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요일은 좀 쉬이 갈 수 있는 길을 걷자 생각했다.
어쩐지 피곤하고 지친 요즘이기에 말 그대로 힐링을 할 시간을 갖자 생각하고
토요일 아침 일곱시에 인제로 출발했다.
그날 아침은 참 이상하게도 맞춰놓은 알람보다 한 시간을 일찍 눈이 떠졌다. 다시 잠들기도 애매하고 잠시
소파에 기대어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다가 등에 담이 걸려 애를 먹었는데 씻고
배낭 싸고 하는 준비시간 동안 별다른 이상이 없기에 출발을 하였다가 인제 다 도착해서 갑자기 숨이 탁 막히며
굉장한 통증이 찾아와 꼼짝을 못 하게 되었었다.
친구는 그냥 돌아가자고 하는데 먼길을 달려온 거라 인제읍내의 약국을 찾아보자 말하고 이른 시간 문 연 약국이
있을까 시내를 돌아보다 찾아 들어간 약국에서 약을 사먹고 등에 파스도 붙여달라 부탁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약사님은 요즘 코로나 확진자가 급작 늘어났으니 마스크를 꼭 쓰고 사람 많은 장소는 찾지 말라고 당부를
하셨다 음식점도 다른곳을 이용하는 게 좋다는 조언도 해주셔서 무척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약을 먹었으니 시작한 둘레길을 걷자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씩씩하게 시작을 했다.
살짝 마치 술한잔 거하게 걸친 듯 어지럼증이 몰려왔으나 물안개 아늑한 시골길을 걷는 그 황홀함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1코스를 걷다가 정 여의치 않으면 소류정에서 택시를 불러 타고 돌아오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나아지는 컨디션으로 결국 1코스를 지나 3코스로 원점회귀를 했다는~~ㅎ
참전유공자기념탑비가 있는 이곳 광장에 차를 세웠다.
이른 시간때문인지 아니면 코로나 때문인지 주차장엔 차가 별로 없어 한가했었다.
계단을 내려서는 저 아래 광장엔 한때 시끌했던 마릴린 먼로의 동상이 서 있었으나 그곳은 돌아오며 살펴보기로,,,,
소양강 둘레길 시작점이라는 표지판을 지나 사구미교로 들어서며 바라보게 되는 살구미 마을
다리 위에서 인제 시내 쪽을 바라보기도 하고 반대편 굽이도는 소양강과 멋진 아미산 줄기를 바라보기도 하며
힘찬 설레임의 시작이다.
살구미마을의 길가에 묶여있던 댕댕이들은 열심히 짖으며 제 소임을 하고 있다.
자잘한 산밤을 내다 말리는 평상도 있고 붉은 수수를 매달은 나뭇가지도 보이는 정겨운 길을 걸었다.
수확하지 않은 오가피 열매가 달린 오가피나무도 보며 어쩐지 내 마음도 풍족해지는 느낌이라니,,,,
드디어 시작하는 산길의 입구엔 컨테이너에 묶인 쪼그만 댕댕이가 짖다 말다 하더라.
그리고 작은 주차장엔 하얀 차 한대만이 서있는 한적한 시작 길이었다.
적당한 오름과 내림 그리고 휘돌아 가는 길은 참 정겹다.
아직 아침 햇살이 퍼지기 전이었고 이쪽은 북향이라 더 그런지 어두침침한 숲길이 었다.
그런 길을 어느 정도 걸어가니 멀리 표지판이 보이더라는,,,
춘향 터란다.
뜬금없이 인제 땅에 춘향 터라니,,,ㅎ
안내문을 읽어보니 춘향이 같은 마음으로 그네를 뛰던 장소였다라는 설명이었는데 이곳은 삼거리이다.
직진하여 강을 끼고 가는 길과 왼쪽으로 난 산 쪽으로의 길을 만나며 당연히 직진 길을 선택했는데 언덕을 넘어 조금
걷다 보니 길이 없어지고 쓰러진 나무와 정신없이 어질러진 나뭇가지들이 엉망이었다.
그 유명한 소양강 둘레길을 너무 관리하지 않았구나 하며 잠깐 인제군을 원망했었는데 아무래도 이상해 멈춰 트랭글
도를 살펴보니 이쪽이 길이 아니었고 춘향 터에서 만났던 왼쪽 길이 길이었다.
아마도 우리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이쯤 걸어왔다가 돌아가는 듯 딱 이곳까지 길이 선명히 나 있는 것을 보니 인제군은
춘향 터에 확실하게 이정표를 달아주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길을 찾아 걷다가 만나게 된 동네 어르신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바깥이라는 간판을 단 장소는 음식점도 카페도 아닌 개인 사유지인데 그분은 꽃피는 춘삼월쯤 이곳으로 들어와
한 계절 잘 보내시고 가을이 깊어지면 다시 도시로 나가시는데 계시는 동안 길손들과 함께 술을 나누는 게 일상이라고
그래서 바깥 더불어 술 학교라는 간판까지 내어 걸으셨다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저 어르신은 바깥과 붙어있는 토지를 소유하고 계시는데 당신의 땅 가운데로 소양강 둘레길이 나 있다고 하신다.
봄에 오면 길 양편의 복사꽃이 아주 아름다우니 봄에 놀러 오라고 당부를 하셔서 꼭 그러마 약속을 했다.
내년 복사꽃이 필 때 삼겹살과 막걸리 사들고 찾아올 장소가 생겼다~ㅎ
어르신과 헤어져 조금 걷다 보니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났다.
