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거 느낄때,,,
무심히 스쳐지나던 모든것에
눈길이 그리고 마음길이 갈때
문득 난 나이를 먹는구나 느낀다.
아마도 클라이막스를 지나 에필로그에 다가가는게 아닐까,,,
어제 아들과 친정엘 다녀오며 또 그런 마음이 들었었다.
나름 야생화를 좋아한다 말 하면서,,,
또 나름 꼼꼼하다 말 했으면서
난 그냥 스쳐 지나던게 참 많았던것 같았다.
얼마전 친구가 찍은 봄 야생화 사진에 댓글을 달며 말했었다.
" 난 노루귀나 바람꽃은 봤는데 복수초는 본적이 없어 "
그런데,,,
친정집 마당 한 귀퉁이에서 소복하니 자라고 있는 복수초를 마주했다.
조금 황당했다 내가,,, 그렇게 자부했던 내가 왜 이아일 이제서야 봤을까?
아버지께 여쭈었다.
" 언제 캐왔어요? 여기 없던거죠? "
" 아니다~ 오래전 산에서 캐왔는데 못봤냐? "
그랬다 복수초는 거기에 늘 있었단다.
이른봄 피어나는 꽃이라서 아마도 못봤겠지 위안을 했다.
양평의 용두리는 워낙 추운곳이라 그리고 친정집은 개울가 바람이 흐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 눈이 채 녹지않은 이른봄엔 마당을 둘러볼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추운거라면 질색인 나 인지라,,,
복수초는 오래전엔 노란 꽃잎이 아름다웠으리라
눈속에 피어나 누군가 봐주길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작년에도 또 저작년에도
그렇게 오랜 시간 기다리다 지친 끝에야 나와 마주했을지도,,,
화원의 화려하고 이쁜꽃들만 꽃인줄 알았다.
눈에 확 띄고 향까지 좋은
명품같은 이름을 가진 그런 꽃들만 꽃인줄 알았다.
오래전 이곳 퇴촌으로 이사를 와서 우연 따라갔던 뒷산에서
순흥안씨네 종산인 무덤가에 담뿍 피어있던 할미꽃을 봤다.
아주 어릴적 외가에 가면 볼수있던 할미꽃을
선정능이나 서오능 등등으로 소풍을 가서나 볼수있던 할미꽃을
기억속에 가물 잊고 있었던 할미꽃을 그곳에서 마주하고 경이로웠던 기억.
잊었었구나,,,, 난 참 많은 기억을 잊고 살았었구나 했었다.
그렇게 마주한 꽃과의 인연
보라빛 구슬붕이
노란 꽃다지
더 고운 노란 양지꽃
애기똥풀의 꽃
꿀풀꽃
그렇게 마음 따뜻해지는 이름들을 되뇌이며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름도 모르는 그냥 야생화라 부르던 아이들과의 만남
그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둘 알아가며
모습을 익히며 또 행복했었다.
누군가 그랬다던가
야생화 작은꽃들이 이뻐지고 눈이가면
늙은거라고,,,,ㅎㅎ
늙어서,,, 나이를 먹어서 좋아지는게 소박하고 작은 저애들 때문이라면
난 얼마든지 늙어주마,,, 기꺼이 행복하게,,,
점심먹고 잠간의 휴식시간 호미를 가지고 회사 근처의 야산엘 올랐다.
방가지똥이랑 속새 냉이랑 달래 그리고 쑥을 동료들과 캐면서
풀숲에 고개 숙이고 있던 현호색을 만났다.
올해 첨으로 마주치는 현호색은 보라빛이 연한게 고개 수그리고 소박하니 웃음지어줫다.
" 아~ 현호색이 피었네~"
" 이름이 현호색이에요? "
" 야산에서 자주 봤지? "
" 아녀~~~ 첨보는데,,, 꽃이름 많이 아시네요 "
첨이라니,,,
현호색은 얼마나 흔한 야생화인데 첨봤다니,,,
그리고 웃었다.
그래 너흰 아직 젊구나 아직 한참 어리구나
나도 그랬었다. 도날드 덕 닮은 저애가 눈에 띄고 익은게 불과 몇년전이니,,,
나이를 한살 두살 먹는게 참 좋다.
조금 느려지고 굼떠지고
한박자 늦어지는 내가 참 이쁘다.
흘려보내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눈여겨보는 그 느림이
나이먹음이 어찌나 행복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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