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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온통 풀밭인 저녁식탁

by 동숙 2011.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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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가 되어서 늘 뭔가 미진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는 의, 식, 주

 

늘 아침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니 썰렁한 집안에 혼자 들어와 불켜는 아들애의 쓸쓸함

먹는것 워낙 좋아하는데 예전처럼 이것저것 만들어 주지 못하고 대충 때우는 데도 허겁 먹는

아들애의 등판을 바라보며 또 미안함이 솟구칩니다.

교복이라도 반듯하게 다려 입히고 떨어진 단추라도 꿰메줘야 하는데 얼마전 아침에 주머니

튿어진 교복바지를 꿰멘다며 반짓고리를 여는 아들애,,, 예전 같으면 꿰메줘 했을텐데,,,

아들애는 소파에 앉아있는 엄마를 바라보며 바지 주머니가 좀 튿어졌어 하며 실바늘을 가지고

제 방으로 들어갑니다.  맘 한켠에 스산하니 바람이 붑니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이런날은 왜 더 마음이 움츠러 들고 춥게 느껴질까요.

온도가 좀 높은데도 보일러를 돌렸습니다.

구석구석 청소기 돌리고 아픈 팔이지만 손걸레질도 했습니다.

그리고 식사준비를 했답니다.

 

고기 생선은 올리지 못한 저녁상이 되었네요.

풀밭같은 식탁이었지만 그래도 제 맘이 더해져 아들애는 입 크게 벌리고 맘껏 양껏 먹어줍니다.

그 모습이 또 그렇게 이쁠수가 없습니다.

고마울수가 없습니다.

 

틈날때마다 회사 뒷산이든 집 뒷산이든 눈이 마주치는 산엘 올라 조금씩 산나물을 해 와서

냉장고에 보관했었습니다.  오늘 그 산나물들을 모두 꺼내 다듬고 씻고 데치고 무치고,,,,

어릴때부터 늘 산나물을 접해선지 우리 아이들은 진한 향이 있는 나물들도 잘 먹습니다.

신랑이야 원래 제천 첩첩산중에 자리한 고장에서 자라 푸성귀 엄청 좋아하지만 아이들은 요즘

아이들 답지 않은 식성이랍니다.

 

 고추나무라 부르는 나무의 새싹이랍니다.

꼭 고춧잎처럼 생겨 그리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저분저분 맛도 좋은 산나물이지요.

살짝 데쳐내 집간장 넣고 파마늘 넣고 조물 무치다 들기름과 참깨만 넣음 되는데,,,

비교적 쉬운 요리법이지만 씹히는 식감이나 맛이 아주 좋답니다.

 

 

 

 방가지똥의 잎  씀바귀잎,,,

저는 이곳으로 이사와서 제일 좋은게 이런 자연의 성찬을 즐길수있다는게 아닐가 싶네요.

예전 같으면 상추쌈으로 먹엇을텐데 요샌 상추에 이런 생잎들을 함께 쌈을 싸 먹으면 쌉싸름하니

참 맛있답니다.  특히,,, 입맛없은 이 봄철엔,,,

 

 

 

 

두릅도 조금 따왔답니다.

끓는물에 소금넣고 데쳐내 찬물로 휑궜답니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향취가 아주 그만이지요.

신랑이 제일 좋아하는 산채이지요.

 

 

 

 

된장찌게를 달래넣고 끓이고 김치랑 연근조림이랑 젖갈 한가지 내놓으려 했는데 뭔가 조금 섭섭했답니다.

짠지무 하나 꺼내 반은 이렇게 물에 담궜답니다.

짭조름 개운한 짠지무가 입안을 깨끗하게 해주네요.

 

살짝 멋부려 보았네요.

모처럼 디카 들이미는 순간이라,,,ㅎ

쑥버무리 하려 손질해 놓은것 중 작은 쑥잎을 넣고 며칠전 이쁘다 올렸던 청사랑초 하얀꽃도 두송이 꺽어

올려봤네요 어쩐지 훨씬 맛이 좋을듯,,,,ㅎㅎㅎ

 

 

 

 

짠지무 채썰어 베보자기에 꼭 짜서 꼬들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은 무침입니다.

파마늘 넣고 고춧가루 넣고 개인적으론 요기까지 하면 좋은데 애들때문에 들기름 조금 참깨 조금 뿌렷답니다.   그리고 으아리 싹 초록으로 올리고 꽃기린 꽃도 한송이 꺽어 올렸네요.

 

이러니 참 괜찮은 느낌?

이렇게 저녁을 먹었답니다.

늦게 퇴근해 돌아올 딸아일 위해선 그애가 제일 좋아하는 봄철에만 먹을수있는 간식거리를 준비한답니다.

쑥 버무리,,,ㅎㅎ

첨 이걸 만들어 줬을때 딸아이는 눈 동그랗게 뜨고 이게 뭐야 하는 표정이었답니다.

맛보고 나선 고개를 끄덕이던 그 모습이 눈에 삼삼 떠오릅니다.

그 표정이 보고파 얼마전 회사 뒷산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쑥을 뜯어놨지요.

오늘은 참 좋아하겠네요,,,^^

 

 

 

 

반찬에 고기가 생선이 하나도 없네요.

풀밭이군 하겠지요?

 

그렇지만 엄마의 요즘 미안했던 마음이 정성으로 바뀌어 양념으로 들어갔으니

우리 가족들 볼살이 조금 통통해진 저녁식사가 되엇네요.

 

가끔,,, 바람이 이렇게 심하게 불면 마음이 심란하니 그렇답니다.

비 내리시면 살짝 업되는 마음때문에 일손이 잡히질 않는데

바람이 불땐 심란한 마음이 싫어 뭔가 몰두할 일거리를 찾습니다.

 

심란한 마음이 싫어서,,,

따뜻함이 그리워서,,,

포근한 집을 만들어 내 새끼들을 품어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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