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께서 21일 김장을 담그셨다.
삼백포기,,,ㅋ
전화한통 없다고 투덜거리시며 그래도 김장은 해주신다.
자식이란게 늘 그렇듯 부모의 마음을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하는 죄인인지라 생각또한 짧다.
엄니는 누가 해주래?
걍 해주지 마세요 지들이 담가먹으라고,,, 라며 또 짧은 생각을 피력했다.
어리석게도,,,
전날 묵은지를 아주 좋아하는 친구가 엄니댁 묵은지를 퍼내려 내려갔었다고 한다.
새로이 김장을 해넣어야 하니 묵은지를 처분해야 한다기에 얼마전 묵은지 필요하면 가져가라며
전화를 넣어놨었는데 꼭 맞춰 찾아간듯 김장 바로 전날 시간이 났다고 한다.
ㅡ 배추를 엄청나게 절이시드만,,,?
ㅡ 에고 따신 커피한잔 못얻어 먹었겠다 엄니 바쁘셔서?
ㅡ 뭔 소리야 커피보담 훨 좋은거 먹었다~ㅎ
이러며 걸려온 전화로 그간의 사정을 짐작했다.
엄니께서 그 많은 김장을 하시며 혹 또 몸살이라도 동하지 않으셨을까 맘속으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막내이모와 친구분들이 같이 오셔서 절이셨다고 한다.
하룻저녁 주무시고 다음날 김장까지 거들고 가시겠다는 말씀에 어찌나 감사한지,,,
친구는 아버지께서 달이시던 녹용을 한대접 마시고 고구마와 감자 그리고 생배추까지 몇포기
얻어가는중이라며 니 엄니 하지말고 내엄니 하자 한다.
웃기시네 택도 없는 소리 하고 있어 못된 머시마~ㅋㅋㅋ
울 엄니의 그 오지랖은 아무도 못말린다.
예전엔 가끔 엄니의 그 오지랖이 싫어서 투정도 부렸었다.
육남매 자식들 뒷바라지도 허술하시며 웬 동네사람,,, 하다못해 눈길 한번 마주친 그 누구든
퍼주시고 나눠주시는 엄니의 오지랖은 어쩌면 욕하며 닮는다는 말처럼 나역시 꼭 그러하다.
채워두는게 참 싫다.
내게 필요치 않은것을 바리바리 쌓아두고 사는것 그것은 내겐 마음의 큰 짐이 될수밖에 없다.
꼭 내게 소용이 있는것도 간혹 누군가 필요하다 라고 하면 내어준다.
엄니는 이런 내게 또 타박을 하신다.
기분이 좋으실땐 우리 큰딸은 욕심이 없어~~~라며 좋게 그러나 평소엔 늘 그렇게 제몫도
못챙기고 살면 어쩌냐고 눈치를 주신다.
어쩌겠나,,, 난 엄니의 딸이 맞는것을,,,ㅋㅋ
아무튼 그렇게 엄니는 우리 자식들이 없이 삼백포기 김장을 다 하셨다.
그리고 이틀뒤 중국으로 떠나셨다.
지금쯤 아마도 한창 중국땅을 누비시고 계실터인데 그곳에선 또 어떤 오지랖을 펼치실지,,,ㅋ
가끔 아니 아주 자주 난 엄니가 못마땅 할때가 많았다.
울 엄니 말씀으론 자식 여섯을 키워보니 하나도 같은게 없더란다.
맏이인 나는 늘 꼬치꼬치 따지고 캐묻고,,, 즉 바늘틈도 들어갈 자리가 없단다.
먼저 하늘여행을 떠난 둘째는 눈치가 백단이라 입맛에 잘 맞았지만 제 주장이 없더란다.
셋째는 고집이 제일 세서 엄니의 가슴에 못을 제일 많이 박았던 딸이었다.
넷째는 어릴적 너무도 순해서 바보 아닌가 했을 정도라는데 그 순한넘이 속으론 제일 잘
여물었더란다. 비록 미혼으로 엄니가슴에 또 하나의 상처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제몫을
잘하고 지금은 엄니의 손발이 되어주고 귀도 되어준다.
자식을 키워 출가시키고 나면 이제 끝이려니 했더란다.
그랬더니 이런,,, 사위에 손주까지 줄줄 엄니의 고생거린 더 생기더란다.
배안에 있을때가 제일이지 하시던 엄니의 말씀이 요즘 새록 다시 떠오른다.
둘밖에 없으면서 엄살피우는 나는 이제야 엄니의 속마음을 조금,,, 정말 조금 헤아린다.
먼길.
여행길이 즐겁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두분이 내 엄니고 아버지라서 감사하다란 생각을 비내리는 오늘 문득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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