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막내 소희의 전화가 왔다.
ㅡ 언니 뭐해?
ㅡ 걍 있어~
ㅡ 갈비 재웠어?
에고 또 이자뿌고 있었다.
엇그제 딸래미랑 오붓하게 즐긴 숯가마에서 고추장찌게가 먹고 싶다는 말에 냉동실에서 찌게용 돼지고기를
내려놓고 해동을 시키기만 했었다. 지난주 동생이 찾아왔을때 이번 주말에 와서 갈비구이를 해먹자고 했다.
그러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죽일넘의 건망증,,,ㅋ
부랴 냉동실에서 갈비를 꺼내 찬물에 담궜다.
핏물도 빼내고 해동도 시키고,,,
두어시간 해동과 핏물빼기를 하곤 양념에 재워놓고 딸램이 먹고 싶다던 고추장 찌게도 했다.
오이를 썰어 무침을 하고 잔멸치를 볶았다.
오늘 처음 먹는 밥이다,,,ㅋ
아들넘은 생각없다고 하는것을 보니 아마도 잠이 더 맛나는듯 싶어 상을 차리고 동생과 둘이 이른 저녁을
먹었다. 모처럼 배부르고 맛있는 밥을 먹는 느낌이었다 동생도 그렇다고 한다 그냥 배를 채우는 느낌으로
식사를 했지 맛있어서 먹는 식사는 오랜만인듯 하단다.
이러니 저러니 말이 많아도 역시 세상은 살기 좋아진듯 배고파서 먹는 밥이 채워야 하는 심정으로 먹는
밥이니 무슨 영양이 있을까 싶다. 아마도 미혼인 동생은 혼자 차려 먹는 밥이라 더 하겠지?
내일은 무갑산엘 가기로 했다.
산엘 간다는것은 내겐 늘 약간의 흥분을 선사한다.
내일은 과연 어떤 꽃을 만나고 어떤 풍경을 볼것인지 설레임이 크다.
늘 그렇지만 허둥대고 덜렁대지 말고 차분하게 살펴봐야지 하는 마음인데 그게 또 막상 산엘 가면 그러지
못하고 꼬리에 불붙은 망아지 마냥 허둥대며 이리 저리 뛰어 다니기 시작한다.
시간이 없다,,,라는게 그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 때문에 뭔가 하나라도 더 보고 더 걷고 그러자는 마음으로 찬찬히 살피지 못하는 내가 참 어리석다.
어느정도 그 그리움의 허기가 채워지면 그땐 또 체력이 따라주질 않는다.
지난번 산행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온갖 산의 생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그땐 벌써 발톱은 빠질듯 아프고 다리도 허리도 아프다.
등산화를 신으면 그나마 조금 나은데 요즘은 뱀 때문에 늘 장화를 신고 다닌다. 그래선지 오르막은 괜찬은데
내리막에선 그야말로 발톱이 몽땅 빠지는것 처럼 아프다. 그렇다고 장화를 포기 할수도 없고,,,ㅜㅜ
내일은 밤도 좀 주워올 생각이다.
지난번에 햇밤을 주워 신랑 사무실에 내보냈더니 눈깜박 할 사이에 없어지더란다.
너무 잘 먹는다는 소릴 듣고 집에 남겨뒀던 밤까지 다시 보냈다. 영양가 높은 밤을 우리 식구들은 왜 먹지
않는지 모르겠다. 껍질을 까 놓으면 그나마 몇개 집어먹기는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썩어서 버리기 일쑤이다.
산행은 뭔가 목적이 있을때 더 재미있다.
내겐 그 재미가 야생화나 버섯등을 담는데 있지만 요즘 처럼 밤이 나올땐 싹스리가 아닌 두어대접 정도는
주워오는것도 등산의 힘듬을 감해주는 요인이 된다.
강원으로 가면 더 좋으련만,,, 더덕도 좀 캐고 더 많은 야생화도 볼수 있으련만 친구와 무갑산으로 약속을
했기에 어쩔수없이 강원이나 하다못해 양평이라도,,,의 산행은 포기해야 할듯,,,ㅜㅜ
추석때 엄니댁엘 가면 비룡산에나 올라가 그 그리움을 조금만 풀고 와야지 싶다.
'오늘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샘플을 만들었다. 그리고 첫 주문이 들어왔다. (0) | 2013.10.02 |
---|---|
기특하고 대견한 손 (0) | 2013.09.24 |
물도 무섭고 철계단도 무섭고,,,ㅋ (0) | 2013.09.10 |
열흘이 가까워 온다. 돌아올거지 단비야? (0) | 2013.09.06 |
단비를 잃어버렸다 (0) | 2013.08.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