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뭐든 참 맛있었는데,,,
나이 들어감에 점점 맛있다란 느낌은 별로 없고
그냥 살기위해 습관적으로 배를 채우는게 아닌가 싶다.
풍부해진 음식때문일까?
원하면 언제든 먹을수있기 때문일까?
요즘은 음식의 종류도 여간 많은게 아니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이름도 모르겠는 음식의 세계,,,
거기다 국적도 불분명한 퓨전음식까지
풍요속의 빈곤이란 말이 적절한게 요즘의 내가 느끼는 음식의 세계가 아닐까 싶다.
딸아이 휴가가 오늘부터 시작이다.
직장생활하는 딸은 아침은 먹지 않고 출근하고 점심 저녁 두끼를 밖에서 먹으니
한 식탁에 앉을때가 거의 없다.
그래서,,,오늘은 뭔가 맛있는것을 먹었으면 했다.
서두에 꺼낸 것처럼 예전엔 갈비도 맛났고 회도 참 좋아했는데
오늘 딸아이와 밥을 먹자 하고 나니 선뜻 당기는 음식이 없다.
둘이 골머리 앓다가 내린 결론,,,
비도 오시고 하니 나가지 말고 중국음식으로 시켜먹자 하였다.
짜장과 짬뽕 그리고 탕수육,,,
이렇게 주문을 하고 나서 편안히 배달된 음식을 먹었다.
흠,,, 맛이 참 별로다.
짬뽕은 그나마 매콤한 국물때문에 먹을만 했는데
짜장은 소스도 느끼하고 면도 살짝 불고
탕수육은 튀긴 고기에선 돼지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소스는 너무 달고 신맛이 강하고,,,
말 그대로 배를 채운단 느낌으로 식사를 했다.
가만 생각을 해봤다.
내게 지금도 기억에 남는 맛있는 식사가 언제였고 어떤 음식이었나?
어릴적 시골 고모님댁에서 언니가 끓여주던 된장찌게였다.
돌아가신 큰외숙모의 누룽지 역시 오늘은 참 그립게 떠 오른다.
남한강 강가에서 잡은 강조개와 호박 감자만이 들어갔던 된장찌게,,,
어쩌면 그리도 달큰하고 맛나던지 하루종일 개울에서 물장구 치고 놀아
등거죽에 붙은 내 배를 불룩하니 채워주고 마음까지 넉넉하게 채워줘
졸음 솔솔 오게 만들었던 언니의 그 솜씨~!
지금도 참 그립다.
가끔 언니의 된장찌게가 생각날땐 흉내를 내본다.
조개는 구할수없어 바지락이나 모시조개 넣고 내 그리움의 기억따라 끓여보지만
언니의 그 된장찌게는 절대로 흉내조차 낼수가 없다.
무뚝뚝하던 큰 외숙모의 누룽지,,
방학이면 외가에 가 사촌들과 놀았었다.
고모님댁은 거의 개울과 강에서 놀았지만 외가는 야트막 동산에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강동구 길동의 보훈병원 뒷산 넘어 그곳이 내 외가였다.
지금은 감북동이란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시절엔 가무나리 사래기 등등 시골스런 이름으로
불렸던 시절이었다.
외사촌 형제들과 동네 꼬맹이들 따라 보훈병원 뒷산을 뛰어다니며 놀았던 기억은 내게는
보물같은 추억이다.
산토끼도 몰아보고 사이렌(예전엔 사이렌이란 농약을 넣었던것으로 기억된다)넣은 콩을
주워먹고 죽은 꿩도 주으러 다니고 열두개인가 있던것으로 기억되는 방공호는 혹 귀신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맘 졸이며 탐방하고 손바닥만큼 큰 나뭇잎을 포개어 잔가지로 엮어 모자 만들어
쓰고 지게작대기 들고 전진하던 개구진 아이 당시 전우란 드라마가 엄청나게 인기였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야만 외갓집으로 돌아왔다.
산에서 내려오며 텃밭에서 오이와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어린 가지 뚝 분질러 아삭 달큰한 맛으로
우선 주린 배를 달랬다.
커다란 가마솥에 불 지펴 밥 지으시던 외숙모,,,
살가움이란 눈씻고 찾아도 없는 멋없던 그분은 그저 살폿 웃으시며 기다리라 하셨었다.
기다리는 동안 또랑에서 잡은 개구리 뒷다리를 쭈욱 벗겨 뽀얀 속살을 나뭇가지에 걸어 아궁이
곁불에 구워주던 사촌오빠는 얼마전 만났을때 반백의 할배가 되어 있었다.
김 뽀얗게 오르는 밥을 커다란 스텐주발에 식구 수 대로 퍼 놓으시고 누런 양은 양재기엔
남은밥을 퍼 베보자기로 덮어 놓으신 외숙모는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누룽지를 긁어
동그랗게 뭉쳐주셨다. 꼭 야구공 만하게,,,
바삭하니 얼마나 고소하던지,,,
외가 식구들은 눈길도 주지 않던데 난 왜 그 누룽지 뭉치가 지금까지 그리울까?
몇년전 암으로 돌아가실때 멀리 살았지만 시간을 내 몇번씩 찾아 뵌것은 어쩌면
누룽지 긁어주시던 무뚜뚝한 외숙모와 나만의 추억이 그리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무와도 눈맞춤 하지 않으셨던 외숙모.
무뚜뚝 막대기 같았던 외숙모.
당신의 자식들에게도 살갑지 않으셨던 큰 외숙모 이것이 모두가 다 아는 그분의 모습이다.
하지만 무뚜뚝 뒤의 그 다정함을 살풋 웃으시면 눈가가 이쁘다는것을 나는 보았다.
아주 어릴적부터 외숙모의 따뜻한 마음을 나만이 보았던게 아닐까,,,
그분의 귓가에 소근소근 작은 목소리로 말씀 드렸었다.
" 외숙모의 누룽지가 너무 맛있었어요. 어서 일어나셔요. 감사했어요. " 라고
중국음식 배달시켜 먹으며 추억속으로 덧없는 여행을 떠난 오늘이었다.
빗님 너무 오셔서 곳곳이 시름이라던데 난 하염없이 추억여행을 떠난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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