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쉬는 금요일이다.
흐릿했던 어제와 달리 햇빛이 모처럼 화사한 오후에 딸아이와 남종면 귀여리에 있는 팔당 물안개공원으로 바람 쐬러
나가자 마음을 맞추고 작은 배낭에 귤 몇 개와 식혜를 담아 출발했다.
공원은 처음 조성될 때부터 가끔 들리는 장소인데 섬이라 물이 풍부해 그런지 이쪽 퇴촌의 공원보다 빠르게 자라는
나무들이 이젠 제법 그늘도 좋고 쉼터가 되어주는 장소이다.
오늘은 자전거를 대여해 귀여섬을 지나 양평으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달려볼 생각이다.
올해는 이쁜 꽃들이 잘 피어있어 눈이 호강이다.
자꾸 자전거를 멈추고 핸드폰을 들이대게 되더라~
딸애는 그런 내가 답답했던지 앞서 다리를 건너 귀여섬으로 들어가 모습이 보이지도 않았으나 제가 가면 어딜가~ㅋ
그렇게 천천히 놀멍쉬멍 다리를 건너는데 강엔 연잎이 제법 세력을 늘려가고 있었다.
연꽃이 필때 카메라를 가지고 다시 한번 찾와야야지 하는 마음이 들던 순간.
귀여섬을 벗어나며 길가에 유채가 심겨 있었는데 멀리 예빈, 예봉, 살짝 보이는 적갑과 운길산의 산세가 쫘악 펼쳐져
어찌나 눈이 황홀하던지 또 자전거를 세웠다.
하늘이 정말 모처럼 맑고 시야도 좋아서 일상의 쌓인 찌꺼기가 싹 씻겨나가는듯한 느낌이랄까?
두물머리가 보이는 장소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하도 오랜만에,,, 헤아리기도 어려운 수년의 시간이 흘렀는지라 자전거를 타고 이렇게나 엉덩이가 아팠던지 싶다.
가져간 식혜를 마시고 강 저쪽 두물머리를 바라보기도 하고~~
강변을 따라가다 간혹 남종면 도로와 만나기도 하며 구불구불 펼쳐진 자전거길엔 지금 노란 금계국이 한창이다.
그 모습이 예뻐서 자꾸 눈길이 가고 멈추기도 하게 되었다.
봄날 아름다운 벚꽃길이던 이 길은 이제 꽤 유명한 벚꽃의 명소가 되었는지 꽃이 필 무렵엔 퇴근길 퇴촌으로 들어오는
도로가 꽉 막혀 좀 성가시기도 했으나 그래도 뭔가 자랑스러운 우리동네 명소였다.
벚꽃이 지고 난 자리에 저렇게 버찌가 매달리더니 이제 까맣게 익어간다. 자전거를 멈추고 통통한 버찌를 따서 먹어
봤더니 달콤 씁쓰레하니 추억의 맛이 입안에 몰려왔다.
해넘이때면 가끔 이곳에 와 일몰을 보기도 했었다.
어느핸가 막 냉이가 피어날 무렵 해넘이를 보러와 한참을 기달리다가 손도 시리고 콧물도 엄청 흘렸던 기억이 나고
그때 보았던 그 멋진 해넘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저 모퉁이를 돌아가면 소박한 전원주택이 있다.
전원주택이라 하기도 뭣한 조금 큰 농막이라고 할까?
그러나 쥔장의 애정이 많은지 이쁘게 꾸며지고 정성스레 가꿔진 텃밭들이 눈길을 끈다.
오늘도 역시나 대문에 이쁜 장미이며 안쪽의 꽃양귀비가 너무 고왔으나 아무리 비어있다고 남의집을 들어갈수도 없고
눈으로 꽃양귀비를 바라보고 대문의 장미와 눈맞춤을 했다.
남종면의 벚꽃도로가엔 띄엄 잘 정비된 쉼터가 있다.
주차도 쉽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벤치며 그늘도 있어 타지에서 드라이브라도 나온 사람들이 쉬는 장소이다.
텐트나 야영은 허락되지 않지만 한적하고 이쁜 이곳의 풍경에 하루쯤 돗자리라도 가져와 쉬어가면 힐링이 되지 않을까?
왔던길이지만 풍경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길을 씽씽 달려 돌아왔다.
오후 네시가 넘어가니 공원엔 사람들이 아까보다 훨씬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즐거워 하는 가족들
한쪽에 자리를 펴고 편안히 초여름의 바람을 느끼는 연로한 어르신들 그리고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연신 웃음이
흐르는 연인들 등등~
다시 자전거 대여소에 도착하니 엉덩이가 불이 난듯 아프더라는~ㅋㅋ
자전거는 한시간에 4천원이다.
우리가 탄 시간은 세시간이 조금 안되었으나 주인장은 처음 한시간 선불로 낸것 외에 삼천원만 더 받으셨다.
우리처럼 혼자 타는 자전거도 있고 연인들이 주로 타는 이인승 그리고 가족이 타는 사인승등등 여러 자전거가 있다.
쉼터에서 아들에게 전화를 해봤다.
혹 퇴근이 이르면 함께 저녁을 먹었으면 좋겠어서,,,,
여섯시까지 올수있다는 아들의 말에 조금 이르지만 천천히 수청리로 돌아 토담골에 가기로 했다.
토담골은 부모님이 오시거나 좋은 친구들이 왔을때 혹은 특별한 날 한번씩 들리는 한정식집인데 어쩌다 보니 딸아이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가족모임에 왜 빠졌을까? 생각해보니 직업의 특성상 휴일날 쉬지 못하는 아이의 직장때문에 함께 하는 시간이 없었나보다 싶다. 오늘 처음 토담골에 가본다고 궁금해하는 아이와 할수있는한 느긋하게 토담골에 도착했으나 한시간 가량 이르다. 토담골의 이쁜 정원을 핸드폰에 담아보며 정자에 앉아 수다도 떨며 한시간 가까이 되어 들어가 주문을 하고 나서
조금 후에 아들이 도착하고 딱 알맞게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맛있다는 딸애와 시장했다는 아들과 함께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아들에게 카드를 주며 계산을 하라했더니 다녀와
엄마 카드가 한도초과래~ 한다.
으잉? 뭔말? 했는데 아들애 웃으며 자기가 사고 싶어 계산을 했다고 한다.
다 컷다고 이제 식사값 계산도 하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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