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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째 조용하다 했었지,,, ( 헤프닝~ㅋ)

by 동숙 2011.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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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하루를 보냈는디,,,

어제의 행복감을 오늘도 연장시키며 걍 조용히 편안히 보내려고 했는디,,,

 

그렇지 뭐~

내가 요 몇년간은 참 복도 많다,,,ㅋ

어째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네~

 

느지막 일어나 소파에 뒤굴거림서 티비도 보고

오래전 읽었던 하퍼 리의 " 앵무새 죽이기 " 를 다시 뒤적이며

(요사이 새로 읽은 책에 이 책을 인용했더만~) 처음 읽었던 그때와

또다른 감동에 절어 흐믓해 하다가 따신 햇빛에 꼬박꼬박 졸다가,,,

 

아점으로 짜장과 짬뽕 한그릇씩 시켜 아들넘과 나눠먹고

컴터에서 쪼맨큼만 놀다가 이제 해도 저무는데 그만 청소기 돌리자 맘먹고

창문 활짝 열고 청소기를 씩씩대며 돌리는데  띵동~ 한다.

 

아들넘이 " 어 할아버지야 엄마~ " 한다.

다 늦은 시간에 어쩐일로?  하며 문을 열었고 들어오시는 아버지 얼굴이 벌겋다.

뒤따라 들어오는 엄마는 눈이 퀭하고 머리는 산발이고,,,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 뭐야~ 엄마 왜그래?  어디 아픈거야? "

" 아냐,,, 아프긴,,, "

" 그럼 뭐야? 얼굴이 왜 그러셔 두분다,,, 누가 또 속 썩였어? "

" ,,,,, "

그저 아니란다. 

아버진 나랑 눈도 못마추시고 엄마는 울먹이고,,,

도대체 무슨일일까? 

무슨일로 이시간에 저런 모습으로 찾아오셨을까?

 

머뭇거리시는 두분과 나 그리고 아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하고 멀뚱거렸다.

한참 그러시더니 아버지께서 커피 한잔만 달라신다.

커피물을 올려놓고 소파앞에 붙어앉아 왜 그러시냐고 다정히 물었다.

 

이룬,,, 이유인즉,

두 논네가 싸우신거다.

격렬하게,,, 아버지 뭔가 집어던지시고 엄마는 또 그 성질머리 어디가냐고

맛대꾸를 하셔서 더 화를 돋우고 화난 아버진 벌벌 떠시더니 밖에 나가

병을 들고 오시더니 주방에서 병을 따시고 엄만 뭔가 궁금해 어깨너머로

살펴보니 농약,,,,ㅜㅜ  으휴 어쩜 저러실까,,,

 

아직도 늙진 않으셨다 두분다,,,

엄마가 빼앗아 쏟아버리니 다 내가 잘못한거라며 돌아가시면 그뿐이라고

말하시곤 차에가 시동을 거시더란다. 

더럭 겂이 난 엄마가 조수석에 막무가내로 올라타시고 내쳐 달려온 곳이

우리집이었다나?  큰딸 보고 죽어야지 그랬단다 울 아버지,,,,

 

그 말씀을 두서없이 하시는 두분을 바라보다 난 그만 눈물이 나왔다.

" 왜그래요 정말~ 나 요사이 참 힘들게 사는거 아시면서 왜그래~"

나도 모르게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소리치면서,,, 그랬다.

 

나 몇년간 참 힘들었어도 엄마랑 아버지한테 아뭇소리도 못했어~

나 정말 세상 다 놓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때 제일 먼저 생각난게

엄마랑 아버지 그리고 애들이었어,,, 내가  얼마나 의지하면서 사는데

그러고 싶으세요?  나 어떻하라고 그러세요? ,,,, 이러면서 펑펑 울었다.

 

" 다 내가 잘못해서 그런거야,,, "  하신다 우리아버지

" 미안하다  엄마가 잘못해서 그런거야 " 하신다 우리엄마

 

젊었을땐 니 아버지한테 대꾸도 못했는데 늙어서도 그래야하니?

뭐라고 한마디 했을뿐인데 저렇게 버럭거리고 죽는다고 그러니 어쩜 좋으냐

하는 엄마,,,,  정말 어쩜 좋을까?

 

잠깐만,,,, 하고 일어나 뜨겁고 달달한 커피를 타서 아버지께 드렸더니

훌훌 불어가며 급하게 드신다.  참 많이 속상한 딸년의 마음을 아시겠지?

미안하신지 급히 마신 커피잔을 내려놓고 너 얼굴 봤으니 그만 갈란다

이러고 일어나신다,,,, 에효,,,

 

" 아버지 설에 나 장염에 몸살하느라 집에 못갔을때 맛있는거 사준다고 하셨지? 

  그거 오늘 사주세요~  지금 먹고싶어요~ "  이럼서 두 논네를 따라 나왔다.

아들넘에게 눈 찡긋거림서 옷 빨리 입으라고 소리쳤다.

 

식당에 가서도 표정이 영 꿀꿀하신 아버지랑 마주하고 앉아서 이것저것 앞접시에

놓아드렸지만 시원치않게 드신다. 그래도 그럭저럭 식사를 마치시고 집앞까지

태워다 주시고는 나 가볼란다 하시는 아버지,,,

 

" 집으로 가실꺼죠? "
" 아니 원주에 갈란다~ "

" 원주는 또 뭣하러? 이밤중에? "

" 재혁이 보러,,, "

재혁이는 내 큰 남동생이다.  이 논네가 오늘 자식들 심장 다 태울려고 작정을 하신게야

" 아버지 오늘은 늦었으니까 밤중에 운전하지 마시고 낼 가세요~ "
"  가서 얼굴만 볼란다 "
" 아이구 참~ 애 놀라요 지금 가시면 그니깐 그냥 집으로 가세요~ "

 

대꾸없이 고개를 돌리시는데 설마 정말 원주로 가시는것은 아니겠지?

큰딸과 큰아들 얼굴만 보믄 된다는데,,, 이 무슨 가슴 섬찟한 말씀인지 원,,,

 

올해 일흔넷 최씨이시고 곱슬머리에 종가집 장손이시고 독자이시고 고집은 뭐

더할 말이 없는 우리 아버지 오늘도 아이처럼 내 가슴을 홀딱 뒤집고 가셨다.

아직도 이렇게 철없이 싸우시는 울 논네들이 조금 귀엽기도 하다.

 

그래도 낼모래면 오십인 다 큰 딸자식 소울음에 조금 가라앉으신 아버지의 가슴이

조금 채워지고 따셔졌으면 싶다.  혼자 자라셔서 그런지 울 아버진 외로움을 잘

타시는것 같은데 엄마는 그 외로움을 잘 보듬어주는 살가운 여인네는 아니다.

어찌보면 여장부라 할만한 분이다.

 

지난 몇년간,,,

엎치고 덮치던 어려움을 이기는데 큰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두분이 비록 저렇게

아웅다웅 다투시지만 곁에 계시는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잘 아는 나이기에

그저 오래 내곁에 머물러 주시기만을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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