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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느티나무

by 동숙 2012.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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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길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엇그제도 노랗고 빨간 잎사귀 매달고 있던 느티나무가 썰렁해보인다.

 

요 며칠 자주 비님 오시더니,,,

내추럴한 둥근 러그한장 깔아놓은듯 오가는 길목이 황홀했는데

문득 느티나무가 외로워 보였다.

 

봄이면 연두빛 조막손으로

잘 다녀와~

어여 돌아와~

살랑살랑 흔들며 만겨주었다.

 

여름이면 짙은 초록의 그늘로

울 엄니 아버지들의 놀이터가 되었고

 

가을 내 이른아침을 맑은 기운으로 시작하게 해주었다.

 

간혹,,,

그 느티나무 때문에 일탈의 유혹에 심각하게 빠지기도 했었다.

어딘가 무작정 핸들을 돌리고픈 충동,,,ㅎ

 

 

시골의 동네 어귀엔 어김없이 느티나무 한그루 있다.

간혹 느티나무가 아닌 다른 수종 일때도 있지만

그래도 마을 수호신과 같은 나무는 어디든 있다.

 

내가 이곳 퇴촌으로 처음 이사를 왔을땐

마을 입구의 이 느티나무가 눈에 얼른 들어왔다.

이곳이 시골이구나 확신을 주는 첫 만남.

 

정확한 수령은 모르겠지만

그 넓은 품이 가히 백년은 넘어 보이는,,,

 

그 나무아래의 동네 어르신들이 어찌나 어려웠는지

오가는 길목을 빤히 바라보시며 꼭 동네 문지기들 같았다.

시골의 외지인은 물위의 기름이 분명한지라 고운 눈빛은 아니었다.

 

살짝 주눅이 들 정도,,,ㅎ

 

하나밖에 없는 시골 대중탕에서 어르신들 만나면

등도 밀어드리고 우유도 사 드리고

하루에도 여러번 마주치는 길목에선 열번이면 열번 다 인사를 드리고

 

그것만 했다.

단순히 그것만 했는데도 어르신들은 날 품어주셨다.

 

문앞에 파 한줌 놓고 가시고

감자도 몇알,,,

풋고추도 상추도 깻잎도 사먹지 않았다.

 

동네 텃밭이 내밭,,,ㅎㅎㅎ

 

 

지난주

막내 동생과 이야기중 그 느티나무 이야길 했었다.

동생은 우리집엘 여러번 다녀가도 느티나무의 존재감을 몰랐다고 한다.

그 넉넉한 품을 가진 나무를 본 기억이 없다니,,,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의 모습이 참 많이 바뀌었다.

느티나무 뱅뱅 돌아 건물들이 둘러서 여간해선 그 존재를 모르게 되었다.

 

그래도 그 느티나무는 늘 그자리에 있을텐데,,,

문득 서러운 생각이 든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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