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22일) 아침 여섯 시에 출발했다.
오래전 백담사에 다녀오며 그 위쪽이 궁금했는데 정보를 살펴보니 영시암을 거쳐 오세암을 가보는 것도 꽤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도를 했는데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설악은 엄벙덤벙 갈 곳이 아니고 정보를 미리 수집하고 분석해
최고의 컨디션으로 들어야 한다는 뼈아픈 그러나 뿌듯하고 운 좋았던 추억이 남은 장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새벽 문여는 김밥집에서 김밥 네 줄을 사고 음료와 간식을 준비했는데 여느 때와 달리 물 종류를 넉넉하게 준비를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굉장히 도움이 될 줄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고 할까? 아무튼 인제를 지나는데 주변 산에 걸친 멋진
운무가 마냥 설레게 하는 아침이었다.
어제까지 날이 연일 흐리고 안개비도 뿌려대서 마치 장마철 같은 뭔가 찌뿌둥함을 인제에 들어서며 싹 날려주던 날씨
였었다.
백담사 주차장에 도착해 8시 버스를 타고 백담사로 출발을 했다.
먼저 탄 산객이 기사님께 왜 정각8시에 출발을 하지 않냐고 구시렁 대기도 했으나 기사님은 차에 인원이 다 차야만
출발한다며 5분정도 늦게 출발을 했었다. 그렇게 도착한 백담사는 혹 내려올 때 시간 여유가 되면 둘러볼 요량으로
지나치기도 했지만 예전 보았기에 별 미련 없이 바로 영시암으로 출발을 했다.
촉촉한 숲속길 양편엔 지금 이 애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달콤한 향기를 풍기던 고추나무의 하얀 꽃이 지난밤 내렸던 비를 머금고 피어나 있다.
영시암 가는 숲길은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 있었다.
내 예상보다 계절은 훌쩍 앞서 가서인지 올해는 더 일찍 찾아온 녹음의 숲 결국 어느 정도 걷다가 겉옷을 벗어 배낭에
묶었을 정도로 더웠다.
그래도 오르는 내내 함께하는 계곡의 물소리와 담아오고 싶을 정도로 맑았던 공기가 마음과 몸을 상쾌하게 해 주었다.
ㅈ
멋진 내설악의 모습이 자꾸 눈길을 빼앗아 걷는 걸음도 멈추게 되더라는~~ㅎ
멋진 숲과 속이 시원한 넓은 계곡을 바라보며 오르는 길은 영시암까지 약 3.5km쯤 걷게 된다.
지루하지 않았던 그저 행복했던 오름길이었다.
본 계곡길을 버리고 작은 계곡을 따라 오르던 길에선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 물속에 잠겨있던 웅덩이를 만났다.
잠깐 침향 이야기를 나눴다.
향나무가 오래 물속에 잠겨있는 것이 약효와 향이 좋아 한동안 각광받았다고 알고 있는데 맞나 모르겠다~ㅋ
흐르는 계곡물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맑은 청옥빛의 물인데 이곳 나무들이 잠겨있던 곳의 물빛은 약간 붉은빛을
띈 물빛이었으나 그럼에도 맑은 물이었다 물고기도 꽤 살고 있었다.
작은 나무다리를 하나 건너니 아름답게 돌이 깔린 길을 또 한참 걷게 되더라는~~
그리고 만난 힘찬 물소리~~~
다시 흐르는 계곡과 만나게 되었다.
잠깐 바위 위에 올라가 흐르는 물을 바라보았다.
환상적인 물빛과 역동적인 흐름
살아있음이 감사한 순간이다.
이곳에서 인증도 남겨 추억의 한 장을 더하기도 하였다.
오르내림이 있는 길을 걷다 보니 멀리 영시암의 모습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기 시작했다.
3.5km를 온 지점이다.
영시암 약수가 그렇게 달다던데 그냥 눈으로 그리고 핸드폰 사진으로 남기고 지나쳤다.
아직 갈길이 멀기에 혹 돌아올 때 시간이 되면 들려볼까 하며 지나쳤는데 결국은 내려올 때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영시암을 지나며부터는 본격적인 산행이다.
계속 오름길이었지만 그다지 가파르지 않고 길이 잘 다듬어져 있어서 수월하게 올랐다.
가파른 오름을 오르다 물도 마실 겸 잠깐 배낭을 내려놓고 쉬었다.
간식도 먹고 쉼 하는 동안 원식인 이렇게 바위 위에 돌 세우기를 하고 있더라는~~ㅋㅋ
한번 쓰러진 돌을 다시 세워놓으며 내려올 때 과연 저 돌이 그대로 있을까 했는데~~
한동안 계속 오름을 오르다 오르고 내림을 반복했다.
힘겨울 때 잠깐 눈 돌리며 쉬라는 배려일까? 백담사에 기거하며 매일 오세암을 오르시며 공부를 하셨다는 한용운 님의
시가 쓰인 안내판이 있지만 그래도 쉽지 않았다.
아이고~ 소리가 나올 즈음 오세암 가는 길 이란 나무 팻말이 걸린 이 언덕에서 멀리 살짝 오세암이 보이더라는,,,
그리고 곧 오세암을 만났다.
정말 굉장한 위치에 자리한 사찰이 아닌가~~
처음 계획은 오세암까지 였었다.
계획대로 움직였다면 아마도 내가 이곳에 대해 평범한 추억을 갖게 되었겠지?
그러나 이곳에 도착했을 때 12시쯤 되었고 체력이 꽤 남이 있었던 게 문제였다고 할까?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욕심을 내었다가 된통 당하게 되었다.
