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곳 퇴촌으로 이사왔을때,,,
봄이 시작되는 사월이었다.
그 당시엔 앞에도 옆에도 뒤에도 집이 없었다.
내가 사는 이 빌라만 덩그러니 그리고 주변은 논과 밭 이었다.
도시의 작은집에서 시골의 큰집으로 이사온 첫날의 들뜸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설렘에 잠 못이루고 있을때 창밖에서 아련하게 들려오던 개구리 울음소리.
신기했다.
창문을 한뼘쯤 열어놨다.
살짝 추웠지만 그 소리가 너무 좋아 이불을 목덜미까지 꼭꼭 누르고 그 소리를 들었다.
가만 들어보면 막무가내의 소리가 아니었다.
이쪽에서 부르면 저쪽에서 대답한다 해야할까?
주고받는 소리였다.
첫해는 그렇게 개구리 울음소리 그리고 귀뚜리 소리에 매혹되어 살았었다.
다음해 봄 또다시 개구리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며칠은 그 소리가 즐겁더니 어느날 부터 짜증스럽게 들렸다.
음악이 잡음으로 들리는 것은 순간이었다.
그소리에 매혹되어 창을 열던 나는 이제 그 소리에 짜증이 나서 창문을 겹겹이 닫았다.
이곳 퇴촌은 한여름 며칠 빼놓고는 여름날에도 창문을 닫고 자야 할 정도로 서늘하다.
그것이 또 다행이었다.
그렇게 서너해가 지나고 어느날 티비에서 자연의 소리 어쩌구 하며 개구리소리가 나왔다.
그 소리가 정신을 순화 시킨다나 뭐라나,,,
나는 천상의 소리가 간혹 소음이 될때도 있는데 뭐라는겨? 했다.
그러고 보니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창문을 여니 그제야 일제히 쏟아져 들어오던 개구리 울음소리.
처음 아름다웠던 소리는 어느날 소음이 되었고 또 어느날은 전혀 의식하지도 못하게 되었다.
퇴촌으로 이사온 동생이 전화를 해왔다.
어떻드나 잘 지내나 물었더니 삼층의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린다고 한다.
동생은 소리에 민감하다.
이사오기 전 그곳에서도 늘 소리 때문에 곤두세운 신경을 애써 누르며 살았었다.
처음 이곳으로 그것도 빌라로 이사 온다고 했을때 제일 걱정스러웠던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동생은 사층을 선택했다.
윗집에서 나는 소음은 가끔 놀러오는 우리집에서 충분히 경험을 해서 제딴엔 맨 윗층이면 조금
조용하지 않을까 생각 했던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 모여사는 공동주택은 위층 아래층 할것없이 모두 소리에 대한 신경줄은 미리 끊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빌라 라서 그런것 아니냐 하는 말, 천만의 말씀이다.
일산 신도시 아파트에 살때도 역시 그랬었다.
하다못해 화단 주차장에서 떠드는 소리 조차 십오층 우리집에서 들으면 울림까지 더해져 굉장했다.
소리,,, 기척이 싫다면 집 주위로 넉넉한 정원을 가진 단독주택에 살아야 하겠지.
사층이라 조용하리라 생각했는데 아랫집은 양쪽이 다 일하는 가정이었는지 저녁이면 청소소리
티비소리 화장실 물 받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고 한다.
어쩌니,,, 그래도 윗층의 소리가 없는것을 다행이라 생각하고 살아야지 했더니 밝은 목소리로
언니 그런데 집이 넓고 좋아 그런지 그 소리쯤은 감내하고 살수있어~~ 한다.
다행이다.
사람이 산다는거 어쩌면 순간 순간 이해하고 양보하며 사는거 아닐까 싶다.
그래야만 사는동안 네 자신이 조금 더 편안하지 않을까?
내몫을 왜 양보하며 왜 나만이 이해해야 하냐고 열변을 토하던 동생의 모습이 떠 오른다.
오래전 그랬었다
지금 달라진 모습의 동생을 보며 그래,,, 나이는 그냥 먹는게 아니야,,,란 생각을 했다.
순해진 동생의 모습을 보며 흐믓하기도 하고 때론 슬프기도 하다.
우리 막내가 이제 중년이 되었구나 싶어서,,,
옳고 바름을 줄기차게 따지고 드는 그녀는 어쩜 젊어서 그런게 아닐까?
간혹 그 젊음이 부러울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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