저런 집 한 채 사서 수리하며 들꽃도 심고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은 간절함을 나는 언제쯤 이룰 수 있을까?
성황당을 지나며 작은 개울을 건너서도 살짝 헛갈리는~
우린 잘 정비된 길로 들어서니 저렇게 멋진 구절초가 비록 시들기는 했지만 반겨주는 집 뜨락으로 들어가게 되어
그 댁의 주인장께서 친절히 다시 길로 접어드는 도움을 주셨다.
이 댁이 바로 입구 주차장에 서 있던 하얀 차의 주인 가끔 내려오셔서 지내신다는데 서글한 웃음이 참 인상적인 분으로
기억된다.
강을 따라 구비구비 오르고 내리는 길을 따라 걷다가 눈을 옆으로 돌리면 저렇게 멋진 소양강이 보인다.
유난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가 많았고 멋들어진 그 자태에 자꾸 눈길이 가더라는,,,
그렇게 한참을 걸으니 작은 데크에 도착했다.
1코스는 이곳에서 둘로 나눠진다.
하늘길 그리고 내린 길 하늘길은 칠공 주터가 있다는 산으로 올라 세류 정으로 가는 길이고 내린 길은 지금처럼 강을 따라
가는 길인데 시간차가 꽤 나기에 우리는 내린 길을 선택해 소류정으로 향했다.
비슷한 길을 따라 계속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멀리 아까 만났던 어르신의 땅에 자작나무가 하얗게 보이더라는~
군축교가 보이면서 길은 급하게 비탈이 되고 데크로 바뀌더라는,,,
아슬하게 강으로 내어진 데크길도 있고 가파른 계단의 데크도 있었다.
하늘길과 내린 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쉼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강가로 내려가 모래밭을 걸어 소류정으로 향했다.
그렇게 소류정에 도착하고 돌담에 핀 국화도 바라보고~~
그런데 소류정은 우습게도 정자가 아닌 음식점 이름이었다.
당연히 소양강을 조망하는 멋진 정자가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나만은 아니겠지?
3코스로 접어드니 이쪽은 관리가 안된 표가 확실하게 나더라는~~
입구부터 어지럽더니 길은 떨어진 낙엽으로 미끄럽고 가팔라서 발밑을 신경 쓰며 걸어야 했다.
친구가 서있던 저 자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지쳐서일까?
길이 이쪽이 좀 더 험해서일까?
풍경을 보고 감탄하기보다 길을 걷는데 신경을 더 쓰고 걷게 되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물이 마른 병풍폭포 바위를 지나게 되었으나 물이 없다 보니 그다지 감흥이 일지 않더라는,,,
강가로 내려왔다.
새로운 풍경이 보이니 정신이 번쩍 나더라는,,,,ㅎ
이곳의 강가엔 유난 고운 모래가 보이는데 건너편의 강가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시 데크로 올라와 걷다가 마주친 커플~
오늘 이곳 소양강 둘레길을 걸으며 마주친 사람은 모두 여섯~
시작해서 얼마 안돼 만났던 어르신과 길을 알려주신 주민 그리고 3코스 중간쯤에서 만났던 커플과 지금 이 커플
그런데 탐방객 두 커플 모두 내 아이들 또래의 젊은이였다.
젊은이들이 휴일에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은 무척 인상적으로 보였다. 요즘은 대게 5~60대들이 트래킹을 하던데
간혹 산에서 마주치는 젊은이들도 그렇게 대견하고 멋져 보일 수없더라는~ㅎㅎ
오전 건너편에서 바라보며 멋지다 탄성을 질렀던 그곳은 용소였다.
용바위 쉼터 용소 우리 자연에선 낯익은 이름이 아닌가~ㅎㅎ
조림리 마을을 지나면서도 길이 둘로 나눠지더라는,,,,
산 위로 가는 길과 강을 따라가는 길로 나눠지는데 당연히 강길을 선택해 걷다가 낭패를 봤다.
아마도 여름 태풍을 겪으며 길은 훼손이 되었던 듯한데 아직 보수가 되어있지 않았다.
데크는 구멍이 나서 나처럼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등골이 서늘할 테고 데크가 아닌 비탈길은 아예 무너져
길이 없어져 고생을 했다.
유명한 둘레길인데 이모양이다 이런 상태였다면 입구에 길의 이런 사정을 알리고 우회 코스를 알려줬어야 한다
등등 투덜이며 걷다 보니 날머리쯤 되는 장소에 금줄이 걸려있었다.
아마도 길의 위험성은 인제군도 인지를 하고 있었는 듯한데 그곳을 들머리로 삼는 탐방객은 금줄을 보겠지만
우리처럼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들은 모르고 들어서게 되니 반대편에도 금줄을 매 주던지 설명을 해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걸어 아침에 지나며 이따 보자 했던 마릴린 먼로의 동상을 둘러보고 다시 위령탑 원점으로 회귀를 했다.
요사이 걷게 되면 꽤 긴 거리를 걷게 되는데 역시 조금은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지무지 힘들었다는 이야기~~ㅎ
7~8km 정도가 좋지 않을까 늘 생각은 하는데 시작을 하면 끝을 보게 되는 우리도 문제이지 싶다.
이번처럼 이렇게 긴 코스는 말고 한 코스쯤은 봄이든 겨울이든 다시 찾아와도 좋을 멋진 둘레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년 봄 복사꽃 아름다운 길을 다시 한번 걸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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