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물을 무서워 하는걸까?
생각을 해 보았다.
처음은 아마도 동생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은 마흔을 훌쩍 넘긴 남동생이 댓살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겨우내 육남매 집안에서 뒹굴거리는 틈바구니의 일상이 지루하셨을 아버지는 막 저수지 얼음이 풀리고
둑위의 아지랭이 피어오를때 낚시를 가셨다.
늘 그렇듯 당신의 큰아들을 데리고 검은 가죽점퍼를 입고 나서셨던 아버지는 오후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
그 가죽점퍼로 아들을 꽁꽁 싸매고 당신은 다 젖은 상태로 떨며 귀가를 하셨다.
사연인즉,,,
따스한 봄 햇살이 퍼질 무렵 시작한 낚시에 열중하고 계시고 동생은 저수지 둑 위에서 새싹들을 신기한듯
보고 있었다고 하신다. 낚시라는게 원래 집중을 하면 주변을 싹 잊어버리니 아버지는 그때도 찌 바라보기만
하고 계셨단다.
문득 주변에서 사람들이 다급히 소릴 지르기에 그쪽을 바라보니 동생이 저수지 물속으로 첨벙거리며 들어
가고 있더란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아버지는 너무 놀라셔서 그대로 뛰어 들어가 아들을 건져 나오셨다고 하신다.
잠깐 정신을 잃었던 동생은 곧 깨어나고 아버지는 따스한 햇살에 잠시 벗어놓으셨던 점퍼로 아들의 젖은
몸을 감싸고 낚시대도 다 내버린채 집으로 오셨었다.
동생에게 왜 저수지 물에 들어갔는가 물었더니 동생은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였다.
웬 아줌마가 둑위에서 초콜릿을 흔들며 오라고 해서 자신은 초콜릿 받으러 그냥 둑길을 걸어갔을뿐 절대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귀신,,, 그런것이 있는지 없는지 내 눈으로 본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난 그 당시의 그 소동을 분명 기억하고
귀신 그것이 어쩌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후로 여름이면 늘 물놀이 하던 한강조차도 난 갈수없었다.
간혹 가더라도 주변에 친구들 혹은 사람들이 있으면 무릎정도는 담그며 놀수 있었는데 사람이 없는 물가는
두려운곳이 되었다. 뭔가 물속에 있는것 같아서 두려움이 생기고 그 두려움은 꼭 발에 쥐를 몰아왔다.
발에 쥐가 나면 꼼짝도 못하고 지독하게 아프고,,, 그것이 혹 혼자라면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것이 그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전의 나는 한강 광나루에서 개헤엄도 곧잘 치고 아이들과 돌멩이 건져오기 혹은 말조개도 캐고 했었는데
그 후로는 가슴 깊이의 물에 들어가면 두려움에 허둥대게 되었다.
낚시를 다니며 늘 가족과 함께 여서 괜찮았는데 홍천의 주음치에 갔을때 허리쯤 오는 급류에서 어찌하다
보니 신랑이 보이지 않았었다. 바위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걸 알면서도 허둥대며 물 밖으로 나와던 기억
특히 밤낚시를 할때 앞이 보이지 않고 찌만 오르락 내리락 하며 물소리만 들릴때는 극도로 치달린다.
그러고 보니 내가 가진 이기지 못하는게 또 하나 있다.
밑이 보이는 철계단도 그렇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서울 곧곧에 있던 육교는 거의 철계단
이었다. 밑이 빤히 보이는 그 계단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겨냈으려나 했었는데 올봄 친구들과 서울
성곽산행을 할때 바위에 걸쳐져 있던 철제사다리를 올라가며 온몸의 핏기가 가시던 느낌,,,ㅜㅜ
차츰 이겨내야지 싶은데 내겐 너무 힘들다.
그런데 동생이 본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희안하게 동생은 그때의 그 상황을 지금은 기억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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