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칠월의 둘째주가 다가와 살짝 설렘을 가지고 한주를 시작했는데 며칠전 우리 대장 상배가 이번엔 못간다는
카톡이 올라왔다 무슨일인가 궁금했는데 오후에 원식이의 전화로 친구의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알기로는 구십을 넘기신 어머님이지만 건강에 큰 이상은 없었던걸로 아는데 갑자기 이런 소식은 황망했다.
내가 이럴진데 친구는 얼마나 기막혔을까 싶어 걱정스러웠으나 거리가 워낙 멀고 평일이고 내 안타까운 마음을
조의금을 전하는걸로 대신하였다.
어르신들을 모시는 일을 하는 나로서는 친구는 황망하겠지만 그러한 떠남은 어르신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이별임을
아는지라 어머님이 편하고 좋으신곳으로 가셨기를 바란다.
산행을 해야하나 마나 고민을 살짝 하기는 했지만 우리는 그냥 나서기로 했다.
이번엔 일이 있어 빠지는 근희와 순복이는 통화로 대신하고 원식이와 재환이와 멀리 괴산의 이만봉으로 솔나리를
보러 가기로 했다.
괴산은 몇번 가보기는 했지만 솔나리는 아직 만나지 못했던지라 설렘을 안고 시작한 길,,,
솔나리와 병아리난초 그리고 꼬리진달래 사철난을 목표로 삼고 나서며 혹시 못보더라도 실망은 하지 말자 하며
아침 여덟시 그곳에서 시작을 했다.
분지저수지 근처에 차를 세우고 시작을 하는데 가늘게 이슬비가 내렸다.
오면서 확인한 일기예보로는 일찍만 비가 살짝 내리고 개인다고 해서 뭐 이쯤은 시원한 출발인데 하며 저수지를
가로질러 가는길인데 의외로 길은 찾아들기 쉬웠다.
첫 쉼을 했던 쉼터에서 물도 마시고 흘린 땀도 닦아내고 했는데 안개비로 인해 조망이 전혀 되지 않아 아쉬웠다.
소나무가 많고 길은 마사토가 많았다고 할까? 가파르고 미끄럽고,,,,
요사이 비가 많이 와서 짬 산행조차 전혀 하지 않아 그랬는지 무릎도 아프고 숨은 차오르고 많이 힘들었다.
두번째 솔나리를 만나며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너무 숨이차고 힘들었던 차에 만난 이쁘니로 인해 잠깐의 쉼의 시간도 되고 눈요기도 되고~~
작은 절벽이라고 해야하나? 비탈에서 솔나리를 보다가 덤으로 병아리난초도 만나게 되니 마치 횡재를 한 느낌이었다.
이 쪼꼬만 요정을 처음 만났던곳은 양평의 중원산에 오르다 중원폭포 근처의 바위에서 였었다.
아주 오래전이었지만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로 기뻤던 그때~
그 후로 몇번 찾아가 보았지만 불행히도 그 후로는 자취를 감춘 이쁘니였다.
한동안 안가봤으니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솔나리와 병아리난초를 만나고 다시 오름을 시작했다.
재환이가 뒤쳐지긴 했으나 길이 여기밖에 없으니 혹 헤어지더라도 정상의 삼거리에서 기다리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편한 걸음으로 주변을 살펴보며 올랐다.
올 봄에 안면도에 가서 첫 눈맞춤을 했던 쥐꼬리풀이란 아이가 있다.
힘들어 하던 순간에 나타난 이 꽃의 모양이 딱 쥐꼬리풀을 닮았기에 사진으로 담으며 그렇거니 했었다.
나중 걸으며 생각을 해보니 쥐꼬리풀은 해안가에 산다던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혹시 사철난이 아닐까?
나중 쉬며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사철난이었다.
저 잎사귀를 보면서 사철난을 확신했던,,,,
카메라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렌즈에 습기가 뽀얗게 끼어 사진이 영,,,,ㅜㅜ
이만봉과 시루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있는 정상의 능선길에 가까워지며 신기하게도 마치 저 아래 계곡같은 모습으로
지형이 바뀌었다. 가파르던 오르막은 완만해지고 돌이 많아지고 습한 계곡가에서 볼수있는 산수국이며 당귀며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쉬며 재환이를 기다리기로~
물도 마시고 영양갱하나 까먹으며 꼬로록 고픈배를 달래고 앉았는데 재환이의 종소리가 딸랑딸랑 나더니 마치 신선처럼
나타났다. 재환이는 배낭에 작은 종을 매달고 다녀 간혹 그 소리로 가까이 왔구나 짐작을 하게 한다는~ㅋㅋ
능선길이라 수월하게 움직일수 있던 등로는 운무로 인해 조금 답답했다.
