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목요일,,,
생각지도 못했던 평일에 횡재라도 한듯한 여행을 다녀왔다.
한동네서 오랜시간 함께 일한 옆 공장의 사장님이 친구분이 횟집을 하신다며
한번 다녀오란 말씀을 냉큼 주워먹고 말 나온김에 시행하자 가 되엇었다.
엄청 많이 들떳었다.
울동네는 이제사 개나리 피어나는데 경험상 강원도는 이곳보단 봄이 좀 이른걸 알기에
화사한 벗꽃을 조금 일찍 구경하겠구나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동해의 그 짙푸른 바다
뽀얀 파도를 만나 하루이지만 날개를 펼친 갈매기처럼 아무런 제약없이 그저 말 그대로
자유를 만끽하겠구나 싶었다.
한차에 회사식구 여섯이 구겨타고 좀 낑기면 어때~ㅎ 라 웃으며 출발을 했었다.
목적지는 강원도 고성의 대진항,,, 베드로 횟집~ㅋ
도중 친정에 들려 엄니께서 미리 준비 해주신 찰옥수수와 감자떡까지 챙기고 따신
커피한잔 얻어먹고 그 와중 차장님은 집 옆의 냉이를 한봉지 캐시고 달래도 한줌,,,
여기까진 참 좋았다.
넘 들뜬 울 아줌니들 종알거림이 도가 지나치다 싶더니 부장님 왕뿔 나셨다.
쌩하니 찬바람 부는 얼굴로 운전대만 부셔져라 잡고 있는데 옆자리가 흡사 도살장
끌려가는 소님의 그 불안한 마음과 일치했으리라,,,
있는 애교 없는 아양 다 떨어가며 세시간 걸려 대진항까지 가는데 지나치는 강원의
그 멋진 모습에 내 애간장이 다 녹았다. 잠시라도 차를 멈췄으면 얼마나 좋을까.
진부령 넘어가는 꼬불길에선 속도가 좀 느려져 옆 산으로 눈을 돌리고 가는데,,,
어라? 청보라빛 꽃이 좋지도 않은 내눈에까지 보이는게 아닌가,,,
" 어? 저색깔은 꼭 노루귀 같은데,,, 부장님~ "
" 제비꽃이에요 "
" 아니에요 제비꽃은 아니걸랑요~ "
" 제비꽃 맞아요"
" ㅡㅡ;;"
이런 젠장,,,
우째 이런일이,,,ㅜㅜ
좀 세워주면 어디가 덧나나,, 속으론 엄청 궁시렁 거리면서도 그냥 미소만 지었다.
안그래도 쌩한데 혹시라도 꼬이믄,,,,
진부령을 넘어 내려오며 마주친 동네들은 그야말로 나의살던 고향은,,,에 나올법한
풍경이었다. 벗꽃의 그 화사함이라니,,,
왕벗꽃일까? 뽀얀 꽃잎이 황홀할 지경이었다.
수양벗꽃의 그 늘어짐은 또 어떻고,,,
물론 이곳도 그냥 지나쳤다.
아,,,, 넘 슬프다.
그렇게 도착한 대진의 횟집에서 옆공장 사장님이 미리 연락하신 덕분에 회를 먹고,,,
이것도 그렇다.
우리식구들은 회를 엄청 좋아해서 동네에선 절대 회먹을 생각을 안한다
왜냐고?,,,,,,
십만원짜리 회를 시켜놓음 울 아들 멍하니 내려다보고 침한번 삼키고 하는말이
엄마 이거 나혼자 먹어도 기별도 안가겠어요 한다.
그런데 여섯이 두접시 시킨 회를 보니 내 입맛 도는대로 먹으면 절대 안된다고 미리
머릿속에 진하게 입력을 시겼다,,,ㅋ
혹시라도 주착없는 손이 덥썩 나가면 어쩌랴~
아무튼 그렇게 회를 먹고 철조망이 쳐진 바닷가를 바라보니 바닷물에 손이라도 한번
담궈보았음 싶었다.
대포항까지 내려가 그곳에서 해산물을 사자,,,로 합의를 본 터라
가는길 중간에 수없이 많은 해수욕장 아무곳에나 차를 세워 주십사 부탁을 했다.
어라?
그런데,,, 부글부글 속 끓이다 보니 대포항이다.
울 부장님은 여행지에 꼭지점 찍고 직행하시나보다.
그곳에서 회를 넉넉히 사고 ( 혼자 나온터라 좀 찔려서,,,ㅋ ) 새우튀김이니 물이니
주전부리감을 사고 다시 출발,,,,
어쩌면 좋을까나,,,,ㅜㅜ
역시나 퇴촌 울동네까지 또다시 찍은 꼭지점으로 직행.
이럴수가,,,
오호 통재라 어찌 이런일이,,,
작년 엄니랑 동생들이랑 친정의 여자들만 함 가보자 해서 돌아본 동해가 끝이었는데
초록빛 바다가 그 짭조름한 냄새가 기암괴석 즐비한 깊은 설악의 계곡이 옥빛으로
흐르던 맑은물 그리고 노랑 분홍 보라빛으로 아롱거리는 온갖 꽃들이 그렇게 그리웠던
그 모든것이 그저 눈앞에서 시나브로 사라지는 이 기막힘은,,,,
인제 신남을 지나면서 부터는 머리속이 터지려 했다.
양평을 지나면서는 눈도 귀도 다 틀어막고 싶었다.
다시는,,,
정말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여행은 시도조차 하지말고 참석도 절대로 하지말자
다짐을 했었다 어제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아스라이 떠 오른다.
진부령 계곡의 그애는 분명 노루귀가 분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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