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신랑이 예상치 못했던 회식으로
새벽에 들어왔다.
그 늦은 시간 갑자기 잡채 이야기를 한다.
어릴적 생일때면 어머님이 잡채를 꼭 해주셨단다.
다른 음식보다도 잡채만 많이 해주면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단다.
어려운 시절 육남매 키우시던 시부모님
첫째도 아닌 네번째 자식인 울 신랑 생일까지 챙겨주셨다니
자식들 사랑하시는 그 마음이 그 시절로 볼땐 엄청나게
크신 분들이셨다.
아들로는 막내인 우리신랑
갑자기 잡채 생각이 났는지 잘시간이 훨씬 넘었는데도
어린시절 이야기를 한다. 그때는 지금처럼 고명도 많이 넣지못했다고
그런데도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다고....
커다란 양은 다라이에 잔뜩 해놓은 잡채를 다 먹었었다고...
어제는 우리동네 장날이었다.
전날밤 신랑이야기가 머릿속에 남아 오후에
애들과 함께 장엘 다녀왔다.
어지간한 재료는 집에 다 있어서
섬초 시금치와 당면을 사왔다.
조금 이르게 부지런히 잡채를 만들기 시작했다.
양파랑 당근을 채썰어 볶아놓고
시금치를 데쳐서 밑간을 해놓고
돼지고기도 채썰어 양념을 해놓고
석이버섯을 불려 손질해서 볶아놓고
당면을 십인분짜리로 사왔기에
넉넉히 물을 끓였서 삶았다.
모든 재료를 넣고 뜨겁기에 면장갑에 비닐장갑 덧끼고
고소한 깨소금 넣고 간장이랑 버무리기 시작했다.
울아들 또 참견하러 온다.
" 엄마 조금 싱거워~ 근데 고기가 죽이네~"
" 엄마 이 시금치는 다른때랑 다르게 더 고소해~"
" 엄마 근데 버섯이 좀 뻣뻣해~"
" 엄마 버섯이 다른땐 부르러웠는데 아무래도 이상해~"
숨돌릴새 없이 엄마를 부른다.
" 조용히 안해? 침 다 튀고 난리네... 저리가~"
" 해주는데로 먹어~ "
" 누가 너 먹으래? 아빠만 먹으라고 하는거니까 잔소리 하지마~"
옆에서 티비 보던 딸래미 하는말이
" 또 시작이다~ 에효 닭살~~"
결국 아들 머리에 꿀밤하나 주고 둘다 째리봤다.
입 댓발은 빼물고 소파로 가는 아들놈... 또 삐진듯...ㅋㅋ
정신없는 가운데 그래도 완성이 되었다.
접시에 담아 젓가락과 식혜랑 가져다 주고 간좀 보라고 하니
그제야 슬그머니 표정이 풀린다.
딸래미는 아주 맛있다고 한접시 다 먹는데
아들넘 하는말은 끝까지...
" 아무래도 내 입맛엔 싱거운데..."
다시 째리보는 내 눈길을 느꼈는지 그냥 씩 웃는다.
어제는 다른때보다는 조금 일찍 들어온 신랑.
잡채를 보더니 활짝 웃는다.
밥 한공기와 잡채 두접시를 해치우곤
배가 너무 불러 움직이지도 못하겠다고 한다.
아이들 다 자러가고 오붓하게 둘만이 남은시간
커피 두잔을 타가지고 티비앞에 앉았다.
공교육의 부재와 강남 교육 열풍에 대한 방송을 보며
" 아~배도 부르고 참 편하다...."
한마디 한다.
이게 우리신랑의 고마움 표시다.
방송에서 한달에 팔십만원이 넘는 사립초등학교가 나오고
초등학교 아이가 하루 다니는 학원이 서너개...많게는 다섯 여섯도
된단다....한달 평균 사교육 비용이 백오십에서 삼백까지도 한단다.
강남 아이들 대부분이 그렇단다.
애들이 하는말이 학교갔다가 하루종일 학원 돌아서 집에 간다고 한다.
늦은밤 초등학생들이 거리에 다니는게 대게 그렇단다.
사교육 이라곤 영어 한가지 시키는 우리부부
할말을 잃었다... 영어도 무슨 학원이나 과외도 아닌
학습지 영어인데... 우리 너무 손놓고 있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었다. 몇년째 다니던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를 올 초에 아이와 상의하며 다 끊었었는데...
그냥 영어만 하나 남기고 실컷 놀아라 했었던 우리부부가
너무 천하태평은 아닌가 생각되었다...아주 잠시만...
처음 이곳으로 이사올때 했던 결심들...
아이들 공부에 시달리지 않게 하고
산으로 들로 개울로 쏘다니는 어릴적 추억
가질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키우자던 약속.
부모 욕심으로 애들 멍들이지 말고 키우자던 약속.
그 약속들이 다시 생각났다.
잠시 흔들린 생각을 접으며
" 애들이 이담에 우리 마음을 알아줄까? "
" 우리애들 지금 행복할까? "
아마도 그럴것이다. 아이들 답게 크는것 같다.
요즘 벌 받느라 일주일넘게 컴퓨터 부팅조차 못하게 하는데
오늘도 아침에 학교에 가며 오늘은 풀어줄꺼야? 하고 물었다.
내일이면 긴 겨울 방학이 시작된다.
올해가 초등학생으론 마지막 방학이 되는건데...
겨울방학을 이용해서 추억쌓기를 많이 해줘야겠다.
내년부터는 중학생이니 아무래도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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