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푹 담그는 목욕을 하고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있는데...
어디선가 달콤한 복숭아 향이 코에 스친다.
킁킁거리며 둘러봐도 어디에서도 그 향이 나는곳을 찾을수가 없었고 내가
잘못 맡았나 하고 다시 마음을 풀어놓는순간 또 달콤한 그향이 코에 스친다.
상큼하고 달콤한 복숭아향이...
오늘은 오후 세시쯤부터 몸이 많이 피곤했다.
내가 하는 일 자체가 힘들지만 오늘은 다른때와는 또 달리 처음으로 느끼는
피곤함이었다. 걸음 옮기는게 천근만근이고 한없이 늘어지고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겨우 퇴근시간 되고 한숨이 절로 나오는 퇴근후의 운전이 아슬했었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생각하고 뜨거운 물에 담그는 내 매일의 일과를 거를까도
했었는데 좀 힘들더라도 씻고 자는게 더 개운하겠다 싶어 물을 받았다.
욕조에 누워 그대로 잠들었으면 좋겠다고 되뇌였는데 아들애 목욕물을 받아주며
잠시 소파에 누워있던 그참에 향긋한 내음이 내 피로를 씻어갔는지 아니면 아들의
매운 손끝으로 목덜미 꼭꼭 눌러준 안마가 그랬는지 한결 좋아졌다.
오늘은 봄 다웠다.
생태공원의 저녁나절의 풍경이 아름다운것은 익히 알았지만 오늘은 전문가들이
차가득 내려서 공원 강가로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저마다 멋진 카메라 둘러메고
삼각대 둘러메고 손짓을 하며 걸어가는 모습 그것도 내눈엔 작품으로 보였다.
강가의 논둑엔 푸근한 저녁바람 쏘이러 나온 가족인지 조르르 앉아있는 풍경이
한가롭고 평안해 보였다. 나도 이번주말엔 여유를 가지고 강가든 산이든 가봐야
할듯했다. 너무 쪼이고 몰아붙여서 컨디션이 더 엉망인지도 모르겠다.
몸을 살찌울 반찬도 좋지만 마음을 살찌울 그 무엇을 찾아보는것도 가끔은 좋지
않을까 하는 내 나름의 핑계거리도 만들어두고...ㅎ
일주일쯤 대충 때워도 좋지않을까?
작은 다람쥐를 오늘도 보았다.
아침에 불놓을때 지난번 보았던 그 산줄기로 지나는 모습을 보았다. 기호씨와
둘이 한참을 바라보았다. 기호씨말이 그애도 그길을 지나는게 하루일과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한다. 기특한 기호씨....^^
다람쥐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가 어릴적 봤던 백사 이야길 해준다.
초등학교때 하교길에 우연히 하얀뱀을 봤단다. 뱀은 자주 봤지만 하얀뱀은
어쩐지 무서워서 빙 돌아서 돌아와 어머님께 그 이야길 했더니 어딘지 가보자고
서둘러 나가셨더란다. 하지만 그 자리에 가봐야 뱀의 흔적은 보이질 않았겠지?
그때 이후로 하얀뱀은 본적이 없단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백사이었고 그걸
그렇게 우연히 보기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단걸 알았단다. 군 생활을 철원 산중의
부대에서 했다는데 가끔 내무반에 뱀이 들어오면 백여명 가까이 되는 군인들이
그걸 잡아서 놀았단다. 하루종일 가지고 놀다가 피트병에 담아두고 다음날 또
가지고 놀았다는 이야길하며 순박하게 웃는다.
기호씨는 쥐가 무섭단다. 쥐뿐 아니라 무는 짐승은 다 무섭고 싫단다. 몇년전
내가 키우던 햄스터 이야길 해줬더니 자긴 너무 싫단다. 뱀은 무섭지 않고
햄스터는 무서워? 하며 한참을 웃었다. 하긴 나도 뱀은 덜 무서운데 지렁이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니...ㅎㅎㅎ
갑자기 한줄 쓰고 자야지 싶었다.
달콤한 복숭아향이 그렇고 아들의 꼭꼭 눌러주는 안마가 그렇고 아침녁 보았던
다람쥐가 그렇고 오늘이 지나면 과거가 되어버릴 어쩌면 잊혀질 내 하루를
오늘도 또 이렇게 기록을 해본다.
앙증맞은 봄꽃들이 보고싶다.
올핸 늘 천한색으로 유혹한다고 했던 한련화도 몇화분 심어서 에어컨박스위에
늘어뜨려봐야지.... 갑자기 라일락 꽃의 그 향기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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