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예정대로 막내와 이른 저녁을 먹었다.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누며 미디움으로 구워 먹었던 한우는 유독 맛이 있었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맛나게 먹었다는걸 보면 역시 음식은 분위기와 좋은 사람과 함께가
제일 맛나게 먹는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도착한 엄니댁,,,
한동네 사시는 박씨댁 할머님이 연탄불을 매일 갈아주신다 하셨다는데 온실의 난로는 꺼져 있었고
온 집안은 썰렁 그 자체였다.
사람의 온김이 한몫을 단단히 한다던데 아마도 아무도 없는 일주일이나 비어진 집때문에 그런가 갸우뚱
하며 보일러를 열어보니 세구멍 연탄이 시원치 않다.
보일러 밑 바람구멍을 활짝 열어놓고 연탄의 구멍을 다시 맞추며 아주 오래전 내 신혼시절이 떠올랐다.
엄니댁은 원래 심야전기 보일러를 쓰셨었는데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올라 작년 연탄보일러로 교체를
하셨다. 그리고 연탄난로까지 피우니 양평의 그 추운 기운을 녹여주는 따뜻하고 저렴한 난방 방법이
아닐수 없었다.
난로의 그리고 보일러의 연탄이 활활 타 오르고 기내식으로 저녁을 드시고 오실 엄니와 아버지 그러나
혹 출출하시면 드시라 좋아하시는 단팥빵을 비롯해 크림빵 등등 두둑한 빵봉지를 소파위에 올려놓고
어쩐지 가득 차 올라 부자가 된 마음으로 소희와 둘이 이불을 덮고 티비를 봤다.
할머님 도착과 인천공항에서의 출발을 알리는 아들의 전화가 걸려온 시간은 여덟시를 넘기고 대략
열한시는 되어야 도착하시겠구나 하며 따뜻한 커피도 한잔 타 마셨다.
분명 보일러의 연탄이 활활 타 오르는걸 보았는데 바닥은 여전히 냉골이었다.
난로의 연탄도 역시 활활 타올라 올려놓은 주전자에선 물 끓는 소리가 뽀글뽀글 들리는데 바닥이 영,,,
다시 보일러 실로 가서 살펴보니 순환모터는 웽웽 도는데 어쩐일인가?
열시반이 되어가는 시간 밖에서 차소리가 들렸다.
벌떡 일어나 내다보니 엄니랑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들어오셨다.
칠년만에 막내 아들을 그리고 그립던 손주들을 보고 온 소식을 앉으시자 마자 풀어놓으시는 엄니
그러나 아버지는 바닥이 차갑다며 보일러실로 가 확인을 하시곤 벌컥 화를 내신다.
아마도 박씨 할머님이 소홀히 간수를 한것 같다며 현관문을 잠궈놓고 떠나셨던 엄니한테까지 화를
내셨다. 일주일을 집을 비우는데 아무리 시골이라도 현관문을 잠궈야지 열어놓고 가신다는게 말도
안되는데 아버지는 또 엄니 탓을 하시며 화를 내신다.
마음은 우리를 사랑하시는것 아는데 늘 그 벌컥 하는 성격때문에 자식들이 집을 자주 찾지 않으신다는걸
아직도 모르시는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가슴이 벌렁벌렁 불안했다.
아버지 눈치만 보며 엄니를 달래며 잠시 앉아있는 그 시간이 바늘방석 같았다.
더 늦기전에 집에 가야 한다며 일어서니 막내도 덩달아 일어서고 엄니는 자고 가지 하며 서운해 하셨다.
집에가서 자야 늦잠도 자고 편안하다고 엄니 오실때 집이 썰렁하면 쓸쓸할까봐 왔었다고 엄니를 다독이고
나는 아들과 함께 그리고 소희는 저 혼자 우리는 집으로 출발했다.
안개가 많이 낀 날이었다.
춥던 주초의 날씨와 달리 그제부터 꼭 봄날처럼 날이 포근했었기에 아마도 안개가 더 자욱한게 아닐까?
아들에게 천천히 운전하라 주문을 하고 고맙다 할머님과 할아버지가 너때문에 편안히 다녀오셨다 등등
칭찬을 하며 퇴촌 거의 다 도착을 했을때 전화가 왔다.
막내 소희였다.
잘 따라오더니 웬 전화 하고 받으니 소근하는 작은 목소리로 " 언니 사고가 난것 같아 " 한다.
" 어디서 어쩌다 너는 다쳤니?" 말이 두서없이 터져 나왔다.
우리가 차를 세운 바로 뒤 채 백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난 사고였다.
그곳은 양평과 분원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였고 남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작은 개천이 있는 자리라 습기가
많고 미끄러운 길 이었다.
가서 확인을 하니 동생의 차는 운전석과 뒷자리의 유리창이 산산 조각나 이미 없었고 차의 아랫부분은
심하게 찌그러져 차문이 열리지 않았다. 깨진 차창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동생의 모습은 핏기없이 새햐얗다.
다행히 의식은 있었고 어디가 불편하냐고 묻는 내말에 머리와 목 그리고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점점 숨을 쉴수가 없단다.
떨리는 손으로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며 아들에게 119를 부르라 했다.