시간 계산을 잘못했던가 이곳에서 살펴본 트랭글의 지도상 봉정암 쪽으로 가는 길 가야동계곡이 있다는데 그곳까지
30분이 조금 더 걸리고 그곳에서 계곡을 따라 영시암까지의 길도 역시나 30이 조금 넘는 것으로 표시되었다고 읽고
그럼 봉정암까지는 힘드니 가야동계곡에 가서 계곡 따라 내려가자고 친구를 설득했다.
다시 언제 올지 모르는 오세암은 대충 핸드폰 사진만 남기고 해우소에 들려 볼일을 본 후에 서둘러 봉정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참 정신없이 걷는데 친구가 잠깐 멈추란다~
앞을 바라보니 꽤 큰 검은색의 새가 나무를 쪼고 있는데 느긋하다.
이쪽저쪽 어찌나 바삐 움직이는지 모습을 담느라 애를 먹었는데 딱따구리 아니야? 하니 우리가 여태 보아온 딱따구리
보다 몸집이 훨씬 크고 검은색에 머리 부분만 붉다.
친구는 언젠가 본 크낙새도 비슷한 모습이었다고 하길래 돌아와 정보를 찾아보니 까막딱따구리였다.
크낙새는 붉은 부분이 부리 근처에도 있고 배가 하얗더라는~~
가야동 계곡에서 트래킹 지도상 있는 계곡 내리막길을 찾아보았다.
잠깐 아래로 내려가 보았으나 이쪽은 거의 다니지 않는지 길의 흔적이 희미하다 끊기고 말았다.
무지 난감했다.
이곳에서 봉정암은 얼마 되지 않는데 봉정암에서 영시암까지의 길이 꽤 먼 길이었고 가보지 못했던 길인지라 불안했다.
시간을 살펴보니 오후 3시,,,,ㅜㅜ
큰일 났다. 이곳까지 온 시간이 놀멍 쉬며 여섯 시간이 넘었는데 백담사에서 마지막 버스가 6시에 출발한다니 돌아가기가
너무 빡빡했다. 둘이 고민을 한 끝에 왔던 길은 그나마 아는 길이니 이쪽으로 돌아가 보자로 합의하고 이때부터 카메라는
배낭에 넣고 스틱을 빼 길이를 조정하고 거의 달리다시피 하산을 시작했다.
친구에게 너무 미안했다.
도대체 어찌 시간을 계산했던 걸까 나는?
긴 시간 올라온 길을 그 반의 시간인 3시간 만에 돌아가는 게 과연 가능할까?
올라오다 잠깐 먹은 간식이 전부인데 배낭에 있는 김밥을 걸으면서라도 먹는 게 나을까?
생각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이 무릎이 그다지 아프지 않다는 것이었다.
오르막을 오를 땐 완전 지옥이었다.
내리막은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그렇게 다시 오세암에 도착하였을 때 4시가량 되었기에 조금의 희망이 보였다.
오세암에서 물 한 통을 마시고 다시 채워 넣고 바삐 걷다 보니 산객들을 두 세 무리 지나치게 되었고 길고도 긴 내리막길을
걷는데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할까? 그래도 비상으로 준비해 다니는 아스피린 두 알을 깨물어 물과 삼키고 나니 쥐가 풀린듯해 뛰다시피 영시암에 도착했을 때는 5시가 다 되었다.
한 시간밖에 없는데 가야 할 길이 3.5km 그나마 거의 평지에 가까운 길이니 다행이다 싶어 더욱 걸음을 빨리하며
한 가족을 지나치고 꽤 여러 명이던 또 한 팀을 지나치는데 한계치에 다 다른 듯했다.
백 담탐 방소를 지나며 자꾸 뒤돌아 보는 원식이에게 앞서 가라 손짓을 하고 부지런 걷는데 멀리 백담사가 보였다.
감각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발을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데 소리치는 소리가 들리고 대답을 하며 뛰어가는데 버스의
옆구리를 치며 뛰는 원식이 길에 서있던 두 분은 저쪽으로 뛰세요 하며 입구 쪽을 가리키고 그렇게 정말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버스에 타게 되었다.
기사님께 너무 감사해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으며 차 안의 시계를 보니 6시 3분~~ㅜㅜ
약 11km를 세 시간에 들어온 거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앞서가란 손짓을 하고 난 후 원식인 뛰었단다 정류장에 도착해 표를 끊으려고
하니 문이 닫혀 있더라고,,,, 곧 문 닫고 나온 직원이 그냥 가서 버스에 타시라고 하였다는데 기사님께 일행이 곧 도착한다
말씀드리니 오래 못 기다린다고 하더란다. 마음이 급해 길 위로 올라와 내가 오는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내가 보이기에
소리치고 막 출발하는 버스의 옆구리를 두들기며 온다고 소리치고 그렇게 정말 기적 같은 승차를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만약 이 버스를 놓쳤다면 이곳은 버스와 백담사 외에는 차량통행이 안 되는 장소라 7km를 걸어서 나가야 했을 거다.
예전 걸었을 때 꽤 긴 시간을 걸어가야 했는데 두 시간가량 걸어야 했던 걸로 기억된다.
이렇게 지친 상태에서 해 넘어간 길을 걷는데 과연 두 시간으로 올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배낭에 있던 김밥으로 식사를 하며 우리 처음 계획처럼 오세암만 갔다 돌아왔으면 지금쯤 집에서
푹 쉬고 있었을거라는둥 내가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는 둥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던 덕분에 졸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돌아왔는데 9시가 조금 덜 되었더라는~~ㅋ
뜨거운 물에 푹 담그고 나와 바로 정신없이 잠들었다가 깨어나 움직여보니 무릎도 아프지 않고 컨디션도 괜찮다.
체력이 꽤 좋아졌다는 것을 실감하는데 또 슬그머니 다음 주엔 어딜 가보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 이것도 병인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산행이 될듯하다.
친구는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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