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토요일이다.
내일 친구들과 무의도라는 섬으로 트래킹을 떠난다.
원래의 계획으론 오늘 양평 엄니댁으로 전 직장 동료들 몇이 나물하러 가기로 했었다.
비 오신다는 소식에 다음으로 미뤄지니 내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엄니댁에서 냉이며 달래를 캐서 맛난 달래장을 만들고 도토리묵을 쑤어 내일 트레킹의
점심으로 가져가기로 했었는데 이렇게 되니 당장 달래가 문제였다.
어제 고민을 하다가 비오시니 오늘 바깥나들이는 어렵고 그냥 일하자~ㅎ
그리고 다음주 중 날이 좋을때 바쁘지 않을때 오늘 일한 땜을 하자 라고 생각했다.
아침 출근을 하여 한시간만 시간을 달라고 사장님께 말씀 드리고 뒷산 무갑산엘 올랐다.
지난번 점심시간 산책할때 달래가 있던것을 봤기에 서둘러 올라가 달래를 캤다.
내일 넉넉한 달래장을 만들고 저녁 메뉴로 아들넘이 좋아하는 달래된장찌게를 끓여도
좋을 만큼 캐가지고 내려왔다.
몇해전 작고하신 시어머님은 나처럼 꽃을 좋아 하셨다.
어디선가 아기 한쪽을 데려와 정성들여 키우신 군자란이 또 어린 새싹을 매달고 있다고
역시 꽃을 좋아하는 내게 한뿌리 선사하셨었다.
어머님의 그 선물은 내게서 역시 어린 아기들을 매달도록 잘 자랐다.
작년 봄에는 꽃대가 올라오기에 설레었었는데 희안하게 그 꽃대가 주욱 올라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잎사귀 사이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어렵게 꽃을 피우다가 썩고 말았었다.
올 봄 또 꽃대가 올라오기에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나 신경쓰며 관찰을 했는데 다행히 길게 꽃대가
올라오더니 여섯송이의 주황빛 군자란 꽃이 피었다.
어제밤 퇴근해서 핸드폰 카메라로 열심히 그 모습을 담아봤다.
썩 좋은 화질은 아니었으나 내 추억 한 갈피를 채우긴 충분했다.
세탁기를 돌리고 아들방을 청소하고 거실바닥을 걸레질 하며 시어머님 생각이 마치
굴러가는 실타래의 풀어진 실처럼 줄줄 떠오른다.
사랑이 가득 하시던 아버님과는 달리 처음부터 내게 엄한 시어머님의 모습을 보이셨던
그 어른때문에 참 많은 속앓이를 했었다 그땐 그랬다 돌아가시고 나면 아마도 원망으로만
내 기억에 남아 있을거라고 생각되었었다.
그런데 참 희안한게 그 원망조차 이젠 그다지 기억되지 않는다.
어린나이의 이해 할수없는 전혀 논리적이지 못한 어머님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은 어디로
다 흩어졌을까? 세월이 대견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비가 내리신다.
늘 비 오시면 머리에 꽃한송이 꽂고 산들로 뛰고 싶다고 외치던 나였었다.
특히 억수로 내리는 빗줄기는 완전 매혹이었던 나 였었다.
나이를 먹는건지,,,
이렇게 소리없이 흙내음 풍기면서 내리는 조용한 봄비가 오늘 날 센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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