 나뭇가지좀 보라 했다.






저렇게 잡풀이 보이는것을 보니 설매재에서 오르는 길과 마주하는 삼거리가 분명하겠구나

살짝 비탈길을 오르니 친구가 저렇게 서서 웃고 있다.

요기 좀 힘들다 천천히 와라~~






멀리 용문산이 선명히 보이는 날이었다.

언제고 설매재에서 저쪽으로 한번 올라가봐야 하는데,,,





활공장 넘어 보이는 양평이다 저 멀리 남한강이 살짝 보인다.





마지막 비탈을 올라 유명산 정상석을 담아보았다.





며칠전 어르신댁 밭의 일손을 조금 도와들렸는데 그날 옷차림이 얇았던지 감기기운이 요며칠 계속이었다.

종합감기약에 쌍화탕 하나 데워 먹고 잠든 며칠이었는데 오늘 쉬는날이라고 집에서 느긋 있으면 감기가

본격적으로 오지 싶었었다. 

살짝 무리라는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땀흘리고 걷고 하늘과 산과 나무를 보면 마음이 쉬는거겠지 싶어서

오른 유명산이었다. 혹시라도 이쁜 귀요미라도 만날까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 양평은 추운곳이구나 싶게

아직 생강나무꽃도 피지 않았다.


오가는 차안에서 산길에서 내 하염없는 수다를 싫은 표정없이 들어줬던 친구도 있었고

내려와 포장마차에서 먹은 뜨근한 칼국수도 그닥 맛은 없었지만 그 분위기가 좋았던

집에 돌아와 약하나 까먹고 이불속에서 두어시간 달게 잔 낮잠도 좋았던 그런 일요일이었다.


나는 요즘 두서없다.

마치 꽃샘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처럼,,,


마음이 정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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