곧 구급차가 오고 경찰이 나와 사진촬영을 하고 아직 오지 않는 보험회사와 견인차는 아들에게 뒤처리를 맏기고
병원으로 향했다. 바로 퇴촌 목전이었으나 그곳은 엄연한 양평 관할이라 광주가 아닌 양평쪽의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119의 말에 우선 아무데나 빨리 가자고 했다.
병원에 도착해 ct 촬영을 먼저 했다.
결과는 다행히 별 이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동생의 통증은 굉장했다.
사고시 온 몸이 경직되어서 그럴꺼라는 병원측의 말에 우선은 안도했었다.
보험사와 뒷처리를 한 아들이 도착하고 사고 경위를 들으니 그곳이 빙판이어서 차가 몇바퀴 돌아 쇠기둥을 받고
멈춘것 같다고 했다. 정말 천만 다행이 아닐수 없었다.
양평에서 입원을 하면 내가 자주 들리기도 어렵고 광주로 옮겼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앰블런스로 옮기면 된다며
연락을 해줬다. 난 이번 일을 겪으며 119가 아닌 구급차를 이용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것을 처음 알았다.
양평에서 광주까지 십오만원,,, 우선 광주의 병원에 도착을 했더니 머리와 가슴의 통증은 신경외과와 흉부과가
같이 있는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는데 그 병원엔 없단다. 그곳에서 또 다른 병원을 수소문 하니 두 과가 함께
있는 병원은 종합병원밖에 없다는 낭패적인 소릴 한다.
그러며 하는말,,,
종합병원에 가도 먼저 찍은 ct상으로 이상이 없으니 입원은 안될꺼라며 다시 검사만 하고 통원치료를 하라고
할게 분명하단다.
당장 숨쉬기가 곤란한 환자를 통원치료라니,,,
의논끝에 다시 양평의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그나마 그 병원은 교통사고 환자가 많은 병원으로 두 과를 함께 볼수있고 혹 나타나는 심각한 후유증은 그쪽
의사의 소견서가 첨부되면 종합병원으로 입원이 가능하다고,,,
다시 양평으로 가는데 구급차 비용을 또 냈다.
그리고 입원실 구하고 올라가 환자를 침대에 눕힌 시간이 새벽 다섯시,,,
밤새 꼬박 벌렁거리는 가슴으로 뛰어다녔다.
밤새 구급차를 세번을 타고 다녔다.
그래도 겨우 링거를 꼽고 누운 동생을 보니 안심이 되며 그제서야 피곤이 몰려왔다.
동생의 반려견 우리는 그 시간 내내 낯선 남자 (준영) 과 함께 오들오들 떨며 차안에 있었다.
우선 집으로 돌아와 잠깐 눈을 붙이고 병원생활을 위해 속옷이며 세면도구등을 챙겨 오늘 아침 열시반경 다시
양평으로 나섰다.
엄니껜 그제야 전화를 드렸다.
급한 상황이 아닌데 막 긴 여행에서 돌아오셔 피곤하실 엄니가 하루라도 단잠을 주무시고 난 후 오늘 알려드리는게
더 나을듯 싶어 병원으로 출발 하기전 조심스레 말씀을 드렸다.
물론 크게 놀라신 엄니,,,
내가 병원에 도착하니 엄니가 와 계셨다.
동생은 새벽보다 훨 거동이 편해 보이기에 좀 괜찮냐 물었더니 링거에 근육이완제와 진통제가 들어있어서 그런가
한결 편하다 한다.
겨우 하룻밤 새에 일어난 이 일을 겪으며 겨울 운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한번 심각하게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생은 운전경력이 이십년을 훌쩍 넘겼는데 여태 사고한번 없이 안전운전을 했었다.
커브에서 미끄러지는 이번의 경험은 내게도 동생에게도 아주 큰 교훈이 될것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제 생일날 이런 큰 사고를 당하고 또 저렇게 큰 다침이 없이 성한게 다행이다 싶으면 황당하다.
아직 음력으론 해가 지나지 않았으니 큰 액댐을 한거라 생각하라는 엄니의 말씀에 나역시 동감한다.
점심을 먹으며 엄니께 말씀드렸다.
사실 어제 자고 오려고 했었다고,,, 그런데 아버지 화 내는 모습에 불안해 그냥 돌아오자 했는데 엄니 말씀을 듣지
않아 우리 벌받은거 같다고,,, 그리고 아버지께 제발 이젠 별것도 아닌일에 벌컥 하시며 집안을 싸늘하게 만드시는
그 성격좀 고치시라고 이번일을 계기로 꼭 그러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큰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싶다고 늘 입버릇 처럼 말씀하신다.
아버지는 우리 형제들에게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고 늘 서운해 하신다.
그런데,,, 솔직히 우리는 아버지의 그 느닷없는 벌컥에 아주 염증이 나 있다는걸 왜 모르실까?
이유있는 벌컥이라면 그러시려니 하련만 이유도 도통 모르게 당신이 혼자 벌컥 하시며 온 집안 사람들을 다 심장이
오그라붙게 만드시는 그 모습은 점점 당신 곁에서 사람들을 떠나게 만든다는걸 아셨으면 정말 감사하겠는데,,,
엄니는
" 나는 그꼴을 평생 보고 살았다 "
하시는데 할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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