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은,,,

원망스러웠던 며칠,,,

by 동숙 2014. 4. 20.
728x90

 

 

그날 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산으로 향했다.

며칠전 새벽까지 출고준비를 하고 전날 가뿐하게 출고를 했다.

 

양평 엄니댁에 예전 직장 동료들이 주문한 약을 받으러 가야했기에 핑게김에 산엘 다녀오자 했었다.

아침 아홉시 양평가는길은 안개가 자욱했다.

강 이쪽에서 저편의 산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던 그런 안개였다.

 

횡성과의 경계인 용두리 끄트머리 해마다 찾아간 산밑에 차를 세우고 힘차게 산행을 시작했다.

계곡을 끼고 있어 가파르기가 장난이 아닌 산행 기어서 올라야 할 정도였다.

숨이 턱 막히고 종아리엔 쥐가 오르고 보이지 않는 야생화를 타박하며 오르던 길,,,

 

산마루를 하나 돌아서자 또 하나의 계곡길

그곳엔 복분자나무와 다래나무가 엉켜있어서 그야말로 가시밭길 이었다.

늘 오르던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자 라는 처음의 다짐이 원망스러워 지는 순간 만난

샛노란 꽃밭~~~ㅎ

 

피나물 꽃이 가득 피어 천상의 화원같았다.

그 사이사이로 천남성이 고갤 내밀고 있었으나 이쁜 모양새의 아이를 찾느라 우선은 패쓰~~ㅋ

 

카메라는 자꾸 흘러내리고 결국 목에 걸고나니 이번엔 목이 꺽어지듯 아팠다.

진땀 빼며 종아리 주무르며 오르다 만난 고추나무 새순은 무척 반가웠다 숨도 돌리고 배낭도 채우고

저녁에 데쳐 집간장으로 조물조물 무쳐내면 맛있다 먹을 아들넘 얼굴이 왔다갔다 했었다.

 

또다시 오르막,,,

멀리 두릅순이 보인다.

엇그제 다녀온 우리동네의 두릅도 아직 한뼘도 채 안되는 아이라 이곳의 두릅은 멀었겠다 했는데

웬걸 제법 튼실하게 매달린 아이들을 보고 한걸음에 달려가 두릅을 꺽는데 어디선가 더덕향이 난다.

발밑을 보니 더덕 새순이 손가락 만큼 굵게 올라온다.  이정도의 순이라면 밑에 숨겨진 아이는 안봐도

그 크기가 짐작이 된다.

 

결국 배낭 내려놓고 카메라도 내려놓고 호미꺼내 더덕을 캐기 시작했다.

직경 4-5cm 길이 한뻠이 넘었으니 15-20cm 는 충분하리라.

그곳에서 캔 아이들은 큰게 댓뿌리 작은게 열뿌리 정도였다.

향이 기가 막혔다.  더덕을 캐고 난 후에야 나무에 매달린 두릅을 꺽기 시작했다.

워낙 튼실하니 금방 배낭에 반쯤,,,ㅎㅎ

 

어수리 싹도 우리동네보다 더 튼실하고 크다.

운좋게 엄나무 개두릅 나무도 몇그루 만나서 배낭을 채웠다.

겨울기침에 좋은 산도라지와 잔대도 몇뿌리 캐며 그 비탈진 산을 올라갈때 까지는 그야말로 굿~ 이었다.

 

하지만 산 등성이로 움직이니 방향 감각을 잃었는지 두시경 내려다 본 밑은 완전 다른 방향이었다.

완전 반대방향,,,ㅎㅎ

길로 내려가자면 몇시간이 걸릴지 가늠도 되지 않기에 다시 산등성을 올라가 원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쪽 산은 왜 그리도 비탈진지,,,ㅜㅜ

그 비탈을 헉헉 대며 오르는데 알록제비꽃이 보인다.

올해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카메라를 꺼내야지 싶었으나 그것은 그냥 생각뿐 너무 가파르고 이미 지쳐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결국 포기했다.

 

지금도 눈앞에 알록제비꽃의 그 잎새가 왔다 갔다 한다.

 

다시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데 천남성 이쁜녀석들이 보인다.

또 이렇게 이쁜녀석을 못만나면 오늘 천남성 담긴 틀렸지 싶어서 카메라를 꺼내 그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정상에서 만난 철쭉,,,

연한 분홍의 두툼한 꽃잎을 보며 정말 탐스럽구나 했었다.

난 분명 그애가 산철쭉이라 생각했다.  오늘 뒤늦게 꽃을 블로그에 옮기며 찾아보니 웬걸 그냥 철쭉이란다.

내가 알고 있던 철쭉,,, 좀더 짙은 분홍의 철쭉이 바로 산철쭉 이란다.

아니 왜 산철쭉은 동네에 흔하고 철쭉은 산에서 핀다니?

 

더듬어 내려오다 처음 올랐던 계곡을 만났다.

멧돼지들이 어찌나 땅을 뒤집어 놨던지 완전 산중에 밭을 매놓은게 농사라도 지을라고 그랬던가?

피나물 화원에 들어서는데 신랑의 전화가 왔다.

 

" 차가 집앞에 그냥 있네? "

신랑은 당연히 내가 출근했으리라 생각했을터 집앞의 차가 희안했겠지?

" 원식이랑 양평 들어왔어 약가지러~ 지금 산에 있어요~~~"

신랑은 그랬냐 하며 조심히 다니란다.

그러며 하는말 티비에서 난리가 났다고 한다.

무슨 난리? 하며 물으니 세월호가 침몰했다고 한다. 

 

난,,, 사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요즘 세상에 여객선이 침몰하면 멀리 대양도 아닌 근해일터 구조하면 되지 라는 생각이었다.

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사건이 지금 온 나라를 애통하고 기막히게 하고 있다.

 

나역시 그랬다.

찍어온 사진을 올릴 생각도 못했고 그 이틑날 출근해 출고해야 하는 일에도 집중이 힘들었다.

눈도 귀도 자꾸 뉴스로 가고 뭘 해도 집중이 안되는 그런 며칠이었다.

 

설마,,,

이렇게 길게 구조를 못할줄 누가 알았을까?

내 심정이 이럴진데 가족들은 얼마나 애가 탔을까?

 

슬픔 그다음 분노 그다음 허탈

겨우 오늘에서야 난 나를 다잡는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법

그일로 온국민이 정신과치료를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는 뉴스의 내용을 보며 정신이 들었다.

아직도 희망은 있다.

딸아이가 기적을 바란다고 카스에 올린 글에 내가 준 답글은 이랬다.

 

" 딸램 기적이란 존재하기에 생긴 말이야~~

  그러니 낙담은 말고 늘 긍정적인 자세~~!!!

  그게 바로 기적을 낳는 원천인것 잊지마~ "

 

그래 기적은 분명 존재한다.

비록 시일이 너무 지체되었지만 생존자는 분명 있을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말자.

 

정신차리고 살아야 한다.

지금은 우리라 명명하기도 싫은 저들의 행동을 보면서 시간이 지나면 단죄할것은 꼭 단죄하고

고칠것은 꼭 고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지금처럼 슬픈 사람이 억울하기 까지 한

이상한 세상은 남겨주지 말자.

 

 

어쩐지 그날 아침부터 기분나쁘게 뿌옇던 하늘,,,

그 하늘은 내가 돌아오던 저녁까지 내내 그랬다.

 

아마 하늘도 기막혔던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