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고등학교 다닐 무렵이었다.
신랑이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열도 높고 기침에 콧물에,,,, 꼭 요즘 유행하는 감기와 같았다.
출근도 못하고 삼일을 꼬박 앓아 누운 신랑을 병원에 데려가고 입맛이 없다하니 이런 저런 죽을 쑤워 먹이고
그도 싫다 할땐 누룽지를 눌려 끓여 먹이기도 했었다. 열이란게 원래 밤에 더 오르는지라 밤새 옆에서 물수건
다시 갈아주며 곁에서 간호를 했었다.
며칠간 호되게 앓고 난 신랑이 출근을 할 정도로 회복하자 내가 으슬으슬 춥고 아프기 시작했다.
온 몸의 마디마디가 다 끊어질듯 아프고 목은 잔뜩 부어 물도 넘기기 힘들었다.
하지만 주부는 아파도 편하게 쉴수 없는,,,,ㅋ
아이들 겨우 밥차려 먹이고 학교에 가고 나면 그때부터 정신없이 앓았다. 저녁은 중국음식으로 배달을 해
먹이는데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야말로 화장실 가기도 힘들 정도로 아팠었다.
그렇게 이틀쯤 앓았을때 저녁 퇴근해 온 신랑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왜 병원에 안가냐?
왜 밥을 챙겨먹지 않느냐?
이게 짜증의 이유였다.
물론 나도 병원에 가야 한다는것 밥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것을 알고는 있으나 한걸음 옮기기가 정말 끔찍하게
아픈데 병원까지 어찌 걸어 간다는 말인가. 그리고 애들 밥도 제대로 챙겨 먹이지 못하는것도 속상한데 잔뜩
부은 목으로 물조차 넘기기 힘든데 어쩌란 말인가,,, 속으로 가득 찬 말을 내뱉지 못하고 눈물만 왈칵 쏟아져
나왔었다. 아프면 서럽다더니,,,
많이 서운한 마음을 표현한다고 베개를 들고 딸램의 방으로 가서 누웠다.
딸램은 차가운 집안 공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를 보며 제 동생을 챙겨주는 것으로 나를 쉬게
해주는 배려를 했다. 신랑에게 서운한 마음이 딸아이의 그 따뜻한 배려에 스르르 풀리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또 이틀이 지난 후 퇴근해 들어오는 신랑의 손엔 마트에서 파는 각종 죽이 종류별로 들려 있었다.
딸 방을 노크하길래 벽쪽으로 돌아 누워 아는체도 않했는데 괜찮냐? 죽이라도 좀 먹으라 하며 들어선다.
그리고 하는말,,,
넌 좋겠다?
애들이 다 네 편이라서,,,?
무슨 소린가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니 비죽 웃으며 편지 한장을 내민다.
그 편지는 딸아이가 제 아빠한테 쓴 편지였다.
엄마는 아빠 병간호 하느라 무리해서 감기가 옮은것 아니냐 며칠동안 잠도 못 주무시며 아빠 물수건에
죽이니 스프니 먹을것 준비하고 우리까지 뒷바라지 하다 병이 들었는데 아빠는 어떻게 그런 엄마한테 화만
내시느냐 이번에는 아빠가 잘못하셨다. 엄마한테 사과 하시라,,,, 라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 편지를 보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단다.
내게도 아이들 에게도,,,
오늘 희철이가 그동안 호되게 앓은 감기가 떨어졌다는 글을 남긴걸 보았다.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준 와이프가 대신 시름 아프단 이야길 듣고 오래전 내 경험이 번득 떠올랐다.
희철이는 아들만 둘이니,,,ㅋ
야단칠 딸램은 없겠지만~~~ 그래도 병간호 하다 병이 든 아내를 이번엔 희철이가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해 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여자들은 작은일로 서운하고 그 서운함이 아주 오래 간다.
대신 또 작은일로 감동받고 그 감동 또한 오래가니 이럴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길,,,ㅎㅎ
참 많이 추울거라 예보했던 올 겨울은 생각보다 그리 춥지는 않은것 같다.
그러나 부쩍 감기라는 불청객의 방문을 받는 그런 겨울인듯 느껴진다.
중년의 나이라 면역력도 떨어지고 공기도 워낙 나빠지는 계절이 겨울이라 더 그렇겠지만 이럴때 더더욱
건강에 주의를 할 필요가 있는듯 싶다.
* 딸아이에게 다시한번 감사를,,,
엄마에게 딸은 참 보물인듯 살며 더 많이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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