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는 아는데 머리로는 모르겠는,,,
아니 어쩌면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으로는 모르겠는지도 모르겠다.
이해한다.
충분히,,,
오늘 아침이었다.
어제 늦은밤 주말에 하지 못했던 욕실 청소를 했다.
세면대와 욕조 그리고 바닥까지 구석구석을 비눗물 풀어 닦아내고 밤새 잘 마르라고
욕실문을 열어놓았다.
타일의 선을 따라 누렇게 보이던 물때는 며칠동안 내 마음도 누렇게 흐려 놓았었다.
까짓 그것 닦는데 얼마나 걸리겠는가만 그러나 흐려진 마음으로 며칠을 살았다가 어제
그 물때 찌꺼기를 닦아내며 개운해진 마음으로 잠이 들었었다.
일찍 출근한 딸램,,, 그리고 욕실 바닥의 그 잔해들,,,
딸은 언제쯤 내 마음을 알아줄까?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도 아침욕을 한바탕 부어주었을테지,,,ㅋ
한숨을 내쉬며 샤워기로 머리카락을 흘려 모아 쓰레기통에 넣었다.
아침부터 머리끝까지 오른 내 부아와 함께,,,
화장을 마치고 자동차의 예약시동을 걸어두고 커피 한잔을 만드는데 밤새 컴퓨터와
진한 데이트를 한 아들이 부시시한 머리를 긁적이며 나온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더니 냉동실까지,,,
그러다 찾아낸 미숫가루 봉지 하나를 꺼내더니 하는말 " 엄마 이거 먹어도 되는건가?"
먹는것이니 냉장보관 했겠지 당연한걸 묻는 아들넘이 살짝 가라앉는 내 부아를 다시 돗군다.
싱크대를 뒤적거리다 찾아낸 쉐이크 통에 미숫가루를 넣으며 이만큼 넣음 되는건가 하고 묻는데
먹어보고 싱거우면 더 넣음 되지 네 입맛에 맞게,,,하고 쌀쌀하게 쏘아 붙였다.
아들은 신나게 쉐이크 통을 흔든다.
아무래도 뚜껑이 불안하다 그 쉐이크통은 가끔 뚜껑이 열릴때가 있는데,,,
정말 입을 열고 싶지 않았으나 뚜껑이 열릴수도 있으니 꼭 닫았나 확인해봐 온통 사방에 튀지않게~
아들은 뚜껑을 다시하번 꼭 누르고 또 흔들더니 한모금 마셔본다.
갸우뚱 거리는 폼새가 아무래도 제 기억의 미숫가루맛이 아닌듯,,,ㅋ
설탕을 넣었니? 하고 물으니 설탕 넣는거야? 다시 되뭇는다.
그리고 설탕을 넣고 다시 흔들고 맛보더니 그제야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지으며 제방으로 들어간다.
현역도 아닌 보충역 훈련을 아마도 곧 받으러 가야겠지.
군대를 보내고 싶었으나 어릴적 앓았던 지병으로 보충력 판정을 받은 아들은 지금 훈련소 입소를
기다리며 그야말로 아주 편한 백수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엔 그랬다.
남자란 어쩌면 평생을 일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이기에 지금 이 시간이 아들에겐 온전한 휴식의
시간이 되리라 생각했었다 일생동안 단 한번 가질수 있는 휴식.
그 휴식의 시간이 길어지니 밤낮이 바뀐 아들넘의 행태가 심하게 거슬렸다.
설겆이를 마치고 아침에 일어나 보면 싱크 한가득 쌓여있는 밤새 주방을 들락거린 아들의 흔적
퇴근후 피곤한 몸으로 집에 들어서면 또 보이는 싱크안의 풍경,,, 절로 한숨이 나왔다.
여러번 좋은말로 부탁을 했으나 흘리는 말이 되었을 뿐.
또 튀어나오는 잔소리를 혀를 깨물며 참고 출근을 했다.
십오분 밖에 걸리지 않는 출근길 온갖 망상이 머릿속을 온통 헤집고 다닌다.
난,,,
아이들과 친구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내 그런 다짐이 어쩌면 내 아이들이 최소한 지켜야 될 무엇도 지키지 못하는 버릇없는 경우없는
아이들로 만든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하늘이 내 마음처럼 흐릿하다.
무갑산 위로 솟아오른 태양은 연무속에 붉게 보였다.
밑둥이 잘려나간 질척한 논의 고인물위로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무의 그림자가 꼭 나 같았다.
어제 읽은 글에서 떠오르는 한 줄의 글이 떠오른다.
자식은 내가 지은 전생의 업을 받으러 온 존재이다 라는,,,ㅎ
난,,, 아마도 전생에 꽤 많은 죄를 짖고 살았는가 보다.
'오늘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선물로 만든 케잌비누 (0) | 2013.12.25 |
---|---|
송년회가 시작된걸 보니 올해도 다 갔구나,,,ㅎ (0) | 2013.12.15 |
삼백포기 김장을 해치우시고,,, (0) | 2013.11.25 |
[스크랩] 보물찾기 해볼까? (0) | 2013.11.18 |
홍천 나들이 (0) | 2013.11.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