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청소기를 밀고 걸레질을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냉동실에서 소고기를 내어놓고
미역을 물에 담그고 자잘한 멸치를 달달 볶아 반찬통에 담고 햄소시지를 계란을
풀어 부쳐놓았다. 그리고 바쓰볼 두개를 욕조에 풀어 촉촉히 땀이 흐를정도로
담그고 앉아 있었다. 한가롭게,,,
피곤하다 늘 입에 달고 살았는데 어제 그 독한 감기약에 오늘 오후까지 죽은듯
잠이 들었었다. 자다가 깨어 화장실 다녀오고 또다시 스르르 잠에 빠져들고
그렇게 몸살감기를 떨궈냈다.
통 입맛이 없어서 해놓은 국과 반찬은 한쪽으로 밀어놓고 아들과 둘이 자장면을
시켜 저녁을 먹었다. 늦은 퇴근을 한 딸아이는 새로 해놓은 반찬과 밥을 퍼서
늦은 저녁을 먹는다. 저렇게 늦게 밥을 먹으면 살이 찔텐데,,, 하는 마음이 들며
한쪽으론 그래도 오랜만에 집에서 밥을 먹는 딸아이가 안스러워 보였다.
쌍화탕 하나 데워서 남은 감기약을 먹었는데 어젠 그렇게 주체를 못하게 쏟아지던
잠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열두시가 가까운 이시간 잠을 이루지 못하겠다. 너무 깊게
많이 잤는가보다 어제,,,
그리 즐기진 않지만 딸아이가 즐겨보는 티비 드라마를 같이 앉아서 봤다.
엔딩으로 나오던 노래의 한 소절이 귓가에 내내 맴돈다.
사랑해요,,, 내내,,,기다려요,,,내내,,,
사랑은 무엇일까?
기다리면 찾아오는걸까?
그리움은 또 무엇일까?
아이에게 사랑이 뭐니? 하고 물으니 그냥 배시시 웃는다.
늙은 엄마의 사랑타령이 우스운가 하는 작은 원망이 들었다.
이 늙은 엄마도 한때 사랑이란걸 했었고 바랐었는데,,, 지금도 사랑하길 사무치게
원하는데 나또한 딸아이 나이적엔 내 엄마의 사랑이 낯설어 보였을까?
태어나며 아줌마는 아니었는데 어느덧 난 아줌마가 되었고 아이들 눈엔 태어날때
그때부터 아줌마였을것이다. 그렇게 보이는거 어쩌면 당연할지도,,,
엄마도 가슴속에 서걱거리는 바람이 불기도 한단다.
엄마도 눈물 고이는 사랑을 하고 싶단다.
엄마도 아직은 여자이고 싶단다,,,,라고 속엣말을 했다.
아직은 여자이고 싶은 엄마이란다,,,,라고
이십년이 넘은 결혼생활 여자에서 어느덧 엄마와 아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리 그악스럽게 산것 같지는 않은데,,, 가끔 어린 친구들에게서 아줌마도 그걸 알아요?
라거나 혹은 어머 그것 하실줄 알아요? 란 감탄섞인 이야길 들으며 으쓱하며 또 한편
쓸쓸한 느낌이 든다. 다행히 틈틈히 보아온 책들과 인터넷 검색 덕분에 아주 늙은
노쇄한 아줌마 축엔 끼이지 않지만 그래도 고리타분한 중년인가 하는 느낌에 가끔
나조차 싫어진다.
깨어있고자 애를 썼었다.
내가 보아온 그 중년이 되진 말자고 다짐하며 늘 깨어있고자 애를 썼었는데,,,
그저 애씀으로 끝나는것 같아서 씁쓸하다.
난 깨어있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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