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송송 썰어넣고 콩나물과 두부한모 멸치 한주먹 넣은 김칫국.
돼지고기 썰어넣고 잘익은 김치와 두부한모 보글보글 김치찌게.
오징어 한마리 채썰고 김치 송송 썰어 푸짐하게 부친 김치전.
또 뭐가 있을까?
김치로 겨울동안 맛나게 해먹을 갖가지 음식들이 주르륵 떠 오른다.
일을 시작하기전 전업주부이던 오랜세월동안 난 늘 십일월 이십일경 김장을 했다.
스무포기 정도를 김장이라 하긴 예전 우리 부모님의 눈으로 보면 우습겠지만
어리던 새댁때부터 혼자손으로 장보고 다듬고 씻고 절이고 김장을 담궜었다.
시댁과 내 친정의 입맛은 다행히 비슷하게 소금김치?라 부르는 담백한 김치를 좋아해서
신랑의 입맛에 맛게 마늘만 듬뿍 넣고 담그면 이듬해 늦봄까지 아주 요긴한 식재료가 되었다.
그렇게 스무해쯤 김장을 담그다 일을 시작하고 처음엔 친정에서 가져다 먹다가 죄송하기도 하고
늘 투덜대는 신랑의 입맛이 얄미워? 그냥 사서 먹기 시작한게 또 십년쯤 되어가고 있었다.
올해는 여유가 있어 김치를 두어번 담궜더니 신랑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지라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해서 김장을 담그자 마음먹고 하나씩 준비를 했다.
미리 새우젓도 사두고 고춧가루도 장만하고 드디어 배추를 스무포기 들여놓던날 신랑과 아들은
그 양에 깜짝 놀란다. 하긴 늘 일에 바쁘던 신랑은 그전까지 김장을 도와줘 본적이 없고 먹기만
좋아했으니 얼만큼을 담그는게 김장인지 대충 짐작도 못했을터 그리고 아들은 어릴때라 몰랐을터
배달온 배추와 무우등을 들여놓으며 그 양에 놀란다.
옛날 우리 어릴적 하던 한접, 두접하던 김장을 봤다면 아마도 기함을 했을테지,,,ㅋ
배추를 다듬어 쪼개고 욕실의 욕조에 절임을 하는걸 아들이 도와줬다.
허리가 아프다고 칭얼대면서도 끝까지 도와주며 엄마가 김장을 한다기에 이렇게 엄청나게 할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이야길 하는데 엄마 어릴적엔 이것의 다섯배 열배씩 김장을 담궜다고 말하니
완전 큰일이었겠다며 그것을 봄까지 다 먹었냐 묻는다.
그러고 보니 내 친정만 하더라도 늘 백포기에서 이백포기쯤 김장을 담궜는데 그것을 다 먹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남매에 부모님과 늘 객식구가 끊이지 않던 우리집엔 아마 그정도의 양도
많은것은 아니었던 기억이 난다. 연탄불 아궁이에 늘 끓던 잡뼈를 달이던 커다란 들통이 떠오른다.
특별한 반찬이 필요치 않던 국에 대파 썰어놓은 커다란 뚝배기와 한끼에 한두포기씩 썰어져 내오던
배추김치가 내 기억에 제일 자주 등장하던 밥상이었다.
살코기보다 허연 돼기비계와 털 숭숭달린 껍대기까지 둥둥 떠 있떤 벌건 김치찌개도 단골메뉴였다.
숫가락으로 껍대기와 비계를 이리저리 밀어내고 떠먹었던 국물맛은 정말 끝내줬는데,,,ㅎ
하룻저녁 배추를 절이고 아침 배추를 씻고나니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다.
에고~를 연방 외치며 무우를 갈고 배와사과와 양파도 갈아 준비하고 찹쌀풀을 쑤어 고춧가루 미리
불려놓고 갓과 미나리 파까지 쫑쫑 썰어넣고 속을 준비하고 나니 벌써 열두시가 넘는다.
대충 아침겸 점심을 먹고 버무리기를 시작하니 마침 쉬는날인 딸아이가 일어나 거들어준다.
김장을 마치고 거실과 주방을 두번 걸래질을 하고 욕실까지 청소를 하고 나니 밤 열두시다.
어이구,,, 신음이 절로 나오는데 조금 서럽단 생각이 들었다.
하도 겁없이 일을 해치우는 나였는지라 스무포기 김장쯤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었다가 완전
녹초가 되었다. 그러며 든 생각이 나역시 이젠 한창때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서러웠다.
속이 매울텐데도 맛나다며 자꾸 집어먹는 아이들을 보며 이번 김장을 하기로 한것이 참 잘한 생각
이지 싶다가도 내년 또 이렇게 해내야 한다면 이젠 혼자가 아닌 지인들의 손을 빌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겨울동안 내내 우리집 식탁에 오늘 여러가지 김치를 응용할 음식들이 떠오르는걸 보니
모처럼 제대로 주부, 엄마의 자리가 흐믓하다.
일,,, 다 때려치우고 걍 엄마, 주부만 할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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