비가 오는날이라 그런지 산객도 별로 없어 처음 오를때 앞서 오르던 팀은 한번도 보지 못하며 오붓하게 걷던길이다.
저 앞에 보이는 바위위에서 식사를 했다.
무더운 여름이라 야채냉국을 만들어왔는데 역시나 잘 선택했던,,,
식사를 하고 바위 주변에 있던 솔나리와 바위채송화 돌양지꽃등을 담았는데 카메라에 습기가 너무 차서 몇장 담고는
결국 배낭으로 넣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을수밖에 없었다.
처음 분지저수지에서 이만봉쪽으로 오르며 만난 솔나리들은 색상이 아주 옅은 분홍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이만봉을 지나
곰틀봉으로 가며 만나게 된 솔나리들은 그 크기가 조금 더 작고 색은 조금 더 짙었다.
여태 걸어온 길과 다르게 곰틀봉으로 가는길은 오르내림이 심하고 바위가 많아 비가 내린 오늘같은 날에는 주의를 하며
걸어야 한다.
이제 비는 멈췄다.
그러나 아직은 운무가 많았는데 곰틀봉쪽으로 내려오며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아래 저멀리 마을이 보였는데 돌아와 찾아보니 원북리란 동네가 아닐까 추측된다 저쪽에서도 곰틀봉으로 오르는 등로가
있었다.
드디어 곰틀봉을 지나 사다리재에 도착했다.
이때는 거의 다 왔다라는 느낌이 들었으나 무릎이 아프고 내려가는 길은 대단한 너덜에 가파르고,,,
지금 무릎치료를 받고 있는 원식이가 살짝 걱정스러웠다.
혹시 몰라 배낭에 챙겨왔던 무릎보호대를 꺼내주니 고맙다고 하고 착용을 하더라는~ㅎㅎ
정신을 바짝 차리고 걸어야 하는 내리막길이다.
핸드폰의 배터리도 달랑거리고 걸음에 집중을 해야하니 사진을 찍을 여유가 거의 없었다.
오를땐 늘 마지막이던 재환이는 내리막은 완전 날아간다고 표현해야 할까?~ㅎㅎ
없어지기전 먼저 내려가면 뭐하노 하는 친구에게 가서 차 가져와 했었는데 진짜로 이 친구가 사라졌다.
결국 무릎아픈 원식이와 나는 최대한 천천히 안전히 내려오는중이다.
길로 내려와 평지가 되니 그렇게나 아프던 무릎이 거짓말처럼 괜찮다.
한숨 돌리고 걷는데 바람이 어찌나 시원히 불어주던지 하루의 피곤이 싹 물러나는듯 했다.
마치 키우는듯 무성하게 자란 개망초가 피어있던 묵정밭도 보며 걷다보니 길가에 연하게 자란 씀바귀들이 지천이다.
원식이는 특히 이런 쓴나물 종류를 좋아하는지라 쫌 뜯어갈까 물어보니 살짝 고민하다 그러자 한다.
배낭에서 작은 천가방 하나 꺼내어 연하고 진딧물이 없는 씀바귀순을 꺽으며 내려오다 보니 정말 재환이가 차를 가지고
왔다는~ㅋㅋㅋ
혼자 먼저 내려와 그길을 걸으며 엄청 지루했다고 한다.
시원하게 에어컨 켜놓은 차안에서 고맙다 애썼다 좋았지 등등 수다를 떨며 주차지로 돌아와 이다음을 기약하며 안녕을
고했다.
원래 다음주에 장수대에서 남교리로 여름 설악꽃을 보러 다녀올까 했는데 오늘 먼거리를 걸어 무릎에 살짝 무리가
간듯하니 다음주는 진짜 무리겠다 싶다.
돌아오는길 차안에서 상배에게 전화를 했다.
어제가 발인이었으니 오늘쯤은 통화가 괜찮겠지 싶어 목소리라도 들어보자 했는데 다행히 담담하게 받아들이는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상배와 칠월말 혹은 팔월산행으로 장수대 남교리코스로 합의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여섯시
많이 피곤은 하지만 뭔가 흡족한 하루를 잘 보낸것에 감사하며 맛있는 냉면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
다음주는 가까운 유명산이나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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